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지진이 IT 산업 지도 바꿀 것’

이번 주 화제의 리포트는 키움증권 김지산·김병기·홍정모 애널리스트가 펴낸 ‘일본 대지진이 IT 산업 지도 바꿀 것’을 선정했다. 일본 부품 업체들의 가동 중단은 한국 정보기술(IT) 산업에 분명 위기이기도 하지만 산업 판도를 바꿀 수 있는 반전의 기회다.

일본 대지진 이후 IT 업종의 주가가 더욱 약세를 보이고 있다. 원재료 및 부품의 조달 차질 우려가 부각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국내 IT 세트 및 부품 업체들의 주가가 해외 업체들보다 더욱 부진한 것을 본다면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가 과도하다고 생각된다.

더욱이 국내 업체들은 장기적으로 글로벌 부품 조달 체제 변경에 따른 큰 수혜를 볼 것으로 판단된다. 또 대지진 이후 원화 약세, 엔화 강세를 기반으로 하는 환율 여건도 충분히 우호적이며 세트 업체들에는 유로화 강세 역시 수익성에 긍정적이다.

먼저 IT 제품의 생산 차질에 대한 우려를 증폭시키는 계기가 됐던 BT(Bismaleimide -triazine)레진은 주요 생산 업체인 미쓰비시가스케미컬이 4월 상순부터 가동을 부분적으로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퀄컴과 HTC 등 글로벌 IT 업체들은 생산 차질이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고 주가도 큰 폭으로 반등했다.
[화제의 리포트] 부품·소재·장비 국산화 빨라진다
삼성전기·삼성SDI·LG이노텍 주도

이와 함께 일본의 지질학적 리스크 부각됨에 따라 향후 글로벌 세트 업체들은 IT 부품·소재·장비 분야의 공급처를 일본 이외 국가의 업체들로 다변화해 일본 의존도를 낮추는 노력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더욱이 삼성과 LG그룹은 일본 업체와 경합 강도가 크거나 일본으로부터 주로 수입하는 부품·소재·장비에 대해 수직 계열화 또는 국산화를 이루기 위한 의지가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 일본 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절대적인 부품은 적층세라믹콘덴서(MLCC)와 반도체 패키지용 기판(FC-BGA) 등이다. 이 밖에 이차전지·발광다이오드(LED)·편광필름·연성PCB(인쇄회로기판) 등에서 국내 업체들은 일본 업체들과 경합하고 있다.

소재 분야는 일본 집중도가 더욱 큰데, 최근 이슈가 된 패키지 기판용 BT레진을 포함해 이차전지용 코퍼 호일·양극재·음극재·반도체용 웨이퍼 등이 해당된다. 장비는 반도체용 화학증기증착(CVD), 원자층증착(ALD) 장비와 능동형 유기발광다이오드(AMOLED)용 증착 장비를 주로 일본에서 수입하고 있다.

이를 통해 볼 때 향후 국내 세트 업체들이 부품·소재·장비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한다면 수혜가 클 것으로 예상되는 중소 업체는 편광필름의 에이스디지텍, MLCC의 삼화콘덴서, 비메모리 반도체의 동부하이텍, 본드 와이어 및 솔더볼의 엠케이전자, 반도체 소재(Ceria Slurry: CMP용 연마제)의 케이씨텍, 블랭크 마스크의 에스앤에스텍.

AMOLED 증착 장비의 에스에프에이 등일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대기업 중에서는 삼성전기·삼성SDI·LG이노텍의 그룹 내 역할이 더욱 중시될 것이고 일본 업체들의 점유율을 잠식해갈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지난해 일본으로부터 수입한 IT 제품은 대체로 반도체 장비와 디스플레이 장비, 비메모리 반도체, 웨이퍼 등에 집중돼 있다. 향후 일본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장비를 국산화하기 위한 투자가 더욱 활발해지고 삼성전자와 동부하이텍을 중심으로 비메모리 반도체 사업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투자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리= 이홍표 기자 hawlli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