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의 큰 명절인 설. 오랫동안 보지 못했던 가족, 친지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음식도 같이 먹고 덕담을 나누는 자리다. 그런데 맛있는 음식들이 많다고 이것저것 마구 집어먹다 보면 배탈이 나기 십상이다. 음식은 잘 먹으면 보약이지만 그렇지 않으면 해가 된다.설음식의 대표주자는 단연 떡국이다. 가래떡의 흰색은 새해 첫날의 밝음을 뜻한다. 그리고 지금은 가래떡을 한쪽으로 비스듬하게 썰지만 원래는 직각으로 하여 원형으로 썰었다고 한다. 원형이란 태양을 상징해서 해를 먹는다는 의미, 즉 떡국을 먹음으로써 나이 한 살을 더 먹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 또한 원형은 돈을 의미하기도 해 부귀영화를 바라는 새해 소망 또한 담겨져 있는 것이다.설은 영양보충을 하는 날이기도 하다. 푸짐한 갈비찜 한접시 비우고 나면 그렇게 속이 든든할 수가 없다. 갈비찜은 갈비, 배, 무, 밤, 대추, 표고버섯, 은행 등의 재료를 넣고 갖은 양념을 한 후 냄비에 푹 쪄낸 음식이다. 고기는 오장육부를 보해주기도 하지만 너무 많이 먹으면 자칫 체하기 쉽다. 그래서 고기에 체하기 않도록 소화를 도와주는 무가 재료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그래도 걱정이 된다면 된장국과 함께 먹어보자. <동의보감>에 보면 고기를 먹고 중독됐을 때는 된장이나 부추를 먹으라는 말이 나온다. 부추를 넣고 끓인 된장이나 부추무침 등을 갈비찜에 곁들여보자. 그리고 육류의 소화흡수를 도와주는 키위와 파인애플 같은 과일을 후식으로 함께하면 맛있는 갈비찜 먹고 체할 걱정을 덜 수 있을 것이다.빈대떡 또한 설의 별미이다. 녹두가루를 돼지고기와 여러가지 나물과 함께 섞어서 반죽해 동그랗게 지져서 만든다. 녹두는 독과 번열, 갈증을 없애주며 정신을 편안하게 해주는 성질을 갖고 있다. 음식이나 약초의 독을 없애주는 데 녹두가 많이 사용되고 특히 술독을 제거해주는 효과 또한 좋다. 따라서 설음식상에 차려지는 빈대떡은 과식에서 오는 체기를 내려줄 뿐만 아니라 설날 친지들끼리 모여서 벌어지는 술상에서도 훌륭한 안주가 될 수 있다.또 달콤하고 쫄깃쫄깃한 약식이 있다. 물에 불린 찹쌀을 찌고 여기에 참기름, 간장, 꿀을 넣어서 골고루 버무린 후 대추, 밤, 잣 등을 섞어서 다시 한 번 찌면 갈색의 윤기 흐르는 약식이 완성된다. 찹쌀은 끈적끈적한 성질을 갖고 있어서 소화가 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린다. 그래서 노인이나 어린아이들에게는 찹쌀을 많이 먹이지 말라는 말이 <본초서적>에 나온다. 여기에 비위의 기능을 도와주는 대추와 밤을 같이 배합해 약식을 많이 먹어도 속이 상하지 않도록 한 것이다.만약 약식은 좋아하는 데 빨리 소화시켜낼 만한 위장을 갖지 못했다면 약식을 먹은 후에 식혜를 먹으면 좋다. 식혜는 엿기름으로 만든 음료인데 엿기름이란 한약명으로는 ‘맥아’라고 하며 쌀, 밀가루, 과일 등의 적취를 해소하는 효능을 가졌다. 따라서 약식을 먹을 때는 식혜를 항상 챙겨두자. 좋은 소화제가 될 것이다.마지막으로 설날의 전통후식인 수정과가 있다. 수정과의 주 원료는 생강과 계피인데 생강과 계피의 성질이 뜨거워서 추운 바깥에 나가기 전이나 후에 수정과 한잔을 마시면 몸을 훈훈하게 데우는 데 아주 그만이다. 성질이 따뜻하므로 몸이 차가운 사람에게 좋은 것은 말할 나위 없다. 굳이 몸이 찬 사람이 아니더라도 과일을 후식으로 할 때 수정과와 함께한다면 과일의 찬 성질과 수정과의 따뜻한 성질이 중화가 되므로 무리 없이 즐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