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 투자’가 급부상하고 있다. 알파 투자는 ‘은행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다.

이유는 두 가지다. 주식 및 성장형 펀드 등은 고수익을 추구하지만 지나치게 위험이 커졌다. 최근의 글로벌 경제 상황은 리스크 관리는 물론 장기적 수익성까지 의심하게 만들고 있다. 은행예금 등 안전 자산은 수익률이 문제다. 예금 금리는 물가 상승률도 따라가지 못한 지 오래다. 부동산 시장도 극심한 침체다. 아파트는 아예 거래 자체가 얼어붙은 수준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대안으로 떠오른 ‘알파 투자’가 ‘중위험·중수익’이라는 새 콘셉트로 재테크의 중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불패 재테크, 알파 투자] 알파 투자가 온다
지난해 한 증권사는 브라질 국채 투자 상품을 내놨다. 이 상품은 출시 후 지금까지 7000억 원어치 정도 판매되며 작년 한 해 가장 주목받는 금융 상품 중 하나가 됐다. 금융 상품에서 가장 중요한 건 수익률이다. 그런데 이 상품의 수익률은 연 8% 수준이다.

연 8% 수준의 수익은 어찌 보면 별로 매력적이지 않을 수도 있다. 사실 1990년대 중반만 해도 은행에 저축하면 연 10% 이상의 이자를 줬다. 가만히 있어도 7년이면 원금이 2배로 불어났다. 이 시기에는 열심히 일하고 아껴 저축하는 게 자산을 불리는 데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하지만 시대가 변했다. 우리 경제가 선진국형에 접어들면서 저성장·저금리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즉 열심히 저축해도 이자가 물가 상승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게 됐다. 이는 통장에 찍히는 숫자만 커질 뿐 실질 자산은 오히려 줄어든다는 의미다.

그래서 2000년대 들어 고수익을 추구하는 주식형 펀드 시장이 급성장했다. 펀드는 2000년대 초반 500대에 머물렀던 코스피 지수를 2000선까지 끌어올리는 데 큰 역할을 했다. 2월 2일 기준 주식형 펀드를 포함한 공모 펀드의 순자산 총액은 183조8916억 원에 달한다.

그러나 주식형 펀드는 2008년 금융 위기와 2011년 재정 위기 등 ‘리스크’에 맥을 못 추는 모습을 보였다. 실제로 2008년과 2011년 전체 펀드의 순자산은 각각 56조 원, 29조 원씩 뭉텅이로 빠져나갔다. 연일 마이너스를 기록하는 수익률에 투자자들이 버티지 못한 것이다.

부동산도 비슷하다. 2000년대 중반까지도 부동산은 최고의 재테크 상품 중 하나였다. 송흥익 대우증권 애널리스트의 분석에 따르면 2000년부터 2006년까지 서울 아파트의 시가총액은 연간 23.3%씩 늘어났다. 하지만 2007년부터 2011년까지의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 상승률은 연간 3.5%에 불과했다, 2011년은 고작 0.3%가 올랐을 뿐이다.

실제로 자산가들은 부동산 투자를 줄였다. 통계청이 조사한 가계 금융 조사를 보면 2011년 3월 말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자산 가운데 부동산 관련 비율은 79.3%에 달한다. 하지만 평균 소득을 다섯 단계로 나눠 살펴보면 소득이 가장 높은 5분위 계층의 부동산 비중은 76.5%다. 반면 소득이 가장 낮은 1분위 자산의 부동산 비중은 89.2%나 된다.
[불패 재테크, 알파 투자] 알파 투자가 온다
‘은행 금리+알파’ 상품에 돈 몰려

그 결과 최근 주목받고 있는 ‘알파 투자’가 재테크의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알파 투자는 ‘은행 금리+알파’를 추구하는 투자 방식이다. 즉 주식 등 고위험 상품보다 안전하게 운용하고 은행예금 등 안전 상품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내는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한다는 뜻이다. 알파 투자의 효과는 특히 장기 투자 시 극대화된다. 꾸준히 플러스알파 수익을 내 원금을 지켜가며 ‘복리 효과’를 통해 10년, 20년 후 더 큰 결과를 내놓은 것이다.

물론 그간 알파 상품이 자리 잡지 못한 데는 투자자의 수요도 적었지만 금융 업계가 꺼린 탓도 있다. 알파 상품은 장기 투자 시 효율성이 커진다. 하지만 장기 투자는 금융사에 도움이 별로 안 된다. 그간 금융업계의 주 수익 모델이 수수료였기 때문이다. 수수료 수입을 높이기 위해서는 고객이 더 자주 돈을 ‘굴리게’ 만들어야 했다.

하지만 ‘중위험·중수익’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나면서 금융업계에서도 변화가 일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전체 크기가 300조 원인 시장과 3000조 원인 시장은 접근 방법이 달라야 한다”며 “부동산과 예금에 잠긴 자금이 금융 투자시장으로 옮겨진다면 굳이 거래를 자주 유도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금융업계는 브라질 국채 상품 등 다양한 알파 상품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주가연계증권(ELS), 롱숏 전략 등을 구사해 운용하는 헤지형 펀드, 10~30% 범위 내에서 공모주에 투자하는 공모주 펀드, 시장 상황에 따라 탄력적인 자산 배분을 실행하는 자산 관리형 상품 등이 그것이다.



취재=이홍표·장진원·우종국·이진원 기자
사진=서범세·김기남·이승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