관행과 관습 개선은 결국 사람의 문제

[신현만의 CEO 코칭] 사람을 바꿀 때는 통째로 바꿔라
사업본부장을 맡은 지 1년이 조금 넘었습니다. 그동안 직원들과 사귀고 기업 문화를 익히느라 시간을 보냈습니다. 본격적으로 제 스타일로 업무를 진행한 지 채 몇 달이 안 됩니다.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저항이 훨씬 강합니다. 직원들은 좀처럼 기존의 업무 습관을 바꾸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한참 일을 진행하다 보면 저 혼자 앞서 가고 있고 부하 직원들은 저만큼 뒤에서 머뭇거리고 있는 것을 종종 발견하게 됩니다. “왜 따라오지 않느냐”고 물으면 “그동안 그렇게 일하지 않아서”라고 말합니다. 제 지시에도 불구하고 기존 방식대로 일하다가 엉뚱한 곳에 가 있는 직원들을 종종 발견하기도 합니다.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직원들의 이런 관습을 빨리 바꿀 방법은 없을까요.


조직을 운영하고 성과를 만드는 데 관행과 관습은 큰 영향을 미칩니다. 가볍게 말해 관행과 관습이지 기업 문화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관행과 관습은 오랫동안 많은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이어서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새로 조직 책임자가 된 보스들에게 관행과 관습은 극복의 대상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관행과 관습이 성과를 만드는 데 결정적 문제로 작용하게 되면 보스들은 관행과 관습을 바꾸기 위해 애를 쓰게 됩니다. 그러나 관행과 관습은 직원들의 의식에 깊게 뿌리내리고 있을 뿐만 아니라 조직 내 역학관계나 이해관계와 맞물려 있습니다. 이 때문에 어떤 보스는 임기 내내 관행·관습과 싸우기도 합니다. 관행과 관습을 바꾸느라 시간과 에너지를 소모하다가 정작 성과는 뒷전이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프랑스 작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상상력 사전’에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침팬지 실험을 통해 설명하고 있습니다.

천장에 바나나가 매달린 방에 침팬지 5마리를 넣습니다. 침팬지가 바나나를 따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센서가 작동돼 천장에서 찬물이 쏟아집니다. 이렇게 몇 번 같은 일이 반복되면서 침팬지들은 사다리를 타고 오르면 방에 있는 모두가 물벼락을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5마리 침팬지 중 1마리가 나가고 새 침팬지가 들어옵니다. 신참 침팬지가 천장에 매달린 바나나를 따기 위해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려고 합니다. 물벼락을 맞게 될 것을 아는 4마리의 침팬지는 신참 침팬지를 끌어 내립니다. 신참 침팬지는 먼저 와 있는 침팬지들이 사다리를 올라가지 못하게 막는 행위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기존 침팬지들과 다투게 되고 이 과정에서 뭇매를 맞습니다.


이유도 모르고 봉변 당하는 신참 침팬지
물벼락을 경험한 1마리를 더 내보내고 신참 침팬지를 방에 들입니다. 그러자 첫째 신참 침팬지가 둘째 신참 침팬지에게 뭇매를 가합니다. 첫째 신참 침팬지는 자신이 맞은 것을 ‘신참에 대한 신고식’이라고 해석한 셈입니다.

다시 물벼락을 경험한 1마리를 방에서 내보내고 침팬지 1마리를 새로 들입니다. 셋째 신참 침팬지도 첫째와 둘째의 신참 침팬지에게 뭇매를 맞습니다. 봉변을 당한 둘째 신참 침팬지도 자신이 당한 것을 신고식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해서 바나나나 물벼락과 관계없이 신고식만 관행으로 자리 잡게 됩니다. 봉변을 당한 침팬지들은 이제 자신이 당한 만큼 갚고 싶어 신참 침팬지가 들어오길 눈이 빠지게 기다립니다.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바꾸려면 먼저 그런 관행과 관습이 왜 생겼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모든 관행과 관습은 다 뿌리가 있습니다. 베르베르의 침팬지 실험에서 신참에 대한 신고식은 본래 물벼락을 피하기 위한 예방적 조처에서 시작됐습니다. 이에 따라 나중에 방에 들어온 침팬지들이 관습의 출발을 제대로 알았다면 신참에게 뭇매를 가하는 그런 어처구니없는 신고식을 이어 가지 않았을 겁니다.

