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훈풍 영향…비용 대비 효과 ‘굿

깊어가는 가을이다. ‘가을’ 하면 운동회가 백미다. 요즘 일본에선 사내 운동회가 절정에 달했다. 분위기는 예년과 다르다. 사내 운동회를 개최하는 기업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시즌은 9~11월에 집중된다. 자녀 운동회가 끝나는 10월 하순부터가 절정이다. 운동회를 거들어 주는 대행 회사는 대목을 만났다. 사전 기획부터 당일 진행까지 일괄 지원 시스템을 갖춰 섭외 인기가 높다.
[GLOBAL_일본] 부활하는 사내 운동회
사내 운동회가 주목받는 건 1990년대 이후 자취가 적잖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뚜렷한 부활 조짐을 보여 눈길을 끄는 게 당연하다. 1980년대에 직장 생활을 한 베이비부머(단카이세대)를 비롯한 선배 직원의 향수가 인상적이다. 과거 사내 운동회는 제조 현장을 필두로 한 일본 기업의 전통 행사였다. 웬만한 기업이 실시했던 사내 교류 증진용의 고정 행사 중 하나였다. 고도성장 때는 필수 행사로까지 정착됐다. 다만 1990년대부터 격감했다. 경기 침체로 비용 절감의 희생양이 됐다.


소요 경비는 1인당 1만 엔 정도
최근 이게 부활됐다. 사내 운동회 대행사인 ‘세레스포’에 따르면 1980년대 피크 시절에는 연간 200건의 개최 수주가 있었지만 버블 붕괴 이후 10분의 1로 줄어들었다가 최근 재차 급증하는 추세다. 아베노믹스로 경기 훈풍이 불자 개최 건수는 전성기 수준까지 늘었다는 후문이다. 이유는 명확하다. 단합 필요다. 인수?합병(M&A)으로 사풍이 다른 회사가 뭉쳐졌을 때 화학적 결합 반응을 위해 운동회가 자주 고려된다. 즉 과거엔 순전히 복리후생의 일환이었다면 최근엔 직원 단합(Team Building)의 일환으로 결속 증진을 높이는데 방점을 찍는다. 초식(草食) 계열 신입 사원 등 확대되는 개인주의를 줄이고 집단 모색의 사내 협력을 이끌어 내는 데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비용은 꽤 경제적(?)이다. 1박 2일의 직원 여행(워크숍)과 달리 적은 경비로 단합 효과를 노릴 수 있기 때문이다. 대략 소요 경비는 1인당 1만 엔 정도로 알려졌다. 직원이 많은 대기업은 불가능한 전체 직원의 워크숍보다 대형 운동장을 빌린 운동회가 현실적인 선택 사유로 꼽힌다. 일부 회사는 운동회를 건강진단과 체력 측정의 기회로 삼아 바쁜 임직원에게 일석이조의 기회까지 제공한다. 휴일마저 회사 행사에 동원(?)되는 것에 부하 직원의 반발이 많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평일의 반강제적인 회식과 부담스러운 상사 접대보다 나아서다.

커뮤니케이션의 부재가 위기감을 배가한다고 봐 사내외의 전체 직원을 모두 참가시키는 개방적인 대형 운동회도 일종의 실험이다. 즉 참가 제한이 없다. 가족?친구?애인 등 누구든지 원하면 참가할 수 있는 오픈 행사가 일반적이다. 단합 증진이 목표인 까닭에 운영 종목은 이에 걸맞게 선택된다. 인기 경기는 ‘대물(借物)경주’다. 진행자가 그때그때 종이에 특정 물건을 쓰면 이를 관중에게 빌려 제일 빨리 결승점에 도착해 승부를 가린다.

압권은 단체경기다. 서로를 알 수 있는 기회 제공의 차원에서 단체줄넘기?계주 등은 필수다. 자율적으로 리더를 뽑고 작전 회의까지 주어져 소원했던 멤버와의 커뮤니케이션이 자연스러워진다. 팀 구성에도 적지 않은 단합 재료를 섞어 일체감을 높이도록 한다. 단결을 위해 소속별로 짜기도 하지만 급조해 부서 장벽을 넘어서는 교류 기회를 노리기도 한다. 성과는 높은 편이다. 운동회 이후 사내 공기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많다. 부서별로 막혔던 피로감이 사리지고 연계 기획안이 자연스레 도출되는 등 분위기가 개선됐다는 평가다. 가족 참가가 많아 사적 유대가 강화된 것도 성과 중 하나다. 서로를 이해하는 새로운 기회 제공의 장이 된 셈이다. 다만 직원 단합의 동기가 낮은 비정규직의 존재는 구조적으로 그 성과를 한정시킨다는 지적이다.


전영수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특임교수(전 게이오대 방문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