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대 경쟁력을 말한다-예종석 한양대 경영대학장

실용 학풍을 내세우고 있는 한양대 경영대의 예종석 학장은 단순한 학자가 아니라 사회가 필요한 인재를 길러내는 것이 교육 목표라고 말한다. 실제 이러한 학풍은 기업들이 한양대 경영대 졸업생을 선호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최근 한양대 경영대생의 공인회계사(CPA) 합격률도 크게 올랐다며 예 학장은 제자들을 자랑스러워했다. 요즘과 같이 경쟁이 치열한 시대에 학생들이 자신을 차별화할 수 있는 자격증, 연수, 공모전 입상 등을 성취할 수 있도록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한다.경영학의 필요성은 현대사회에서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과거에는 경제학자들이 경제 발전에 많이 참여했지만 현재는 기업들이 경제 발전을 주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기업들의 실질적인 활동을 통해 경제 발전이 이뤄지는 체제입니다.경영학은 효율성을 찾는 학문입니다.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도 공적인 이익과 효율성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비영리단체도 경영 마인드가 필요합니다. 최고경영자(CEO) 대통령이 나오는 이유도, ‘대학 총장도 CEO’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대부분의 학생들은 졸업 후 기업에 취직합니다. 기업들은 준비된 인재를 찾고 있기 때문에 경영학의 인기가 높은 것은 당연합니다. 따라서 경영대에 입학하려는 학생들의 경쟁이 치열하고 우수한 인재들이 경영대로 모이게 되는 거죠.여러 가지가 있지만 우선 국제화입니다. 국제화에 시동을 건 지 얼마 안 돼 흡족한 수준은 아니지만, 올해 외국인 교수 4명을 영입하고 20개 외국 대학교와 교류 협정을 맺으며 학생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교류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유럽과 미국을 자주 찾습니다. 학생뿐만 아니라 교수의 교류 협정도 맺었습니다.또한 현재 20% 정도인 영어 강의 비율을 50%까지 늘릴 예정입니다. 이를 위해 외국인 교수도 더 많이 충원할 계획입니다. 얼마 전 프랑스의 대학에 가 보니 영어 강좌가 많이 늘었습니다. 모국어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프랑스는 예전에 영어 강좌가 없었습니다. 국제 기준에 맞추려면 영어 강좌를 늘려야 하는 시대적 요구에 따른 것이죠. 우리 학교도 영어 강좌를 통해 해외 학생을 더 많이 유치하고 우리 학생도 외국에 나가 쉽게 적응할 수 있게 할 것입니다.또한 국제화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경영대학발전협의회(AACSB)의 인증 작업도 막바지 단계에 와 있습니다. 그리고 유럽 쪽의 인증도 준비하고 있습니다.한양대 70년 역사에 경영대는 50주년이 됐습니다. 한양대 경영대 졸업생은 약 3만 명에 이르며 각계각층에서 자리 잡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까지 경영대 동창회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선배들의 다양한 경험을 후배들이 전수받고 학교의 외연을 넓히는 활동으로 멘토링 프로그램을 실시했습니다. 행사 전 참가 신청 때부터 많은 졸업생들이 몰렸습니다. 갓 졸업한 동문에서부터 70대 대선배에 이르기까지 재학생 후배들에게 다양한 조언을 해 줬습니다. 서로 지속적으로 만날 약속을 하는 등 열기가 뜨거웠습니다. 학교는 기업에 몸담고 있는 선배들과 재학생들이 관계를 활발히 맺을 수 있도록 연결만 해 줬습니다.국내외 우수한 교수를 유치하기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하고 있습니다. 가장 큰 애로 사항은 외국 교수와 우리나라 교수의 월급이 차이가 크다는 것입니다. 3배까지 차이가 나기 때문에 모셔 오는 데 한계가 있습니다. 