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표로 본 외국계 100대 기업

종합 순위 1, 2위를 차지한 한국스탠다드차타드제일은행(이하 SC제일은행)과 한국씨티은행(이하 씨티은행)이 개별 지표에서도 박빙의 승부를 펼쳤다. 자산, 매출, 순이익 등 3개 평가지표에서도 두 은행은 1위를 두고 치열한 다툼을 벌였다. 결과는 SC제일은행이 자산과 매출에서 1위, 순이익 2위를 차지했고 씨티은행은 순이익에서 1위에 올랐지만 자산과 매출에서 2위에 머무르며 종합 순위 2위에 만족해야 했다.자산 부문에서는 예년과 마찬가지로 금융사들의 독무대가 이어졌다. 상위 6위까지 금융사들이 ‘싹쓸이’했다. 상위 10위로 보면 지난 조사보다 1개 많은 7개 금융사가 순위에 오르며 막강한 몸집을 자랑했다.1, 2위인 SC제일은행과 씨티은행의 자산은 지난 조사 당시 약 57조 원, 48조 원에서 53조 원, 47조 원으로 다소 줄었지만 3위권과 워낙 차이가 커 순위를 지키는 데는 아무런 영향이 없었다. 이에 비해 3위 ING생명보험은 7조5951억 원에서 10조4911억 원으로 38%가량 덩치를 키우며 4위에서 3위로 한 계단 올랐지만 2위권에 진입하기엔 역부족이었다.4, 5, 6위인 알리안츠생명보험, 메트라이프생명보험, 푸르덴셜생명보험도 모두 자산이 불어나 2007년 보험업계의 호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삼성테스코, 르노삼성자동차, 유코카캐리어스 등 비금융업 기업들은 지난 조사와 동일하게 7, 8, 9위를 차지했다. 자산은 불어났지만 금융사들의 몸집을 이기기는 어려웠다.10위권에서는 비금융 기업들의 수가 많았다. 순위에는 지난 조사 때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금융 기업들의 경우는 예외라고 할 수 있다. 11위를 차지한 피씨에이생명보험은 자산이 7253억 원에서 1조2591억 원으로 무려 74%나 불어나며 19위에서 11위로 8계단이나 상승했다.16위인 페닌슐라캐피탈도 주목된다. 2006년 설립된 이 회사는 부동산 대출에 공을 들이고 있는 메릴린치의 대부업 계열사다. 세계적인 투자 그룹의 일원답게 과감한 투자를 진행하며 설립 이듬해인 2007년 자산 순위 16위에 랭크되긴 했지만 영업수익과 순이익은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영업수익 222위, 순이익은 186위에 그쳤다.반면 순위가 크게 하락한 기업도 있다. 지이캐피탈코리아가 대표적이다. 자산이 1조1328억 원에서 7036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나면서 자산 순위가 13위에서 25위로 밀려났다. 에이치피파이낸셜도 자산이 900억 원가량 줄어들면서 29위에서 38위로 9계단 뒷걸음질했다.매출(영업수익) 지표에서도 SC제일은행은 독보적인 실적을 기록했다. 전년에 비해 51%나 증가한 12조486억 원을 달성해 19% 성장한 2위 씨티은행(8조5822억 원)을 넉넉하게 앞질렀다. 이에 따라 지난 조사 시에는 7500억 원 정도였던 양 사의 격차는 3조4664억 원으로 벌어지고 말았다.매출에서는 비금융 기업들이 선전했다. 상위 10위 기업 중 6곳이 비금융 기업들이었다. 노키아티엠씨가 2조7426억 원에서 2조2096억 원으로 매출이 줄며 4위에서 7위로 밀려난 것을 제외하면 순위 변화는 크지 않았다.필립스전자의 변화도 주목된다. 매출 순위가 21위에서 61위로 크게 떨어졌기 때문이다. 매출액도 6716억 원에서 3164억 원으로 반 토막이 났다. 무엇보다 필립스의 반도체사업부가 분사한 것이 매출 하락의 결정적인 이유로 풀이된다. 반면 필립스에서 분사한 엔엑스피반도체는 6574억 원의 매출을 달성하며 24위에 올랐다.순이익에선 한국씨티은행이 SC제일은행을 눌렀다. 3240억 원에서 4681억 원으로 순이익이 44.5%나 증가하며 1위를 수성했다. SC제일은행은 2213억 원에서 2800억 원으로 순이익이 26.5% 성장시키며 추격전을 벌였지만 1위 등극엔 실패했다. 하지만 순이익 순위는 4위에서 2위로 2계단 상승하는 성과를 거뒀다.순이익에서 최대 파란은 에이앤피파이낸셜이다. 1300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며 7위에 올랐다. 알리안츠생명보험(8위), 푸르덴셜생명보험(10위), 아이엔지생명보험(12위) 등 쟁쟁한 보험사들을 젖힌 것이다. 대부 업체 가운데 1위인 것은 두말할 것도 없다. 매출액 대비 계속사업이익률은 61.04%에 이른다. 이 회사는 2009년 유가증권시장 상장도 추진하고 있어 이래저래 관심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대부 업체의 매출액 대비 경상수익률은 놀라운 수준이다. 산와가 53.5%로 15위, 지이캐피탈의 자회사인 지이리얼에스테이트가 60.59%로 28위에 올랐다. 두 회사의 영업수익 순위는 각각 85위 145위였다.첨단 기술 기업과 디지털 기업들의 수익률도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순이익 순위 6위에 오른 한국화이자가 대표적이다. 세계적인 제약 업체인 이 회사의 매출액 대비 경상이익률은 51.0%에 달한다. 매출액은 45위에 그쳤음에도 순이익 순위 6위에 오른 힘이 여기에 있다. 게임 업체인 넥슨은 매출 순위가 95위에 그쳤지만 54.6%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순이익 순위 18위에 오르며 ‘알토란 기업’의 대열에 합류했다.30위 밖으로 밀려난 기업도 다수였다. 씨티글로벌마켓증권이 11위에서 66위로, 맥쿼리신한인프라스트럭쳐자산운용이 14위에서 105위로 순위가 크게 떨어진 것이 대표적이다. 페어차일드반도체코리아도 19위에서 43위로 내려앉았다.변형주 기자 hjb@kbizwee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