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주 정부, 기업 유치 치킨게임

세금 혜택 남발…지역 경제 역효과
미국 뉴저지 주 세코커스에 있던 파나소닉 미주 본사는 최근 같은 주에 있는 뉴왁의 고층 오피스 타워로 본사를 옮기면서 주 정부로부터 1억240만 달러의 세금 혜택을 받았다. 800여 명을 고용하고 있는 이 회사가 본사 건물을 다른 주로 옮기려 하자 뉴저지 주가 세금 감면 카드로 회유한 것이다.

이 회사의 피터 패논 부사장은 “본사 이전과 관련해 애틀랜타·샌디에이고·로스앤젤레스·브루클린 등으로부터 매력적인 제안을 받았었다”며 “세금 혜택이 없었다면 우리는 뉴저지에 머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주 정부들은 7월 1일 시작되는 2011 회계연도에 재정 적자 규모가 1120억 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그런데도 주 정부들은 기업들에 연간 7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금 혜택을 주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2008년 경제 위기로 약 800만 개의 일자리를 잃은 미국 정부가 실업 문제의 해결을 최우선으로 하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비즈니스위크는 최신호에서 “주 정부들이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 혜택을 남발하는 치킨게임(어느 한 쪽이 양보하지 않을 경우 양쪽이 모두 파국으로 치닫게 되는 극단적인 게임)을 하고 있다”며 “이런 현상이 오히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가로막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오하이오 주 정부도 최근 미국 2위의 카드 업체인 아메리칸그리팅과 레스토랑 체인점인 밥 에반스 팜스가 본사를 다른 주로 옮기려 하자 각각 9350만 달러와 2090만 달러의 세금 인센티브를 제안했다.

이들 업체 본사 직원의 수는 아메리칸그리팅이 2000명, 밥 에반스 팜스가 400명이다. 존 카지치 주지사는 공화당 출신으로 1995~2000년에 미 하원 예산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할 당시 기업의 복지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해 온 인물이다. 그런 그도 지역민들의 실업 사태 앞에서는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다.

지역민 실업 사태에 꼬리 내려

이런 주 정부 간 과열 경쟁을 세금 절약에 활용하려는 기업들도 있다. 당초 밥 에반스 팜스는 텍사스 주로 본사를 옮기겠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오하이오 주가 세금 감면을 제안하자 못 이기는 척 눌러앉았다.

스티븐 데이비스 밥 에반스 팜스 최고경영자(CEO)는 그 후 본사가 있는 콜럼버스시의 시장을 만난 자리에서 “사실은 오하이오 주를 떠날 생각이 없었다”고 털어놓아 비난을 받았다.

비영리 법인인 뉴저지 정책 전망은 최근 보고서에서 뉴저지 주의 크리스 크리스티 주지사가 69개 기업에 향후 20년간 8억2200만 달러의 세금 혜택을 줬다고 비난했다. 뉴저지 주의 이번 회계연도 교육 예산 삭감액과 맞먹는 금액이다. 오하이오 주 역시 기업들에 많은 세금을 깎아줬지만 예산 부족 금액이 80억 달러에 이를 정도로 재정 위기를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주 정부가 기업 유치를 위해 세금을 감면해 주지만 이 정책이 실제 지역 경제에 도움이 되는지 전혀 알 수 없다고 지적한다. 밥 에반스 팜스처럼 기업이 실제 이전을 고려하고 있는지도 알 수 없고 이전 시 어떤 부작용이 나타는지에 대해서도 구체적인 검토가 없다는 것이다.

각 주 정부가 얼마나 많은 기업에 세금 혜택을 주고 있는지에 대한 연방 정부 차원의 데이터베이스도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세금 혜택에 따른 비용-편익 분석은 꿈도 꿀 수 없다. 오히려 주 정부가 기업들의 거짓 위협에 시달려 세금만 받지 못하는 부작용만 우려되고 있다고 비즈니스위크는 전했다.

김태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