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20년 출생·사망 통계’ 잠정 결과에 따르면 가임 여성(15~49세) 1명이 일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나타낸 합계 출산율은 0.84명을 기록했다.
유엔 인구 통계에 따르면 조사 대상 198개국 가운데 합계 출산율이 1명 이하인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세계 평균 출산율 2.4명과 비교하면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한국에서 통계 작성을 시작한 1970년의 출산율이 4.53명이었지만 1983년에 2.06명을 기록했다. 한 국가가 현재의 인구 규모를 장기적으로 유지하는 데 필요한 수준의 출산율을 뜻하는 대체 출산율 2.1명을 밑돌기 시작한 것이다.
1984년부터 1명대로 떨어지더니 급기야 2018년 0.98명, 2019년 0.92명에 이어 작년 출산율이 0.9명대까지 깨지는 역대 최저치를 나타냈다. 출생아 수도 사상 최저치를 기록했다. 2020년 출생아 수는 27만2000명으로 전년 대비 3만1000명 감소했다.
지난해 사망자 수가 30만5000명이므로 출생아 수가 사망자 수에 미치지 못해 자연 인구 감소가 나타나는 ‘데드크로스’ 현상이 사상 처음 발생했다. 통계청이 2019년 발표한 장래 인구 추계의 시나리오보다 더 빠른 속도로 인구 감소가 진행되고 있다.
정부가 저출산 대책이라는 명분으로 2006년부터 작년까지 사용한 자금 총액은 225조원에 육박한다. 2020년에만 저출산 관련 예산으로 사용한 지출이 40조2000억원으로 2006년 2조1000억원과 비교하면 20배가 늘었지만 출산율의 급속한 추락을 막기에는 역부족이었음이 드러났다.
4차 저출산·고령화 기본 계획에 따르면 2021년부터 향후 5년 동안 196조원을 투입한다고 한다. 영유아 수당과 출산 수당 등의 액수가 증가했을 뿐 기존의 실패한 정책과 큰 차이가 없어 보여 실질적 효과 여부는 불투명하다. 엄청난 혈세를 투입하고도 진전을 보지 못하는 저출산 정책에 대해 근본적인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왜 자녀를 갖지 않으려고 할까. 미래에 대한 비관적 예측 때문이다. 앞으로의 삶이 희망적이고 기대에 찬다면 자녀를 낳지 않을 이유가 없다. 자기 혼자 살아가기도 벅차다고 느낄 때 배우자와 자녀에 대한 책임을 질 엄두를 내기가 어려운 것이다.
청년 실업률이 두 자릿수에 이르고 자고 나면 치솟는 집값을 보면서 선뜻 결혼하기는 쉽지 않다. 일자리 찾기가 힘들다 보니 경쟁이 심화되고 교육비까지 과열될 수밖에 없다. 개인주의적 성향의 젊은 세대들은 무리하기도 싫고 희생하기도 싫고 자신만의 삶을 즐기면서 지내고 싶을 뿐이다.
저출산은 장기적으로 생산성 저하를 초래해 저성장을 고착화하고 국가의 재정 건전성에도 큰 부담이 된다. 하지만 단기적으로 접근해 해결될 일이 아니다. 20대와 30대 여성의 혼인율이 50%를 밑도는 상황에서, 출산과 양육에 매달 일정 금액을 지원하는 정책은 반쪽짜리 정책이다.
자녀를 갖기로 이미 결정했다면 재정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지만 한국의 현실에서 엄마가 된다는 것은 평생을 저당 잡히는 일인데 수당의 증가로 갖지 않겠다는 생각을 설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육아 부담을 공적 비용화하고 전문가 유입을 중심으로 한 이민 정책, 혼외 자녀에 대한 시각의 변화 등 다양한 접근과 경제 활성화와 기회 창출이라는 큰 틀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효과적 플랜이 필요하다. 차은영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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