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기업 ‘EC나비’가 뜨는 이유
‘노미니케이션’이 인기다. 일본어 노무(飮む:마시다)와 영어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의 합성어로 음주 교제를 의미한다. 술자리를 통해 동료·지인과 사귀고 친해지는, 그래서 개인 만족과 사교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전략을 말한다.요즘 일본에선 노미니케이션을 높이자는 목소리가 높다. 실제 회식 문화만 해도 예전보다 급격히 줄어들었다. 이런 이유로 최근 일본에서 노미니케이션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는 기업이 있다. ‘EC나비’란 회사다. ‘사람과 문화가 최고다’
‘EC나비’라면 노미니케이션 부재 염려가 없다. EC나비는 노미니케이션 환경을 복리 후생 차원에서 효율적으로 제공하는 회사로 더 유명하다. 아지토(AJITO)로 불리는 회사 내부에 설치된 바(Bar) 때문이다. 회사 방문자라면 첫인상부터 강렬하기 짝이 없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SF 영화의 배경 화면을 묘사한 아지토와 직면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미래의 해적선을 모티브로 해 치장했다. 임직원이면 누구든 자유롭고 여유롭게 지낼 수 있는 오픈 공간으로 꾸며져 있다. 점심과 생일잔치, 회식 등 이벤트에도 활용된다. 노미니케이션을 강조하는 기업답게 업무 시간 종료 이후부터 모든 주류·안주가 무료다.
그래서인지 관련자가 아니더라도 방문하고 싶다는 요청이 쇄도한다. 인터넷엔 아지토 방문기가 끝없이 올라온다. TV에도 자주 소개된다. 그렇다면 아지토를 만든 이유가 뭘까. 우선 사업 내용부터 살펴보자.
EC나비는 일본의 대표적인 가격 비교 사이트다. ‘사명=서비스명’으로, 최근 일본에서 주목받는 정보기술(IT) 기업 중 하나다. 사이트 오픈 3개월 만에 100만 회원을 돌파했을 정도로 영향력도 높다. 사업 내용은 다양하다.
가격 비교 사이트를 중심으로 하되 검색 지원 서비스(adingo)와 넷 리서치 서비스(리서치 패널) 등을 사업 모델로 구축했다. 최첨단 IT 기업답게 2010년엔 트위터로 신입 사원을 뽑아 화제에 올랐다. 이 회사 우사미 신스케 사장의 아이디어였다.
그는 자신의 트위터로 신입 사원 모집 공고를 냈는데, 그 이유는 간단하다. “트위터를 한다면 보다 영리할 것이라고 판단했다”는 게 최고경영자(CEO)의 설명이다. 사장 자신이 1972년생 X세대답게 튀는 아이디어를 선호하는 덕분이다.
회사 성적은 화려하다. 1999년 설립된 이후 시간이 갈수록 매출 수준이 급증세다. 2008년(37억3700만 엔)에 이어 2009년(53억8600억 엔)은 물론 2010년(73억2400억 엔) 내리 괄목상대할만한 성장세를 달성했다. 같은 기간 금융 위기 여파로 대부분 기업이 고전 중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대단한 성적표다. EC나비가 아지토를 만든 건 2007년 10월이었다. ‘가까운 미래의 해적 비밀기지’라는 콘셉트였다. 사무실 안에 바를 설치해 딱딱할 수 있는 근무 환경을 부드럽고 자유로운 발상 공간으로 변신시키기 위해서였다.
결과는 임직원은 물론 방문자조차 놀랄 정도로 파격적이었다. 어필 효과도 상당하다. 자유로운 횡적 조직 이미지를 가진 해적을 떠올리게 한 인테리어가 주효했다. 바는 언제든지 이용할 수 있지만 알코올은 오후 6시 30분부터 제공된다. 맥주와 소주 칵테일 등이 냉장고에 들어있는데 누구든지 원하는 만큼 마실 수 있다.
그렇다고 아지토가 마시는 공간만은 아니다. 일상 회의를 비롯해 신입 사원 회사 설명회나 크리스마스, 핼러윈 파티 등 사내 행사도 자주 치른다. 간부 멤버의 조식 회의도 이곳에서 열린다. 수천만 엔을 들여 만들었고 매월 유지비용도 수십만 엔에 달하지만 애초 염려됐던 갈등은 전혀 일어나지 않았다. ‘비용 대비 효과가 아주 만족스러운 투자’라는 평가다. 주요 매스컴은 이 회사의 아지토를 재미있고 신선한 대표적인 복리 후생 모델이라고 설명한다.
실제로 회사의 강점을 물으면 반드시 등장하는 단어가 2개 있다. 사람과 문화다. 먼저 기업 근간이 종업원에게 있다는 믿음이 회사 안팎에 넘쳐난다. 종업원이 활기차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고 높은 팀워크를 실현하며 성장 속도를 가속화한다면 기업 발전은 저절로 이뤄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이 회사는 이를 위한 만족스럽고 창조적인 근무 환경 제공에 매진하는 게 전부라고 본다. 따라서 ‘함께 일하는 동료’의 존재감이 절대적이다. 옆자리 동료가 편하고 도움이 돼야 업무 성과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는 사람이 존중받는 문화 제공을 고집하는 회사의 방침과 직결되는 철학이다.
