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성지능 높이는 5가지 스킬…자기 인식 강한 리더가 성과 높아

최근 어디를 가나 소통이 화두다. 정계에서든, 기업에서든 결국 소통이 문제라고 한다. 소통만 잘 되면 지금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여러 문제점들, 즉 불신이나 여러 사회의 크고 작은 범죄들이 줄어들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런데 이 ‘소통’이라는 주제가 최근에 나온 이야기인가 하면 꼭 그렇지는 않은 것 같다. 많은 정치가들, 기업인들이 오래전부터 외치고 다녔던 이야기가 바로 소통이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사회적 이슈로 다뤄지는 걸 보면 이 주제가 매우 중요하면서도 손에 잘 잡히지 않는 어려운 문제라는 걸 알 수 있다.


소통 단절, 누구의 책임인가
그러면 소통의 핵심은 무엇일까. 소통의 리더십을 이야기할 때 많은 사람들은 먼저 ‘경청’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 줘야 소통을 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일대일 코칭이나 리더십 교육 등의 상황에서 ‘경청하는 리더가 소통을 잘할 수 있다’라고 이야기하면 필자가 만나 본 대부분의 리더들(열에 아홉은 똑같은 반응을 보인다)은 이렇게 반문한다.

“나는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들을 준비가 돼 있어 일부러 회의를 개최하고 의견을 말해 보라고 하는데 아무도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그러곤 뒤에 가서 내가 부하 직원과 소통하지 않는다고 말하니 어이가 없다.”

그러면 반대로 부하 직원들의 입장은 어떨까. 보통 부하 직원들의 변은 이렇다.

“리더가 시킨 업무의 기한을 맞추려고 죽자 사자 일하고 있는데 무턱대고 갑자기 회의를 소집해 놓고 갑자기 처음 듣는 주제를 던지더니 의견을 이야기해 보라고 한다. 아무 이야기도 안 하면 ‘당신들은 생각이 없다’고 비난한다. 막상 뭐라고 이야기하면 ‘이건 아니다, 저건 아니다’라며 결국은 자신의 의견을 꺼내 놓고 결론을 지어 버린다. 결국 자기 의견대로 할 것이면서 회의만 소집하면 할 것 다했다고 착각하고 스스로 만족해 버린다.”

소통에서 잘 들어주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자세다. 다른 사람은 상관하지 않고 자기 말만 계속하는 사람이 소통을 잘하는 사람일 리 만무하다. 그러면 잘 들어준다는 것은 과연 무엇을 의미할까. 진정한 소통을 위해서는 나와 다른 상대방의 의견·관점·감정을 이해하고 인정하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감성지능이 필수다. 감성지능의 대가인 대니얼 골먼 박사는 감성지능에 대해 ‘우리 자신을 동기부여하고 다른 사람과 관계에서뿐만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서 생기는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 자기 스스로는 물론 다른 사람들의 감정을 인식할 수 있는 능력’이라고 정의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핵심 단어는 크게 두 가지다. 감정을 잘 인식하는 것, 그리고 그렇게 인식한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다. 감정을 잘 다스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감정 상태를 제대로 바라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감정을 인식하고 다스리는 대상은 타인에 국한되지 않고 ‘자기 자신’을 포함한다. 다시 말하면 자기 스스로의 감정에 대한 인식과 이해야말로 진정한 소통의 출발점이며 핵심 키워드라고 할 수 있다.
[경영전략 트렌드] 소통 리더십 첫 단추는 자기감정 인식
감성지능을 조금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다음의 4가지 분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감성지능의 4분면’ 도표 참조). 먼저 왼쪽 상단은 자기에 대한 지식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는 영역이다. 이러한 두 영역이 발달된 사람은 자신에 대한 감정적인 인지(emotional self-awareness)가 높고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평가(accurate self-awareness)하는 경향이 있다. 여기서 이 두 역량이 바로 감성지능을 높이기 위한 기반이 된다. 자신의 감정을 자기 스스로 느낀다는 것, 말로는 너무나 당연하고 쉬울 것 같지만 실제로 본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인식하는 사람은 의외로 많지 않다. 감정이나 정서를 최대한 억누르고 표현하지 않는 것이 미덕인 것처럼 여겨져 왔던 한국의 성인 남성, 특히 팀장이나 임원 레벨로 올라갈수록 스스로의 감정을 느껴보라는 말 자체에 당황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그러나 자기 자신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는 사람일수록 자신은 물론 자신의 감정이 다른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을 잘 이해할 수 있다. 또 이를 기반으로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고 조절할 수 있게 된다. 둘째 역량인 스스로에 대한 객관적 평가는 자신의 강점과 약점을 이해하고 자신에 대한 피드백에 보다 여유 있게 반응할 수 있게 해 줌으로써 감성지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감정 관리에 어려움 겪는 사람들
이어 오른쪽 상단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지식과 감정에 대한 이해가 결합되는 영역이다. 이 두 영역이 발달된 사람은 타인에 대한 공감(empathy)이 매우 높은 경향을 보인다. 업무 현장에서 공감이라는 것은 많은 부분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상사나 동료, 부하 직원의 감정과 관점에 대해 고려하며 다른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부분에 대해 적극적으로 함께 관심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다양성에 대해 개방적이다. 이에 따라 이러한 공감 능력을 뛰어나게 발휘하는 직원은 다른 사람에 대해 깊은 관심이나 이해를 나타내는 것이 필요한 직무, 예를 들어 고객을 상대하는 서비스 직종이나 영업 직종에서 매우 효과적으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다.

