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출기를 사용하는 사람은 누구나 전화하기 곤란한 상황에서 호출을 받았을 때의 당황스러움을 경험해 봤을 것이다. 교통이 정체된상태로 차안에서 호출을 받았을 때 도대체 무슨 일인지 궁금할뿐더러 그 호출이 회사로부터 온 것일 때는 몸이 달기 마련이다. 꼭 확인전화를 해야만 무슨 용건인지 알 수 있는 기존 호출기의 불편함을 획기적으로 보완한 것이 문자호출 서비스다.지난해 11월 1일부터 시작된 문자호출 서비스는 호출기 단말기에문자가 나타나 전화를 하지 않고서도 무슨 용건인지를 즉시 알 수있다. 그러나 숫자뿐만이 아니라 한글과 영문까지도 전달할 수 있다는 문자호출 서비스의 장점에도 불구하고 문자호출기가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문자호출 서비스를 시작한지 두달이 지나도록 서비스 사업자들이 가입자를 확보하지 못한 채 지지부진한 상태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지난해 11월말을 기준으로 문자호출서비스의 가입자수는 한국이동통신이 1천6백명, 서울이동통신이 8백52명, 나래이동통신이8백34명이다. 8월초부터 시작된 광역서비스에 비해 턱없이 부진한숫자다. 한국통신과 서울이동통신의 광역서비스 가입자수는 지난해11월말까지 22만명과 6만명. 서비스 개시 이후 가입자가 한달에 평균 각각 5만5천명과 1만5천명씩 늘어난 셈이다. 문자서비스 한달가입자수의 20배가 넘는 수치다.문자호출 서비스의 가입자 수가 미미한 이유는 문자호출 방식이 까다롭기 때문이다. 문자호출 방식에는 정형문 방식과 PC를 이용한직접 전송방식, 오퍼레이팅 방식(수동방식) 등 세가지가 있는데 현재 국내에서는 정형문과 PC방식 두가지만을 사용할 수 있다. 정형문 방식이란 전화기의 숫자를 눌러 문자를 전송하는 방법이다. 누르는 숫자에 따라 다른 메시지가 전송된다. 예를들어 전화기로 호출번호를 입력한 후 「0*0716#」을 누르면 상대방 호출기에 「즉시회사로 복귀하십시오. 만나고 싶습니다.」라는 문자가 나타난다.여기서 0*은 문자시작코드, 07은 즉시 회사로 복귀하십시오, 16은만나고 싶습니다, #은 문자 입력완료를 나타낸다. 정형문 방식은숫자에 따른 문자표시 내용을 모두 외우거나 그 내용이 기록된 종이를 가지고 다녀야 하는 불편함 외에도 숫자로 나타낼 수 있는 문자가 한정돼 있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광역서비스가입 문자서비스의 20배PC를 통한 문자 전송방식은 PC에 전하고 싶은 내용을 치면 문자가모뎀을 통해 상대방 호출기로 전송되는 방식이다. 이 방법은 PC에한국이동통신 등 서비스 사업자가 제공하는 문자전송 전용 프로그램을 깔거나 PC통신에 가입하면 이용할 수 있다. PC방식은 자신이원하는 내용을 직접 전달할 수 있어 정형문 방식보다 편리하긴 하지만 PC를 사용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문자호출이 불가능하다는단점이 있다. 가장 편리한 방식은 오퍼레이팅 방식이다. 이 방법은서비스업체의 오퍼레이터에게 전화를 걸어 어떤 호출 번호에 무슨내용을 입력하고 싶다고 얘기하면 오퍼레이터가 해당 호출기에 문자가 나타나도록 입력해 주는 방식이다. 오퍼레이팅 방식은 전하고싶은 내용을 전화사서함에 녹음하듯 얘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정형문이나 PC방식에 비해 훨씬 편리하다.◆ 오퍼레이팅 문자서비스가 이용에 편리그러나 서비스 사업자 입장에서는 비싼 인건비를 지불하고 오퍼레이터를 따로 고용해야 하기 때문에 선뜻 오퍼레이팅 방식을 도입하지 못하고 있다. 현재 문자호출을 하기 위해서는 문자호출기를 구입한 후 가입비 3만4천원에 월이용료 1만4천5백원만 내면 되지만오퍼레이팅 방식이 도입될 경우 인건비 부담 때문에 이용료가 높아질 수밖에 없지 않느냐는게 업계의 입장이다. 결국 오퍼레이팅방식으로 문자호출서비스가 전환돼도 이용료가 비싸져 가입자 수는 크게 늘어나지 않을 것이란 예상이다.문자호출 가입자수가 기대치에 못 미치자 서비스 사업자들은 문자호출 외에 뉴스 스포츠 환율 등에 관한 정보를 무료로 제공함으로써 소비자를 만족시키려 하고 있다. 문자호출 서비스를 개선하기에앞서 각종 무료서비스로 일단 가입자만이라도 확보하자는 속셈인셈이다.문자호출 서비스 시장이 얼어붙자 호출기 제조업체들도 문자호출기공급 시기를 늦추거나 물량을 줄이고 있다. 실제로 현재 소비자가선택할 수 있는 호출기는 모토로라의 스크립터와 스탠다드텔레콤의닉소알파 밖에 없다. 그나마 닉소알파의 경우 물량이 적어 실제 사용하는 신규 가입자는 그리 많지 않다. 삼성전자가 글삐라는 브랜드로 문자호출기를 선보이긴 했으나 문자호출기 시장을 관망하는입장에서 5천∼1만대 정도의 소량만을 내놓아 거의 구하기가 어렵다. 용산전자상가의 통신기기 매장에서도 문자호출기가 『팔리지도않을뿐더러 제조업체에서 공급하는 물량도 거의 없어 전시용으로한 두개 정도만 진열해 놓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각종 무료 정보서비스로 일단 문자호출 가입자 수만이라도 확보하겠다는 서비스 사업자의 안일한 태도와 섣불리 나섰다가 손해보지는 않겠다는 제조업체의 수동적인 자세로 인해 문자호출기 시장은그야말로 「수요도 없고 공급도 없는」 허울뿐인 시장이 되고 말았다. 업계에서는 오퍼레이팅 방식이 도입돼 문자호출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편리해지거나 문자와 광역서비스가 동시에 가능한 신제품이나와야 얼어붙은 문자 호출기 시장이 어느 정도 풀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