최고문화책임자(CCO:Chief Culture Officer)라는 인간 존중적인 기업 문화 창조를 책임지는 자리까지 신설했을 정도다. 그래서 회사는 다양한 수단을 통해 사내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는 데 역점을 둔다. 21개에 달하는 사내 서클(취미 동호회)에 대한 회사의 운영비 일부 지원이 그렇다. 사원총회란 것도 있다.
1년에 2회 개최되는 회사의 최대 이벤트로 다양한 형태의 수상식이 치러진다. 회사의 일방적 행사가 아니라 임직원이 적극 참여하는 협력적 운영 형태로 유명하다. 매월 다양한 멤버와 폭넓게 만나는 교류 런치 기회도 제공된다. 입사 후 1년간 선배가 뒤를 봐주는 엘더(Elder) 제도도 있다.
커뮤니케이션 활성화에 역점 둬
창업 10년을 겨우 넘긴 신생 벤처 회사지만 복리 후생 관련 제도도 탄탄한 편이다. 역시 회사의 상징인 사내 무료 바 아지토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이 밖에 사내 설치 자동판매기의 음료는 공짜다. 주택 임대비용도 보조해 준다.
회사에서 2km 이내에 거주하면 약 5만 엔의 집세 보조를 지원한다. 점심 식대도 일부 보조가 가능한데, 본인 부담 300엔만 지급하면 시가와 무관하게 도시락을 구입해 준다. 차액은 전액 회사 부담이다.
특별 보장 제도란 것도 있다. 근속 연수 5년을 맞은 사원은 100만 엔 혹은 4주간 휴가 중 하나를 필요에 따라 고르도록 배려했다. 직원 건강을 위한 제도도 있다. 요통 지압 요법(chiropractic)의 국제적 전문가를 정기적으로 초빙해 희망 직원에 한해 시술을 받도록 했다. 비용 일부는 회사가 부담한다. 이 밖에 근무 환경을 개선하는 아이디어가 제안·채택(CANI제도)되면 수시로 새로운 복리 후생을 시작한다는 게 회사의 방침이다.
급여 수준도 상당하다. 신입 사원은 월 34만~35만 엔에 업적별 결산 상여를 별도로 지급한다. 연봉제이지만 연 2회(4월, 10월) 급여 조정을 실시해 갈등의 소지를 원천적으로 줄였다. 대기업이 갖춘 웬만한 휴가제도도 완비했다. 여름휴가 4일 이외에 연말연시 휴가와 유급휴가도 실시한다. 경조사와 출산 전후 휴가는 물론 생리 휴가도 있다.
사람을 키우는 효과적인 방법론인 연수 제도도 다양하다. 신입 사원 연수부터 시작해 펠로·리더·패러다임시프트 연수 등 종류별로 각양각색이다. 커리어체인지(CC)와 커리어업(CU)을 지원하는 제도도 있다. 자격 취득을 원할 땐 이를 손쉽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제도도 구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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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돋보기] 우사미 신스케 CEO 연구
도전 정신으로 무장…“레일 위를 벗어나라”
우사미 신스케 사장은 1972년 아이치(愛知)현 출신으로 와세다대 상학(경영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컨설팅 회사와 벤처 회사를 잠깐씩 거친 뒤 1998년 회사를 창업했다.
창업은 사실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19세에 결혼해 20세에 아빠가 된 독특한 이력 때문에 일반 회사 입사가 어려울 것이라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스스로 창업해야겠다는 일종의 동기부여였다. 실현 무대는 인터넷이었다. 인터넷의 무궁무진한 가능성에 매료돼 ‘일단 해보자’는 기분으로 도전장을 던졌다.
그래서일까. 좌우명도 독특하다. ‘할 수 있다와 없다보다는 할까 말까가 중요하다’는 인생 지침처럼 늘 진취적인 도전 정신을 강조한다. 오늘의 회사로 성장한 것도 시기적절한 도전의 결과였다.
3~4년이면 수명이 끝인 인터넷 공간에서 장수할 수 있는 사업 모델로 변신하기 위해 2004년 현상(懸賞) 사이트에서 가격 비교 사이트로 서비스 방향을 튼 게 그렇다. 결과적으로 타이밍이 좋았고 선택은 옳았다.
아지토라는 사내 무료 바를 설치한 것도 난국 타개를 위한 환경 변화 차원에서 시도된 카드였다. 2007년 매출이 요동칠 때였다. “당시 외부 대응이 늦은 게 아닌지 판단돼 내부 변화와 체질 개선을 시도했는데 그때보다 벤처다운 기업 냄새가 나도록 사무 공간의 내장을 바꿨다”는 게 우사미 사장의 설명이다. 폐색감에 사로잡힌 일본 청년들을 위한 조언도 빠지지 않는다. 혼자서라도 얼마든지 살아갈 수 있는 생존 능력을 익히라는 메시지가 그렇다. 이 때문에 35세까지는 고생스러운 길을 선택할 필요가 있다. 경험이 고될수록 생존 능력은 높아지기 때문이다.
학생 결혼 경험을 지닌 우사미 사장은 “세상 기준으로는 탈선했더라도 얼마든지 나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이미 깔려진 레일 위를 벗어나 정글로 들어가더라도 겁낼 필요는 없다. 정글 안에 누구도 보지 못한 맛난 먹을거리와 진귀한 동물을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어차피 한 번의 인생 안 해봐서 후회하기보다 일단 해보는 쪽이 낫기 때문”이다.
전영수 게이오대 경제학부 방문교수change4dream@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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