셋째로 왼쪽 하단의 분면은 자신에 대한 지식과 감정을 행동으로 옮기는 역량이 결합된 영역이다. 이 영역이 발달된 사람은 스스로에 대한 통제(self-control)와 환경 적응력이 뛰어난 경향이 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종종 이성을 잃게 하거나 나쁜 행동을 유발하는 상황에 처할 때가 있다. 고객이 불합리한 요구를 하며 다짜고짜 욕을 퍼붓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하자. 이러한 상황에서 침착함을 유지하며 일반 고객을 대하듯 친절하게 응대할 수 있는 직원이 있다면 그는 분명히 감성지능이 높은 직원일 것이다. 이와 별개로 환경 적응력은 새로운 아이디어에 대한 개방성이나 불명확한 것을 참아내는 것, 그리고 전략이나 환경의 변화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을 의미한다.
[경영전략 트렌드] 소통 리더십 첫 단추는 자기감정 인식
마지막으로 앞에서 설명한 세 가지 감성지능의 영역은 오른쪽 하단의 결과로 나타난다. 즉, 나와 다른 사람들에 대한 이해와 공감, 환경에 대한 적응력 등을 바탕으로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효과적으로 이끌어 나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과의 관계는 리더의 경우에는 상사 또는 부하 직원과의 관계, 서비스나 영업 직종에 있는 사람이라면 고객과의 관계 등을 의미한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이처럼 감성지능이 뛰어난 직원, 즉 서비스 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하는 직원들이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과인 재무적 결과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특히 팀이나 조직을 이끄는 리더는 조직의 분위기, 그에 따른 조직 성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된다.


