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화하는 농업 현장

2010년 봄, 농부 A씨는 올 농사를 짓기 위해 자신이 소유한 논밭의 주소를 인터넷에서 검색했다. 인터넷에는 농지의 토양 성분을 분석한 데이터와 거기에 맞는 작물의 종류, 그리고 필요한 비료들이 나와 있다.비닐하우스 화훼농인 B씨는 그해 늦가을, 태풍이 온다는 일기예보에 귀를 쫑긋 세운다. B씨가 무엇보다 관심을 가지는 것은 태풍이 몰고 올 바람의 세기. 올여름 비닐하우스마다 구조안전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비닐하우스 기둥에 센서를 달고 이동식 진단차가 이를 조금씩 끌면서 변형되는 정도를 측정하는 것이다. 다행히 바람의 세기는 비닐하우스가 견딜 만한 정도다.과수원을 운영하는 C씨는 오늘 아침 ‘귀 과수원에 복숭아순나방 55마리가 발생하였음. 카스케이드 살포가 필요함!’이라는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C씨는 문자 내용대로 농약을 살포했다.예전 같으면 수시로 농약을 살포해야 했지만 지금은 해충의 숫자를 센서가 감지해 필요한 만큼만 살포할 수 있어 농약 사용을 최소화할 수 있게 됐다.토마토와 오이 등을 재배하는 D씨는 오늘 비닐하우스에 설치한 스피커를 통해 비발디의 ‘사계’를 틀어준다. 음악이 식물의 생육에 도움을 주고 진딧물에 대한 내성을 강화해 준다는 연구 데이터에 따라 음악뿐만 아니라 물소리, 새소리, 가축의 울음소리 등을 때때로 들려주고 있다.쌀을 재배하는 E씨는 최근 무선조종 헬기 조작을 열심히 연습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무인 헬기를 이용한 벼 직파농법을 도입해 모내기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줄였기 때문이다.위 이야기들은 가상의 소설이 아니라 이미 개발이 완료됐거나 지금 우리 농촌에 도입돼 있는 농법들을 설명한 것이다. 도시인들의 머릿속에 농부의 이미지는 영화 ‘워낭소리’에 고정돼 있을 것이다. 농촌은 우리들이 언제 돌아가도 넉넉히 안아줄 고향과도 같은 것이어서인지 늘 과거일 수밖에 없지만 현실의 농촌은 ‘유비쿼터스’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농촌진흥청(농진청)은 현재 ‘흙토람’ 웹 서비스를 통해 실시간으로 작물의 선택·재배를 위한 적지적작(適地適作) 지원, 농경지 토양 및 양분 관리 컨설팅을 위한 토양검정(土壤檢定), 작물에 필요한 만큼의 비료만을 공급하는 시비처방(施肥處方) 등 과학적인 농가 맞춤형 영농 서비스를 하고 있다. 이미 전국 농경지 1400만 필지 중 609만 필지의 토양검정을 완료했고 미검정된 791만 필지는 매년 70필지씩 검정해 나갈 계획이다. 농진청은 2011년에는 전국 농경지의 60%가 토양검정이 완료됨으로써 약 20%의 비료 절감으로 연간 1556억 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비닐하우스의 경우 사용 연수 증가에 따라 구조 안전도가 떨어지게 마련인데, 어느 정도 강도를 갖고 있는지 파악되지 않아 강풍이나 폭설에 미리 대처하지 못했다. 농진청은 올해 비닐하우스 이동식 진단 시스템을 개발해 시연회를 가졌다.올해 세계 최초로 개발된 ‘유비쿼터스 기반 해충 발생 무인 감시 시스템’은 성페로몬으로 유인한 트랩에 찍힌 해충의 영상을 분석해 해충 밀도와 피해 허용 수준을 근거로 방제 여부와 시기를 휴대전화 문자 메시지로 알려주는 것이다.농진청은 또한 올해부터 무인 헬기를 이용한 농법을 꾸준히 시연하고 있다. 농업용 무인 헬기는 추락에 따른 인명 피해 우려가 없고 유인 헬기에 비해 고도가 3m 내외로 낮아 소량 정밀 살포가 가능해 방제 작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일본에서는 1990년대 초반에 보급돼 현재 2000여 대가 운용되고 있으며 국내에서는 2008년 50여 대가 농작업에 이용됐다.위 사례 외에도 엑스레이를 이용해 종자의 불량 유무를 미리 파악하는 기술이 개발됐고, 완전 자동제어되는 첨단 유리 온실을 개발하는 등 정보기술(IT)을 접목한 농업 기술 개발이 한창이다.우종국 기자 xyz@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