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몰입, 열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경청하고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CEO에세이]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이 되는 길
김기령 타워스왓슨코리아 사장
1962년생. 고려대 교육학과 졸업. 뉴욕버펄로주립대 교육심리학 석사 및 박사. 머서, 헤이그룹, 에이온컨설팅 대표. 2012년 타워스왓슨코리아 대표이사 사장(현).




최근 한 취업 포털 사이트 설문 조사에서 대학생들이 가장 일하고 싶은 직장으로 10년 연속 삼성전자를 꼽았다. 그 이유는 다른 기업 대비 약 10~20% 정도 높은 수준의 초임 연봉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조사 결과는 달랐다. 취업에서 대학생들이 중요하게 여기는 요소로 ‘만족스러운 급여와 투명한 보상 제도’는 5위에 그친 반면 ‘구성원으로서의 자부심’과 ‘우수한 복리 후생’, ‘즐겁게 일할 수 있는 기업 문화’ 등은 수위에 올랐다. 이는 기업들이 더 이상 경제적 보상만으로 훌륭한 인재를 유인하고 직원들을 만족시키기 어렵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동기부여가 직원들의 업무 몰입에 영향을 미치고 곧 기업 성과로 연결된다는 것은 여러 조사를 통해 이미 증명된 사실이다. 타워스왓슨의 ‘2012 글로벌 인적자원 연구’에 따르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가 높은 기업의 재무적 성과는 직원 몰입도가 낮은 기업에 비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서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높은 급여와 인센티브라는 경제적 요인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를 높이는데 미치는 영향력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높은 경제적 보상 외에 직원들이 업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세계적 경영 석학인 대니얼 핑크는 자율성, 숙달의 욕구, 목적의식이 본질적으로 직원들의 업무 의욕을 유발하는 세 가지 요인이라고 말했다. 글로벌 기업 제너럴일렉트릭(GE)은 이 중 업무에 대한 목적의식을 강력하게 부여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GE는 국적·성별·직급·연차에 상관없이 혁신적인 기술 개발에 기여한 엔지니어를 선정, 특별 타이틀을 부여하고 명예의 전당에 올리는 등 적극적으로 공로를 인정한다. 실제로 얼마 전 GE코리아의 한 직원이 한국인 최초로 에디슨 파이어니어 어워드를 수상하고 수석 엔지니어 타이틀을 부여 받은 바 있다. 입사한 지 갓 한 달밖에 되지 않은 이 경력직 신입 직원은 업무 효율성 증진을 위한 아이디어를 주저 없이 제시했고 경영진은 본사로 그를 초대해 직접 임원들을 설득할 수 있는 발표 기회를 제공했다. 실제로 현재 미국 시장에서는 그가 제안한 개발 과정을 통해 만들어진 제품이 판매되고 있다.

선진국 못지않은 복지 수준으로 화제가 된 제니퍼소프트 또한 직원들에게 금전적 보상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함으로써 직원 만족과 기업 성과를 동시에 이룬 좋은 사례다. ‘자율성’이 인간의 역량을 가장 열정적으로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기본 전제 조건이라는 최고경영자(CEO)의 믿음에 따라 이 회사는 사내 실내 수영장은 물론 다양한 직원들이 아이디어를 나눌 수 있는 회사 전용 카페까지 갖췄다. 그뿐만 아니라 출산 축하금 및 장기 유급휴가 등의 제도를 통해 직원들의 행복을 극대화하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그 결과 업계 70%의 시장점유율을 차지할 만큼 크게 성장했다.

GE나 제니퍼소프트의 사례처럼 직원들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와 몰입, 열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서는 직원들이 진정 원하는 게 무엇인지 경청하고 그에 따라 변화해야 한다. ‘가장 일하고 싶은 기업’을 만드는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 직원들 마음속에서 비롯되는 ‘자율성’과 그에 따른 ‘자부심’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