글로벌 기업, 채용 때 감성지능 고려
헤이그룹이 2009년 283개 전 세계의 글로벌 기업에 있는 4322명의 ESCI(Emotional Social Competency Intelligence:헤이그룹의 감성 역량 진단 도구) 진단 결과를 분석한 결과 몇 가지 놀라운 점이 발견됐다. 우선 전체 대상자들에게서 전형적으로 발견된 감성지능 역량 내의 강점의 숫자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 각 역량 항목 중 85% 이상의 점수를 받은 항목을 강점 역량이라고 정의할 때 전체 대상자 중 단 16%만이 13개 중 9개 이상의 역량을 강점으로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절반이 넘는 52%가 3개 미만의 강점을 보유하고 있고 20%는 아무런 강점을 보유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결과를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부분의 대상자가 가지고 있는 일반적인 강점 역량은 성취 지향성, 팀워크, 조직 인식력 등 업무와 관련된 역량인데 비해 보다 복잡하고 개인적인 상황이나 관계에서 필요한 ‘소프트 스킬’, 즉 자기 정서 인식, 타인에 대한 영향력, 코칭이나 멘토링, 갈등 관리, 고무적(inspiring) 리더십은 공통적인 약점 역량으로 발견됐다. 비단 한국뿐만 아니라 세계 많은 사람들이 감성지능, 그중에서도 사람의 감정 및 이와 연계된 관계 관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조사 결과에는 더욱 흥미로운 내용도 있다. 전체 대상자 중 높은 수준의 자기감정 인식력을 보이는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보다 훨씬 많은 강점 역량을 발현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신의 감정 인식을 자주 또는 항상 보이는 사람은 감성 역량 중 9개 이상을 강점 역량으로 발현하는 경향성을 보였다. 반면 한 번도 없거나 매우 드물게 자기의 감정을 인식하는 사람은 1개 이하의 강점 역량만이 발견됐다. 또한 자기 인식이 높은 리더는 92%가 긍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형성하는 데 비해 자기 인식이 낮은 리더는 78%가 구성원의 자발적인 동기부여를 저해하는 부정적인 조직 분위기를 형성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자기 자신에 대한 인식이 감성지능의 가장 핵심이라는 것을 증명해 준다. 자기 자신에 대한 감정을 인식하지 못하는 사람은 궁극적으로 타인과의 관계를 풀어내 성과로 이끌어 내는 데 서투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리더가 팀의 성과, 팀원들에게 미치는 파급력을 생각하면 리더에게 보다 집중해 더 높은 수준의 자기 인식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그러면 감성지능은 과연 키워질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렇지 않다면 감성지능이 뛰어난 사람만 채용해야 한다는 것일까. 많은 글로벌 회사들이 이런 고민의 결과로 채용 시 감성지능을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전문가들은 감성지능도 충분한 노력이 주어지면 얼마든지 개발될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우리는 매일 매일의 업무 상황에서 상사, 부하, 동료, 때로는 고객과 수십, 수백 번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에 놓인다. 전화·e메일·메신저 등으로 소통의 수단이 다양해졌다고는 하지만 소통의 본질이 변한 것은 아니다. 결국 소통이라는 것은 상대방의 문제가 아니라 자신의 문제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자신이 자기 자신, 특히 자신의 감정을 잘 이해하고 알아차리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번번이 대화가 막힌다고 느끼는가. 그렇다면 먼저 자기 자신을 돌아보자. 벌써 2500년 전부터 나왔던 이야기 아닌가. “너 자신을 알라.”



돋보기 | 전문가들이 조언하는 감성지능 개발법

① 자신이 스트레스를 받는 요인이 어디에 있는지 이해하라
감성지능은 자신에 대한 인식에서부터 출발한다. 자기가 이성적인 감정을 벗어나게 되는 경우와 상황은 언제인지 따져보는 것이 도움이 된다. 그리고 자기에게 스트레스가 되는 상황을 조금씩 피하거나 그 상황을 다른 관점에서 이해해 보려고 노력해 볼 필요가 있다.


② 차이를 인정하라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과 다른 사람이 자신을 보는 기대나 선입견 등에는 차이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이것에 익숙해지려고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③ 경청의 기술을 개발하라
다른 사람들의 말을 잘 듣는 사람을 보면 다음의 3가지 특징이 있다. 첫째, 타인의 말을 들을 때 상대방의 말에 관심이 있다는 것을 끊임없이 보여준다. 단답형이 아닌 개인의 생각을 물어보는 질문을 하고 상대방의 언어적·행동적 표현에 주의를 기울이며 대화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도록 이끌어 준다. 둘째, 본인이 상대방의 말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한 행동을 한다. 그래서 다시 확인하는 질문을 하거나 상대방이 한 이야기를 다른 표현으로 바꿔 이야기하거나 상대방이 던진 아이디어를 대화로 풀어 발전시키려고 한다. 마지막으로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사람의 말을 요약하면서 이를 행동으로 옮기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④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기술을 배워라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기 위해서는 상대방과 대화에서 무엇보다 먼저 정서적인 분위기를 형성할 필요가 있으며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이 상대방에 대한 공감(empathy)을 표현하는 것이다.


⑤ 다른 사람으로부터 적극적으로 피드백을 받으라
자신을 지지해 주고 그렇기 때문에 때로는 자기에게 아픈 피드백도 솔직하게 건네줄 수 있는 진정한 멘토, 상사, 부하, 친구를 찾아 자신에 대한 피드백을 요청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자신이 아는 자기와 다른 사람이 아는 자기의 간극을 좁혀 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승은 헤이그룹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