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 녹색전환 위한 부처 간 통합 컨트롤타워 구축 제안
원스톱 통합 창구로 범부처 공동 심사·데이터 관리체계 마련 중요
기후부·산업부·중기부 등 실무진 한자리 모여 충돌 조정 방향성 모색

"K-GX 실제로 가능하려면 부처 간 중복조정 필수적"
"탄소중립산업법, GX촉진법 등 모든 법안의 문제의식은 모두 타당합니다. 중요한 것은 이들 법안이 상호간, 그리고 기존 법제와 어떻게 맞물릴지에 대한 고민과 대책입니다."

조홍식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한국법학교수회 회장)은 9일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K-GX 전략의 법제화-녹색산업 국가로의 전환을 위한 제도적 기반 토론회'에서 이 같이 말하며 법안 간 중복과 통합을 강조했다.

이번 토론회에는 국회에 탄소중립·녹색전환(GX) 관련 법안들이 쏟아지는 가운데, 부처 간 권한 다툼과 중복 규제 우려를 감안해 정부와 산업계, 학계 관계자들이 모여 실질적인 조정안을 모색한다는 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토론회에는 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통상자원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관계 부처 실무 담당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각 부처 법안의 충돌을 조정하기 위한 방향성을 모색했다.

"녹색전환 위해 법률과 정책 수단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해야"

첫 번째 발제자로 나선 장은혜 한국법제연구원 지속가능·기후변화법제팀장은 녹색산업 전환을 위한 법제화의 4대 필요성과 원칙에 대해 논의했다. 먼저 예측가능성이다. 탈탄소 설비 투자가 회수기간이 길고 리스크가 큰 만큼, 정권 ·예산 주기를 넘어선 법률적 약속이 있어야 한다. 둘째로 여러 부처로 흩어진 권한과 절차의 조율이다. 정책 수단의 중복과 공백을 방지하기 위해 꼭 필요하다.

셋째로는 책임성 확보다. 국민 재원의 투입 조건, 성과 측정·미달 검증, 미달 시 회수 수정 구조를 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 넷째는 사전 숙의와 절차적 정당성이다. 개별 법안의 신속한 통과보다 부처간 제도간 사전 조율과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되어야 사후 갈등이나 분쟁을 막을 수 있다.

장 팀장은 K-GX 전략을 위해 각국은 규제와 지원을 결합하고, 전략기술을 선별하며, 장기투자를 유도하고, 성과 관리 및 지원 조건을 강화한다는 공통점이 있다고 꼽았다. 그러면서 장 팀장은 "K-GX는 단순히 새로운 법정 계획을 하나 더 만드는 것이 아니라, 기존 법률과 각 부처에 분산된 정책 수단을 하나의 체계로 연결하고 우선순위를 조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 발제자인 지현영 서울대 환경에너지법정책센터 변호사는 탄소중립산업법안(기후에너지환경부), 산업GX촉진법(산업통상자원부), 중소기업탄소중립촉진법안(중소벤처기업부), 기후테크법안(기후부) 등 4대 주요 법안을 비교·평가했다.

지 변호사는 각 법안의 강점과 개선점을 따지며 서로간 충돌 위험성을 경계했다. 예컨대 탄소중립법안은 개별 기업 지정 위주의 지원 구조로 엄격한 전환 경로 부과가 미흡하다. GX 촉진법안은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와 연계 불확실은 물론 기존 환경 법들과의 기능 충돌도 우려된다. 기후테크법안도 초기 창업이나 벤처 중심으로 연계돼 실용적 사업화와 금융·세제 지원과의 직접적 연계가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이를 위해 지 변호사는 통합 거버넌스 및 성과 관리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했다. 부처별 중복을 막을 원스톱 통합 창구 및 범부처 공동 심사·데이터 관리체계를 마련하자는 것이다. 또한 NDC 연계한 업종별 전환 경로를 강화하며 일본과 같은 전략 프로젝트 중심 지원을 강조했다.

마지막 발제자인 정수종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탄소중립기본법(기본 목표) → K-GX 전략(성장·산업 전환 경로) → 기후테크법 및 기후가치평가(상용화 기술 실증 및 투자 담보)로 이어지는 법·제도적 선순환 고리가 완성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각 부처 목소리 높여..."산업 현장 현실 고려해야"

조홍식 교수를 좌장으로 한 토론 시간에는 각 이해관계자간 목소리가 담겼다. 정은미 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법적 과잉과 일관성'을 경계했다. 정 연구원은 "법률과 정책이 난립하면 산업계는 불확실성을 느끼게 된다"라며 "중요한 것은 항구적이고 일관된 국가의 전환 의지이며, 부처 분절적인 복잡한 법체계보다는 법률의 복잡성을 줄이고 유연성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이사는 "IRA와 같은 글로벌 탈탄소 정책은 에너지 안보 및 자국산업 육성이 핵심"이라며 성공적인 녹색 정책은 규제와 지원의 병행, 구체적이고 세부적인 조항 명시, 산업계와의 긴밀한 소통 및 법안의 지속적 진화"라고 강조했다.

김도경 대한상공회의소 박사는 "2030 NDC 목표만 남고 실질적 지원 제도가 사라져 선제투자를 진행한 기업들이 손실을 입고 사업을 철회한 경험이 있다"라며 "무탄소 전력 확보, 높은 산업용 전기요금, 수소환원제철 등 신기술 적용 시 대규모 전력·수소 인프라 부족 등 복잡한 문제에 대해 법제화로 지원의 지속성을 보장해야 한다"고 의견을 밝혔다.

김현영 재정경제부 녹색전환경제과장은 "신성장동력GX와 모두의 GX, 지속가능한 GX라는 세 가지 기본 방향을 중심으로 GX를 추진할 예정"이라며 "민관합동 추진단을 통해 부처간 협의를 이끌 예정"이라고 말했다.

염정섭 기후에너지환경부 녹색전환정책과장은 "탄소중립기본법 체계 내에서 특별조치법 성격의 탄소중립산업법과 장기적 미래기술 육성을 목표로 하는 기후테크법은 서로 보완적 관계로 양립가능하다고 본다"고 설명했다.

강은구 산업통상부 산업환경과장은 "공급자 중심의 기존 법 제도를 벗어나, 탄소 감축이라는 제약 조건을 달성하면서도 산업계가 스스로 원하는 로드맵을 수립할 수 있는 자율성과 책임성을 부여하는 GX법안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예우영 중소벤처기업부 과장은 "중소기업법의 경우 규제 시장에 참여하지 못해 소외된 절대 다수의 중소기업이 탄소중립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지원하는 보완적 역할의 법률"이라며 "다른 부처 법안과의 충돌보다는 하위 규정 마련 및 자발적 탄소시장 연계를 통해 충분히 조정 가능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구현화 기자 ku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