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새누리당 전 대표가 대통령 선거에 공식 출사표를 던지면서 그의 모교인 서강대 인맥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서강대 인맥이 새삼 주목받는 것은 이명박 대통령 당선 이후 고려대 동문의 정관계 진출이 눈부셨기 때문이다.

1960년에 설립되 역사가 짧은 데다 소수정예주의 전통 때문에 배출한 졸업생이 많지 않아 서강대 인맥은 그동안 존재감이 미미했던 게 사실이다. 2008년 기준으로 서강대 동문은 5만5000여 명에 불과하다. 더구나 서강대는 “고려대와는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개인주의적인 성향이 강하다는 것이다. 2007년 한나라당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 대통령과 박 전 대표가 맞붙었을 때 고려대와 서강대 동문의 움직임이 극적으로 달랐다는 말도 나온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710..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장이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 타임스퀘어 광장에서 대선 출마를 공식선언했다. /김병언 기자 misaeon@ 20120710..
갈수록 부각되는 서강대 파워

박 전 대표는 서강대 전자공학과 70학번이다. 그가 서강대에 입학해 여성으로는 드물게 전자공학을 전공하게 된 사연이 흥미롭다. ‘증언-한국전자정보산업 개척사’에는 당시 정황이 상세하게 묘사돼 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산업화 과정에서 전자 산업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런 이유로 딸을 전자공학과에 입학도록 했다는 것이다. 당시 박 전 대표는 전자공학과 40명 학생 가운데 홍일점이었다.

박 전 대표는 2010년 서강대 개교 50주년 기념식에서 50번째 명예 박사학위(정치학)를 받았다. ‘50주년 기념식에 50번째 명예 박사학위’라는 의미 있는 타이틀이 특별히 박 전 대표에게 주어진 것이다. 박 전 대표는 같은 해 10월 일간지에 실린 서강대 광고에 모델로 나서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최근 박 전 대표와 서강대 학맥의 결합도가 점점 강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올 초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출범과 함께 전격 발탁된 조동원(신방과 77학번) 새누리당 홍보기획본부장이 대표적인 사례다. 조 본부장이 광고계에선 잘 알려진 인물이었다고는 하지만 깜짝 발탁을 통해 집권 여당의 정체성과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자리에까지 오른 것은 박 전 대표와 서강대 동문이란 점 외엔 딱히 설명이 힘들다는 분석이다.

서강대와 박 전 대표 그리고 그의 부친인 박정희 전 대통령은 묘한 연결 고리를 갖고 있다. 서강대 교수들이 주축이 된 서강학파는 박정희 시대의 경제정책을 이끈 핵심 브레인이다. 압축 성장, 성장 우선주의로 대표되는 서강학파는 여전히 박 전 대표의 가장 강력한 후원 세력 중 하나다. 박 전 대표 대선 캠프의 좌장을 맡게 된 김종인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이 바로 서강학파 2세대로 분류되는 인물이다.

김 위원장은 1973년부터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로 재직하며 정부 정책에 깊숙이 개입했다. 물론 김 위원장은 “서강학파는 실체가 없다. 언론이 붙여준 이름에 불과하다”며 거부감을 나타낸다. 자신은 일찍부터 압축 성장의 폐해를 극복하기 노력해 왔다는 것이다. 서강학파의 3세대로 꼽히는 김광두(경제학과 66학번) 서강대 명예교수도 정책위원으로 대선 캠프에 참여하고 있다.

대선 캠프의 총괄부본장으로 임명된 김호연(무역학과 74학번) 전 의원도 주목받는 서강대 인맥이다. 김 전 의원은 현재 서강대 동문회장을 맡고 있다. 그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의 동생으로 수천억 원대의 재력가로 꼽히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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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강대 인맥은 재계에도 폭넓게 포진해 있다. 박 전 대표와 70학번 동기인 김낙회(신방과) 제일기획 사장이 대표적인 서강대 인맥이다. 김 사장은 1976년 제일기획에 입사해 2007년 사장 자리에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이다. 기존 관습과 격식을 깨는 ‘아이디어 경영’으로 유명하다. 자신의 e메일 명함에 ‘최고경영자(CEO)’ 대신 ‘최고 아이디어 책임자(CIO)’라고 적고 ‘사장’ 대신 ‘프로’라는 호칭을 더 좋아한다. 지난해 ‘자랑스러운 서강인상’을 받았다.

