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위 중국공상은행
중국공상은행(ICBC)은 자산이 작년 말 현재 11조7850억 위안(1979조 원)으로 중국 은행 가운데 가장 많다. KB국민은행의 8배 수준이다. 지점 수는 1만6394곳으로 KB국민은행의 13배, 직원 수도 38만6700여 명으로 14배를 웃돈다.시가총액으로는 작년 말 기준 2689억 달러로 세계 최대 은행이다. 고객 수도 기업이 361만 개, 개인은 2억2000만 명에 이른다. 중국 예금과 개인 대출 시장의 17.6%, 19.3%를 차지한다. 공상은행이 발급한 은행 카드(직불)만 해도 2억8900만 장에 이른다.
덩치만 큰 게 아니다. 지난해 전년보다 16.4% 증가한 1294억 위안(189억 달러)의 순익을 올렸다. 골드만삭스의 지난해 순익 134억 달러를 웃도는 것으로 2년 연속 세계에서 가장 돈 많은 돈을 은행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자기자본순이익률(ROE)과 총자산순이익률이 각각 20.15%와 1.20%로 KB국민은행의 3.4%와 0.24%를 크게 웃돈다. 올 들어 실적도 좋다. 지난 3분기 순익은 426억 위안으로 전년 동기보다 27% 증가했다. 한국 광주은행 민영화에 출사표
중국인의 소비와 저축 패턴이 바뀌는 것도 공상은행엔 강점으로 작용한다. 신용카드 발급 급증이 대표적이다. 공상은행의 신용카드 발급량은 지난해에만 1300만 장이 늘어 5201만 장에 달했다. 중국인들이 현금 소비에서 신용 소비로 소비 패턴을 바꾸고 있는 덕분이다.
저축도 단순 예금에서 벗어나 다양한 재테크 상품에 관심을 두기 시작한 것도 공상은행 실적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 공상은행의 지난해 재테크 상품 판매는 전년보다 87.8% 증가한 3조3200억 위안에 달했다. 200종이 넘는 새로운 재테크 상품을 개발한 덕분이다. 중국 내 기업 연금 시장 점유율도 50%에 육박한다.
공상은행은 중국 개혁 개방 초기인 1984년 설립된 국유 은행이다. KB국민은행보다 21년 뒤늦게 출발했지만 덩치는 훨씬 커진 것이다. 2005년 주식제 상업은행으로 지배구조를 개혁하고, 이듬해인 2006년 상하이 증시와 홍콩 증시에 동시 상장했다.
상장 2년 만인 2008년 시가총액 세계 최대 은행으로 올라섰다. 이 덕분에 골드만스는 지금까지 지분 투자로 360%가 넘는 투자 수익을 거뒀다. 골드만삭스는 공상은행의 기업공개(IPO) 전인 2006년 4월 4.9%의 지분을 25억8000만 달러를 들여 취득했다.
이 중 1%는 2009년 6월 19억1000만 달러에 팔았고 최근엔 잔여 지분 3.9% 중 0.8%(시가로 20억 달러)를 추가 매각했다. 골드만삭스의 남은 지분 3.1%의 가치는 80억 달러에 이른다. 그간 매각했거나 남은 지분 가치를 합치면 총 119억 달러로 매입액 대비 361% 의 대박을 거둔 상태다.
공상은행은 최근 한국의 광주은행 인수전에 뛰어들고 KB국민은행과의 제휴 확대를 모색하는 등 해외시장에서 보폭을 넓히고 있다. 중국 금융자본이 한국 금융사 인수·합병(M&A)에 참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지난 4월엔 5억5000만 달러에 태국의 중소은행인 ACL을 인수했다. 앞서 2008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스탠다드은행에 지분 투자하는 등 공격적인 해외 M&A 행보를 보여왔다. 장젠칭 공상은행 회장은 최근 “지점이 없는 동남아시아 국가에서 (M&A) 기회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 등 22개국에 194개 해외 지점과 법인을 두고 있는 공상은행은 동남아 국가 중에선 인도네시아·태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 5개국에만 지점을 두고 있다. 프랑스 보험사 AXA의 중국 합작 파트너 지분을 인수하는 등 방카슈랑스 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홍콩 법인 ICBC 인터내셔널을 통해 최근 사상 최대 IPO를 기록한 브라질 국영 석유 기업 페트로브라스의 650억 달러 규모 IPO에 공동 주간사로 참여하면서 국제 투자은행에도 본격적으로 얼굴을 내밀기 시작했다.
오광진 한국경제 국제부 기자 kjoh@hankyung.com
©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