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으로 ‘마음 리모델링’…생활·마음 균형 잡는 데 효과적

[나를 찾는 여름] 눈을 감고 내 안의 평상심을 깨우다
[나를 찾는 여름] 눈을 감고 내 안의 평상심을 깨우다
“명상은 복잡한 현대사회의 반려자와 같다.” ‘나를 찾아가는 명상 여행’을 출간한 정여 스님의 말이다. 내가 어디에 있는지 생각해 볼 여유가 없는 현대인은 마음의 안식을 찾아 정처 없이 방황한다. 이런 인간의 마음을 고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바로 명상이라는 것이다.

눈을 감고 몸의 긴장을 풀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명상. 하지만 이런 명상으로 ‘정말 마음이 치유될지’ 의문은 쉽사리 지워지지 않는다. 더욱이 명상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는 것인지도 감이 오지 않는다.

명상의 종류는 다양하다. 생각을 주로 하는 불교 명상과 몸을 많이 이용하는 인도 명상, 몸의 움직임과 생각을 골고루 하는 한국식 명상이 있다. 효과는 크게 다르지 않다. 명상을 하면 뇌에 변화가 일어나는데, 스트레스 억제 호르몬인 도파민이 분비돼 긍정적인 사고를 기르고 스스로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 도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뒷받침할 만한 명상 효과의 다양한 과학적 연구 결과도 있다. 서울대학교병원과 한국뇌과학연구소가 명상이 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한 결과 명상을 하면 긍정적인 상태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인 도파민의 수치가 높아져 명상을 꾸준히 하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에 비해 긍정적으로 변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버드대 심신의학연구소 헤르베르트 벤슨 교수팀은 명상·요가·복식호흡 등을 지속적으로 한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받아 변이를 일으키는 유전자를 스스로 다른 형태로 조절해 해소한다는 것을 밝혀냈다. 영국 런던대는 수면의 질 향상과 우울증 변화에 높은 효과를 준다는 연구 결과를, 일본 도호대는 행복 유전자로 불리는 세로토닌이 증가하고 긴장과 불안감이 줄어든다고 발표했다.


감각의 홍수에서 벗어나 나 자신을 관찰
이런 효과 때문일까. 최근 명상을 선호하는 현대인들이 부쩍 늘고 있다. 한국 명상법으로 대표되는 ‘단월드’는 국내 300여 개의 센터를 운영하는, 대중에 가장 잘 알려진 명상 센터다. 회원 수만 10만여 명이 넘는다. 한국식 명상 수련이 진행되는 이곳에서는 스트레스와 피로 해소에 도움이 되는 기체조 30분, 감정 조절·건강 증진에 도움이 되는 호흡 20분, 두뇌 개발과 자연 치유력이 증강되는 브레인 명상을 20분 동안 한다.

단월드 여의도점에서 만난 27세 직장인 김성민 씨는 “진로와 인생에 대한 고민과 직장 스트레스가 극심해 심리 상담을 받던 중 이곳(단월드)을 추천받아 3개월째 훈련 중”이라며 “나를 돌아볼 기회도 없이 쫓기 듯이 살아왔는데 처음으로 스스로를 돌아보며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됐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제는 내가 가진 근본적인 문제가 무엇인지 알게 됐고 의사결정을 하는 데 후회가 없어졌고 내 선택에 믿음이 생겼다”고 말했다. 한 자산 운용사 임원으로 재직 중인 이영석(50) 씨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단월드 명상 수련에 참여한다. 그는 “3년 전부터 본격적으로 명상 수련을 시작했는데 매일 명상 수련을 하니 스트레스가 쌓이지 않는다. 금융계가 어려울 때마다 잘 버틸 수 있었던 것도 ‘멘탈’이 건강한 상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명상은 단순한 힐링이 아니다. 나는 나를 비롯해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이 달라졌고 또 공명정대해졌다”고 말했다.

박성현 단월드 여의도점 원장은 “3개월 미만 수련한 서울권 단월드 회원 400명을 대상으로 단월드 명상 수련 효과에 대해 설문 조사했는데, 활력·건강 증진이 39%로 가장 많은 효과를 얻었고 다음으로 질병 치유가 17%, 심리적 안정·스트레스 및 우울감 해소가 13%, 긍정적 사고와 감정 컨트롤이 12%로 확인됐다”며 단월드 명상 효과에 대해 설명했다.
[나를 찾는 여름] 눈을 감고 내 안의 평상심을 깨우다
감정 조절에도 효과적
명상 수련으로 ‘국선도’를 선호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국선도는 한국 고유의 신체 단련법이자 정신 수양법으로 알려졌다. 스트레칭으로 몸을 유연하게 한 뒤 호흡으로 마음의 평화를 찾는 수련법이다. 김기영(58) 법사보는 “국선도는 몸과 마음을 함께 닦는 수련법”이라며 “몸과 마음의 기본은 에너지다. 그게 ‘기(氣)’다. 마음도 기의 작용이고 몸도 기의 현상이다. 국선도를 통해 몸을 강건하게 마음을 올바르게 수련한다. 몸과 마음이 같이 가는 게 국선도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전국 200여 개의 국선도 수련장에 등록한 회원은 20대부터 70~80대까지 다양하다. 연령대별 회원 분포로 랭킹을 따지면 의외로 20대가 2위, 50대가 1위다. “마음의 평화를 찾고 싶은 젊은이들의 방문이 늘었다”는 게 관계자의 설명이다. 대개 3~4개월 정도 꾸준히 수련 활동을 하면 몸과 마음의 변화가 오는데, 국선도를 체험한 이들은 공통적으로 ‘마음이 너그러워졌다’, ‘숙면을 취한다’, ‘소화가 잘 된다’ 등의 의견을 보인다고 한다.

불교계에서 마련한 다양한 명상 수련도 일반인들에게 인기가 높다. 불교라는 종교에 얽매이지 않고 수련에 참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계종은 최근 마음을 다스리는 명상 상담 및 수련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있다.

불교에서는 주로 ‘호흡 명상’을 한다. 들숨과 날숨을 조절하며 호흡을 관찰하는 명상법이다. 숨을 깊게 마신 다음이나 아니면 숨을 길게 내쉰 다음 잠깐 숨을 멈추고 자신을 관찰하는 것이다.

대한불교조계종에서 명상 상담 연구원장으로 활동 중인 인경 스님은 “호흡 명상은 스트레스 관리를 해줄 뿐만 아니라 현실적인 문제에 차분한 대응을 가능하게 돕는다는 점에서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서울 강남구 개포동에 있는 금강선원은 청소년과 성인을 위한 명상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총무 담당자는 “단순히 기성세대의 수행에 그치지 않고 어린이와 청소년의 인성 및 학문 도야에도 도움을 주고 있다”며 “명상 훈련의 궁극적인 목적은 자신을 다스리는 힘을 기르고 주변에 대해 긍정적인 시각을 갖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김보람 기자 boram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