이건영(경제학과 74학번) 빙그레 대표는 2008년 총선 출마를 위해 회사를 떠난 김호연 전 의원의 뒤를 이어 빙그레를 이끌고 있다.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경영학 석사 학위를 받았으며 빙그레 내부 시스템을 체계화해 체질 개선을 이뤄낸 주역으로 불린다.

민유성(경영학과 74학번) 티스톤 회장은 우리금융 창립 멤버로 2001년부터 우리금융 재무담당 부회장을 지냈으며 2003년 우리금융 국내 상장과 뉴욕 상장을 성사시킨 주역이다. 그 후 KDB산업은행장을 거쳐 KDB산은금융그룹 회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한국계 사모 펀드인 티스톤 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우리금융 인수전에 뛰어들기도 했다.

김영태(경영학과 75학번) SK그룹 사장은 SK에너지 전신인 유공에 입사해 울산컴플렉스 공장장, 인력실장, SK에너지 사장실장, SK 기업문화부문장을 거치며 30년 경력 전부를 SK그룹에서 보낸 정통 SK맨이다. 2010년 최태원 회장, 최재원 부회장 등 오너 형제와 나란히 그룹 지주사인 SK의 공동대표 사장에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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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낙회 사장, 박 전 대표와 70학번 동기

정진행(무역학과 75학번) 현대차 전략담당 사장은 현대차 중남미지역본부장, 기아차 아태지역본부장, 기아차 유럽총괄법인장을 거쳐 현대·기아차 전략기획담당 부사장을 역임했다. 현대건설 인수 태스크포스팀(TFT)에 참여해 현대건설 인수를 주도했으며 그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효율(철학과 75학번) 풀무원식품 사장은 풀무원 성장의 산증인이다. 원혜영 민주당 의원과 남승우 풀무원홀딩스 사장이 창업한 이 회사에 1983년 첫 신입 사원으로 입사했다. 그 후 풀무원 고객지향실 본부장, 홍보기획실장, 마케팅본부장, 대표이사 부사장을 거쳐 2010년 풀무원식품 사장에 올랐다.

오규식(무역학과 76학번) LG패션 사장은 1982년 LG상사에 입사해 LG패션 경영지원실장과 최고재무책임자(CFO) 부사장을 거친 재무통이다. 올해 초 구본걸 회장과 함께 LG패션 각자 대표에 선임됐다.

이휘성(회계학과 78학번) 한국IBM 사장은 1984년 공채로 입사해 28년간 한 우물을 판 정통 IBM맨이다. 한국IBM 내 영업, 컨설팅, 서비스 조직에서 두루 요직을 거친 뒤 2005년 한국IBM 대표이사 사장에 취임했다.

이희성(전자공학과 81학번) 인텔코리아 사장은 1988년 금성전기 엔지니어로 입사했고 1992년 인텔코리아로 자리를 옮긴 후 2005년 사장 자리에 올랐다. 20년 가까이 주로 영업직을 돌았다. 대학 시절에는 서강연극회에서 연극에 푹 빠져 지냈다.

최휘영(영문학과 83학번) NHN비즈니스플랫폼 사장은 연합뉴스와 YTN에서 기자 생활을 하다가 야후코리아를 거쳐 2002년 NHN에 입사했다. 그 후 네이버본부 기획실장과 네이버부문장, 국내사업 총괄 대표를 거쳐 2007년 NHN 사장에 올랐으며 2009년 모바일 광고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NHN비즈니스플랫폼 사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장승규 기자 sk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