그래서 금전적인 대우 외에 다른 혜택을 주고 있습니다. 그리고 산학 협동을 강화하기 위해 기업의 고위 관리를 겸임이나 특임교수로 모셔 강의할 수 있게 하고 있습니다. 또한 타 대학에서 퇴임했지만 저명한 교수는 석좌교수로 모시기도 합니다.연구 지원도 많이 늘린 편입니다. 최근 결정한 사항으로 신임 교수가 과학색인인용(SCI)급 논문을 쓴 경우 2000만 원을 지원하기로 했습니다. 논문이 게재되는 저널의 수준에 따라 재정적 지원을 하거나 강의 등을 줄여주고 있습니다. 강의가 우수한 교수에게는 안식년을 자주 이용할 수 있게끔 하는 등 성과에 따른 차등 제도를 많이 도입했습니다.우리 사회는 기부 문화의 토양이 척박합니다. 더욱이 대학에 대한 기부가 적은 편입니다. 외국은 동창 기부금이나 정부 지원이 큰 편입니다. 미국 하버드대는 30조 원에 가까운 기금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우리 대학은 국내 타 대학에 비해 기금이 적은 편은 아니지만 선진국 대학에 비하면 부족합니다. 최근 기부금 확대를 위해 경영관 현관에 명예의 전당을 만들었습니다. 고액 기부자나 사회인으로서 학교에 업적을 세운 분의 이름을 여기에 새길 것입니다. 또한 졸업생들이 십시일반으로 다수가 참여할 수 있는 기부 프로그램을 준비하고 있습니다.기부 문화를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기부 입학제는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를 반대하는 사람들은 균등한 기회를 빼앗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기부자로 인해 혜택을 누리는 사람이 더 많아진다면 찬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기부금으로 입학했다고 하더라도 성적이 좋지 않아 따라오지 못한다면 졸업할 수 없습니다.우리 사회는 하향 평준화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한 명의 못 가진 자를 위해 여러 명이 희생해야 하는 제도라고 할 수 있죠. 기부입학제의 경우도 정책 결정자들이 전향적으로 생각하고 국민들을 잘 설득한다면 이를 통해 혜택을 누리는 이들이 많아질 것입니다.너무나 당연한 얘기입니다. 사회 모든 부문에서 자율 바람이 불고 있는데 대학에는 이러한 변화가 약합니다. 대부분의 규제를 다 풀어버리고 꼭 필요한 것만 남겨놓아야 합니다. 규제의 수준이 심각합니다. 예를 들면 경영전문대학원의 본질을 잘 알지 못하는 분들이 규제 정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경영전문대학원은 직장인들을 위한 것이므로 야간에 수업을 들을 수 있게 해줘야 하는데, 현재 이 과정을 주간에만 하도록 규제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일부 대학은 정원을 채우지 못하고 있어요. 주간 학생에 맞춰 경영전문대학원을 운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맞지 않는 상황입니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규제가 존재하고 있습니다.대학의 일은 대학에 맡겨야 합니다. 모든 것을 규제하려고 하면 정부가 비대해질 수밖에 없습니다.학장직에 오른 지 만 2년 됐습니다. 학장은 임무가 많기 때문에 아주 고된 자리입니다. 그리고 요즘 대학은 큰 변혁기를 맞고 있습니다. 그래서 학장은 이제 사방으로 뛰어다녀야 합니다. 해외 출장도 많고 하루 종일 회의를 여는 경우도 있고 한 학기 9학점을 가르쳐야 합니다. 대학이 커지다 보니 최근 몇 년 동안 교수의 수가 배가 됐고 행정적 업무는 폭주하고 있습니다. 저녁에는 비학위 과정에도 관여해야 합니다. 이러한 일들을 책임지고 진행해야 하는데 인사권, 예산권 등 재량권은 별로 없습니다.1953년생. 캘리포니아주립대 경제학과 졸업. 인디애나대 대학원 경영학 석사, 박사. 89년 한국소비자연구회 편집위원장. 98년 제일모직 사외이사. 에스콰이아문화재단 이사. 2001년 두산 사외이사(현). 한양대 경영연구소 소장. 아름다운재단 기부문화연구소 소장. 한양대 경영대 학장 겸 글로벌경영전문대학원장(현).대담= 김상헌 취재편집부장정리 = 이진원 기자 zinone@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