따라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바꾸고 싶다면 직원들에게 왜 그런 관행·관습이 생겼고 관행과 관습이 무슨 문제를 안고 있는지 자세히 설명해 줘야 합니다. 그래야 구성원들이 잘못된 관행과 관습의 개선 필요성을 느끼게 되고 새로운 제도와 방식을 수용하게 됩니다. 그런 과정 없이 새로운 제도와 방식만 강조하면 직원들은 마음의 문을 열지 않습니다. ‘새로 왔다고 기존 것을 다 뜯어고치는구나’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특히 이른바 많이 배우고 ‘똑똑한’ 직원일수록 충분히 설명해 줘야 합니다. 이들은 자기 주도 성향이 강해 누구의 지시보다 자기 판단에 따라 행동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이 때문에 보스의 지시를 수용하는 다른 직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시행착오를 많이 겪습니다. 이들의 시행착오를 줄이려면 이들이 상황을 이해하고 자발적으로 개선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설명하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강제한다는 느낌이 들면 반발할 가능성이 큽니다.

둘째, 새로운 체제의 효용성을 분명하게 인식시켜야 합니다. 구성원들은 기존 체제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지만 새로운 체제가 얼마나 효율성이 높은지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가질 수도 있습니다. 그저 ‘회사가 하라니까 한다’는 식이라면 새 체제가 가동되고 안착되기 어렵습니다.


한꺼번에 바꾸는 게 가장 쉽고 효율적
새 제도와 방식에 대한 직원들의 수용성을 강화하려면 직원들에게 새 체제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권위 있는 설명이 필요합니다. 설명에 권위가 실리면 구성원들은 좀 더 빨리 마음을 열게 되고 생각을 바꾸게 됩니다. 권위를 빌리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학계나 동종 업계의 저명한 권위자의 얘기를 인용할 수 있습니다. 선발 회사의 사례를 소개할 수도 있습니다. 다른 회사에서 직접 사안을 담당했던 경험자를 초청해 실감나는 이야기를 들어 볼 수도 있습니다. 직접 견학하거나 체험하게 만드는 방법도 있습니다.

셋째, 새로운 구성원을 들이십시오. 기존 구성원들은 아무래도 기존 체제에 익숙해져 있어 기존 체제의 문제점을 잘 느끼지 못합니다. 그러다 보니 귀하가 새로운 체제를 도입해도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할 가능성이 큽니다. 이에 비해 새로운 구성원들은 상대적으로 잘못된 관행과 관습의 폐해를 금방 알아챕니다. 잘못된 관행과 관습의 개선 필요성을 더 강하게 느끼죠. 당연히 개선안이 제시되면 수용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이에 따라 잘못된 관행과 관습을 바꾸려면 새로운 구성원들을 들여 조직 구성원들을 다양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경험과 지식이 다르면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도 달라집니다. 오래된 관행과 관습의 문제를 개선하려면 조직 안에 다르게 보는 구성원들을 배치해야 합니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것은 ‘기존 체제에서 혜택을 누렸던 구성원들을 어떻게 바꿔 낼까’에 관한 것입니다. 어떤 체제든 그 체제에서 이익을 보는 기득권 세력이 있습니다. 이들이 대개 변화를 가로막습니다. 이들은 새 체제에서 이전처럼 많은 성과를 거두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자칫하면 경쟁력을 잃을 수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새로운 체제로 변화하는 것에 부정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이들이 빨리 새 체제로 합류하게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이들이 합류하기를 거부하거나 합류가 너무 늦어진다면 포기해야 합니다. 새로운 제도 개선만으로 기업 문화를 바꾸기는 어렵습니다. 근본적으로 사람이 바뀌어야 합니다. 만약 사람을 바꾸기로 결정했다면 통째로 바꾸세요. 한 명 한 명 차례로 바꾸는 게 쉬워 보이지만 이 과정에서 많은 것을 잃게 됩니다. 위험한 것 같아도 한꺼번에 바꾸는 게 가장 쉽고 효율적입니다.


독자 여러분의 참여를 환영합니다. 코칭을 받고 싶은 고민이 있으면 mannn@careercare.co.kr로 e메일을 보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