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보다 보수다 또는 개혁이다 혁신이다, 이런 얘기들의 명확한 뜻은 아직 정립된 바 없다. 일단 이루어진 사회균형은 시간이 지나면서 흔들리게 되고 그 징후는 보다 큰 평등욕구로 나타나게 마련이며 결국 불평등을 누리던 사람들의 양보를 통해 새로운 균형이 이루어지는 것이 사회발전의 법칙이다. 이것을 우리는 편의상 개혁이라 부르고 근대국가에서는 개혁을 통해 권력이 분산되고 재산가의세부담이 증가한다. 보수는 기득권을 누리려 안간힘을 쓰지만 그때그때 개혁을 받아들임으로써 그 불안을 수렴한다.혁신이란 가진자의 뜻에 반하여 경우에 따라서는 강제로 권력과 부를 덜 가진자에게 배분하는 조치로서 노동자의 발언권을 강화하고소득이 없거나 적은 자에게 직접 재화를 배정하기도 한다. 역사를보면 개혁보다 혁신 혁명을 통해서 평등이 관철되는 것이고 앞으로도 그럴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면 진보주의가 된다.일단 이렇게 이해하고 나서 우리의 민주화운동을 들여다 보기로 하자. 독재정부가 보수와 손을 잡고 부정부패를 통해 서로 권력과 부를 불려 먹을 때 고한(苦汗)노동에 허덕이는 소외계층은 한많은 삶을 살아야 했다. 측은한 생각을 갖는 것은 어진자의 도리라 인텔리들도 민주화에 나섰다. 어느 대학생은 한줌도 안되는 부패특권층의부귀영화가 얼마나 우리를 소외의 골짜기로 몰아넣고 있느냐며 배를 갈라 죽기도 했다.다 지나간 얘기지만 독재와 맞서는 힘은 공산당에서 나온다고 믿는사람도 더러 있었다. 의회주의 갖고는 안된다고 절망하는 소리도들렸다. 여하튼 30년간이나 철옹성같이 버티던 군사독재는 여러갈래의 저항으로 무너지고 지금 서서히 민주화가 진행되고 있다.때를 맞춰 사회주의국가들이 연쇄부도로 쓰러졌다. 진보주의자들이꼭 현실사회주의를 모방하려 했던 것은 아니지만 자유와 함께 큰폭의 평등을 실현해 보려던 꿈은 깨어졌다. 물론 그들 주장의 바탕이 되었던 인간해방이나 자연보존과 같은 인류구원의 이상은 시퍼렇게 살아 있지만 새로 운동성이나 역동성을 갖기에는 아직 이르다. 그렇다고 해서 진보세력이 패잔병으로 또는 사상적 검증을 받아야 할 기피인물로 남아도는 것은 누구를 위해서도 이로울 게 없다.진보세력이 의회에 들어온다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일단 들어와보면 치열한 민주화운동을 무릅쓰고 우리곁에 우뚝 솟아오른 이 나라 경제의 정체성을 인식하게 될 것이고 내부분란보다는 현실적인정책대안을 모색할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미 몇몇 선례에 의하여 입증된 바 있으니 경계할 일이 못된다.1만달러 소득에 1천2백50억달러 수출이라지만 우리경제의 약점도많다. 수입 1천3백억달러, 그중 직간접으로 수출과 관련되는 기자재수입이 70~80%.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가공무역단계. 또한 우리나라 수출의 80%가 OEM. 더하여 하드건 소프트건 중소기업의 설 땅은 협소하고 대기업 식구가 아니면 늘 불안에 떨어야 한다. 그러나세계 10위의 통상국가. 반도체 수출 1백50억달러, 전자제품 자동차선박 섬유봉제 각 1백억달러. 5대그룹 매출이 GNP의 60%, 30대그룹이 중공업제품의 1백%, 경공업의 70% 생산. 투쟁을 멈추고 모든 사고가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대기업은 하루빨리 탈한국화 국제화로나아가야 한다. 모든 제한을 풀어야 한다. 경영정책이 노동정책에우선해야 한다. 그리고는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가품 중심 기업으로경제판을 다시 짜야 일등국이 된다.필요한 것은 철저한 자유기업주의와 법치주의다. 그 초석이 없이는헛집을 짓는 셈이다. 제2의 건국이란 바로 이게 아닌가. 이제 모든저항세력은 이길로 회향해야 한다. 기업주변에서 기업을 뜯어먹는권력과 관료, 그 아류는 철저히 배격되어야 한다. 제대로 된 기업을 파괴할 뿐 아니라 수재들의 기업진출을 가로막고 그들을 일하는재미보다 일 시키는 재미에 열중하도록 만들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