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세대, 오래된 제품이나 빈티지 의류
신선함으로 인식하고 자기 방식대로 스타일링

패션 브랜드, 젠지세대 흡수 위해
아카이브에서 디자인 코드 꺼내 현대식으로 재구성

닥스 133년 브랜드 역사 속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LF)
닥스 133년 브랜드 역사 속 디자인 일러스트. (사진=LF)
요즘 가장 힙한 아이돌그룹 코르티스가 선보이는 패션 스타일이 있습니다. ‘슬래커코어’인데요. 게으른 사람이라는 뜻으로, 완벽하게 차려입는 대신 집 앞에 나온 것처럼 편안하게 입는 게 특징입니다. 예를 들면 늘어난 티셔츠, 몸보다 큰 후드 집업, 낡은 스니커즈 등이 대표적인 슬래커코어입니다.

특히, 빈티지 제품을 활용하는 게 슬래커코어의 특징이기도 합니다. 오래된 반팔 티셔츠, 장롱 속에 묵혀둔 청바지 등도 슬래커코어를 살려주는 아이템으로 꼽힙니다.

이런 트렌드는 젠지세대(1997~2012년 출생)가 옛것을 ‘신선함’으로 인식한 영향인데요. 부모 세대가 입었던 옷이나 중고 시장에서 발견한 제품을 새롭고 개성 있는 스타일로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새 옷을 입기보다 오래된 옷을 자기 방식대로 스타일링하는 게 요즘 트렌드라고 합니다.

흐름에 맞춰 패션 브랜드도 ‘과거’를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수십 년 전의 대표 제품과 실루엣, 패턴 등 브랜드를 상징했던 디자인 코드를 아카이브에서 꺼내 현재의 소재와 비례, 착장 방식에 맞게 새롭게 풀어내는 방식인데요.

다만, 과거 인기 제품을 그대로 복원하는 ‘복각’과는 다릅니다. 브랜드가 오랜 시간 축적하며 이미 정체성으로 검증받은 디자인 코드를 다시 현재의 경쟁력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영국 명품 브랜드 버버리는 다니엘 리 체제에서 트렌치코트와 체크 등 하우스를 대표하는 브리티시 코드를 다시 전면에 내세웠습니다. 2026 겨울 컬렉션에서는 전체 룩의 약 60%에 트렌치를 다양한 형태로 등장시켰고, 여름 컬렉션에서는 1927년 아카이브 코트의 디테일을 새로운 트렌치에 반영하는 등 오랜 헤리티지를 현재의 실루엣과 소재로 바꾸는 겁니다.

샤넬 디자인을 총괄하는 마티유 블라지는 2027 리조트 컬렉션에서 1926년 가브리엘 샤넬의 리틀 블랙 드레스(LBD)를 출발점으로 삼았습니다. 원작에서 발견한 뒷면의 커다란 리본을 그대로 복원하는 대신 작은 가방을 품은 클러치로 변형하며, 100년 전 디자인 요소를 새로운 제품으로 확장했습니다.

조나단 앤더슨 디올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역시 2026 프리폴 컬렉션에서 1949년 오트쿠튀르 드레스 ‘델프트’의 양옆으로 확장되는 볼륨을 데님에 적용했습니다. 과거의 형태를 보존하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소재와 아이템으로 옮겨 현재의 디자인 언어로 바꿨다는 평가를 받았죠.
닥스 2026 FW 디오리지널 라인 컬렉션. (사진=LF)
닥스 2026 FW 디오리지널 라인 컬렉션. (사진=LF)
영국 런던에서 시작된 닥스는 2026년 시그니처 라인 ‘디오리지널’을 본격 론칭하며, 과거 아카이브에 축적된 영국 클래식웨어의 디자인 요소를 현재의 감각으로 바꿨습니다.

디오리지널의 핵심 아이템인 트렌치코트는 1970년대 닥스 아카이브에서 영감을 얻었습니다. 소매 스트랩과 가죽 버클 벨트, 스로트 래치, 뒷트임 등 전통적인 구조와 기능적 디테일은 계승하면서 패턴을 재해석한 게 특징입니다.

바로 반응이 왔습니다. 지난해 26SS 처음 선보인 디오리지널 라인의 판매율은 일반 컬렉션보다 약 20% 높게 나타났거든요. 닥스는 앞으로도 아카이브에서 고유한 디자인 요소와 아이콘을 발굴해 시대의 취향에 맞게 재해석하고, 이를 다시 브랜드 자산으로 축적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LF 닥스 관계자는 “디오리지널은 닥스가 133년 동안 쌓아온 영국 헤리티지를 오늘날의 감각으로 재해석하고 앞으로 지속적으로 축적해 나갈 시그니처 자산을 만드는 핵심 라인”이라며 “닥스만의 브리티시 클래식을 시대의 취향에 맞게 진화시키면서 세대와 시간을 넘어 선택받을 수 있는 브랜드 경쟁력을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음엔 또 어떤 브랜드가 과거를 현재로 변화시킬지 지켜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최수진 기자 jinny06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