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리모컨 조정… 거실 새 주인 노려

거실 진출을 앞둔 PC가 올해부터 본격적인 몸풀기에 돌입한다. 리모컨으로 PC에 있는 음악, 영화, 사진 등 갖가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가 그 선두에 나설 예정이다. PC 제조업체들 역시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탑재한 PC를 2004년 주력 모델로 삼을 방침이다.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의 가전 기능은 아직 설익은 상태지만 PC의 가전화에 불을 댕기는 마케팅 도구가 될 것으로 보인다.2003년 데스크톱의 화두는 ‘슬림’이었다. ‘더 얇게, 더 작게’를 지향하는 데스크톱의 슬림화는 2004년에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하지만 여기에 또 다른 요소가 추가될 듯하다. 바로 ‘PC의 거실 진출’을 위한 본격적인 리모컨 도입과 AV(Audio & Video) 엔터테인먼트 기능의 강화 등이다.실제로 국내 PC의 유행을 주도하는 가장 영향력 있는 업체 가운데 하나인 삼성전자는 지난 해 11월 2004년형 PC를 발표하면서 “2004년에는 AV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강조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AV 엔터테인먼트 기능을 끌어올리는 역할은 마이크로소프트의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가 맡을 예정이다.물론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 자체가 PC를 가전제품처럼 다룰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PC 작업과 리모컨으로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손쉽게 조작할 수 있는 이중 형태를 도입, PC의 거실 진출을 위한 교두보 역할을 맡기겠다는 것이 마이크로소프트의 전략이다.엔터테인먼트 기능 대폭 강화마이크로소프트는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정식 명칭은 Microsoft Windows XP Media Center Edition 2004)를 ‘홈엔터테인먼트를 위한 디지털 미디어 허브’라고 말한다. 동영상과 음악, 사진 등 PC에서 보고 즐길 수 있는 갖가지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리모컨 하나로 손쉽게 다룰 수 있게 하겠다는 뜻이다.‘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지원하는 리모컨은 PC의 특성상 PC의 모든 기능을 제어하지는 못한다. 기존 입력장치인 키보드와 마우스를 보완하는 역할로 이해하면 쉬울 것이다. 리모컨으로 직접 제어할 수 있는 것은 멀티미디어 콘텐츠 감상 기능들이다. 리모컨에는 적외선(IR) 센서가 달려 있는데, 이 센서를 통해 PC뿐만 아니라 셋톱박스나 가전제품 등을 제어하게 된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PC의 리모컨으로 자사의 모든 가전제품을 다룰 수 있도록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만일 다른 제조업체의 제품까지 다룰 수 있게 된다면 꽤 효용성 높은 도구가 될 것이다.리모컨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프로그램 자체다.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는 크게 TV 기능, 사진감상, 음악감상, 라디오 기능, 비디오 기능, DVD 재생기능 등 6가지 기능을 수행한다. 이런 기능은 기존 2002 버전과 똑같지만 2004 버전에서는 라디오 수신기능과 온라인 콘텐츠 정보를 볼 수 있게 해주는 온라인 포커스 기능, TV 방송일정 정보 등을 미리 서비스하는 EPG 기능을 추가했다. 그밖에 오디오 CD에 있던 음악을 WMA 파일로 자동 변환해주는 ‘자동 CD 리핑기능’과 사진 편집ㆍ보정 기능도 지원한다.이들 서비스를 리모컨으로 다룬다는 것에 당장 큰 효용성을 느끼지 못하는 사용자들도 있을 것이다. PC의 모든 기능을 제어할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리모컨은 대안이 아닌 옵션으로 여겨질 수도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PC 자체의 입력방식이 바뀌지 않는 한 PC의 거실 진출이 힘들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리모컨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로 얻을 수 있는 현실적인 혜택은 무엇일까.사실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의 중요한 역할은 리모컨을 활용한 기능성보다 그동안 PC 안에 이리저리 널려 있던 사진, 음악, 동영상 등의 콘텐츠를 데이터베이스화해 준다는 것이다. 즉 멀티미디어 콘텐츠를 손쉽게 데이터베이스화해 간편하게 버튼만 누르면 실행시킬 수 있는 ‘가전화’ 대상으로 만들어준다는 것이다.눈에 보이지 않지만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에는 내부적으로 달라진 점이 몇가지 있다. 일단 한 화면에서 다른 화면으로 넘어갈 때 버퍼링 등으로 화면전환이 매끄럽지 않았던 문제를 해결했으며,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사용하다가 손쉽게 윈도 XP용 일반 프로그램으로 전환하거나 부분 창을 통해 함께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했다. 또한 TV 수신기능을 개선해 기존 버전보다 좋은 화질을 구현하며, TV를 보다가 다른 기능을 수행할 수 있게 하는 멀티 뷰어 기능도 지원한다. 요컨대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는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기보다는 기능개선에 초점을 맞춘 버전 업그레이드인 것이다.가전제품과 연동하는 PC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는 기존 시장의 한정된 부가가치를 넘어 한 단계 도약해야만 하는 PC업계의 고민을 그대로 반영한 제품이라고 할 수 있다. PC는 그동안 사무실에서 방으로 영역을 넓히면서 90년대 말까지 매년 50%가 넘는 성장세를 기록해 왔다. 이제 포화상태에 이른 방 안에서 벗어나 거실로 진출해야 하는 것이다.올해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탑재한 데스크톱을 내놓거나 내놓을 예정인 국내 업체는 삼성전자와 한국HP, TG삼보컴퓨터 등 3곳.삼성전자는 2004년 트렌드를 주도할 새로운 컨셉으로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보다 적극적으로 내세울 전망이다. 데스크톱뿐만 아니라 노트북에도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탑재할 방침이다. 또한 자사의 다른 가전제품을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용 리모컨으로 제어할 수 있게 하는 등 최대한 시너지 효과를 높일 계획이다.한국HP는 기존 데스크톱 브랜드인 프리자리오와 파빌리온 외에 아예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 전용 브랜드를 만들 예정이다. 3개의 자사 브랜드를 동시에 키운다는 전략이다. 또한 삼성전자와 비슷한 자사제품 활용방안도 모색 중이다. 미디어센터 에디션 모델에 HP 카메라를 장착할 수 있는 전용 도크를 달아 디지털카메라만 끼우면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에서 곧바로 디지털카메라를 활용할 수 있게 하겠다는 것이다.그렇다면 실제로 출시된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 PC는 무엇이 있을까. 현재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 PC를 내놓은 회사는 삼성전자와 한국HP 등 2곳. 삼성전자가 선보인 모델은 매직스테이션 MT30-RCABQ/30H, MT30-RC5AQ/28H, MT30-RC28Q/26H의 3종으로, 가격은 각각 263만6,500원, 220만1,000원, 200만900원이다. 한국HP가 내놓은 제품은 미디어센터 PC m492k DT099A와 m490k DT239A의 2종으로 가격은 각각 170만5,000원, 145만원이다. 가격은 제조사의 정책에 따라서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를 탑재한 제품은 모두 5.1채널 사운드와 TV 수신기능, IEEE 1394 등 갖가지 멀티미디어 기능을 지원한다.미디어센터 에디션 2004는 사람들이 PC에서 바라는 것처럼 PC의 모든 기능을 조작할 수 있는 도구가 될 수는 없다. 하지만 거실 진출을 위한 교두보라는 의미에서 흥미로운 시도로 받아들일 수 있을 것이다. 이미 거실을 차지하거나 공략 중인 케이블TV, 디지털가전제품들과 앞으로 수년간 힘겨루기에 나설 PC업계의 선봉장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