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라지소프트가 만든 '리얼 VR 피싱'
한국 최초 오큘러스 스토어 입점
오큘러스 스토어 매출 300만 달러 돌파

[스페셜 리포트]
해외 유저가99%...낚시 게임으로 세계 VR 시장 도전장
남아프리카공화국에 사는 아버지와 미국에 사는아들이 만나기 위해 가상현실(VR) 헤드셋을 머리에 썼다.

이들은 서울 한강에서 만나 포옹으로 그리움을 전한 뒤 롯데타워와 송파 일대가 보이는 풍경을 바라보며 낚시를 즐겼다. 이들이 만난 곳은 VR 게임 속이다.

오큘러스 퀘스트2(이하 퀘스트2) 의 VR 낚시 게임 ‘리얼VR피싱’의 실제 사용자가 남긴 후기다. 이 게임은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줄곧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오큘러스 스토어에서 매출 300만 달러(약 33억원)를 돌파한 몇 안 되는 애플리케이션(앱) 중 하나다.

해외 개발사 게임이 아니라 한국 개발사 ‘미라지소프트’가 만들었다. 임직원 7명이 전부인 인디 게임 개발사다. 하지만 내실은 튼튼하다. 미라지소프트의 안주형 대표와 최민경 이사 모두 페이스북 오큘러스 출신이다. 안 대표는 2013년 세계 최초로 VR 시네마 데모(실제 극장
환경을 3D로 구현해 영화나 영상을 시청하는 툴)를 개발한 스타 개발자이기도 하다.

미라지소프트 COO(최고운영책임자)인 최 이사 역시 페이스북 오큘러스 부서에서 일하며 VR 기술의 고도화와 산업의 확장 가능성을 몸소 경험했다.
최민경 미라지 소프트 COO
최민경 미라지 소프트 COO
‘리얼VR피싱’이 한국 최초로 오큘러스 퀘스트 스토어에 입점했다고 들었다. 어떤 의미인가.
“페이스북이 VR 산업 발전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는 것 중 하나가 콘텐츠 품질 관리다. 페이스북이 2014년 오큘러스 인수 후 드리프트라는 첫 VR 기기를 선보였지만 지금까지 성장은 더뎠다.

그때 오큘러스 초기 모델이나 다른 VR 기기에서 덜 정돈된 콘텐츠를 경험한 유저들이 VR실망하고 반감을 가지고 떠났기 때문이다. 가격 경쟁력이나 기술력도 지금보다 떨어졌지만 우수한 콘텐츠를 큐레이션하는것이 시장 발전에 가장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페이스북은 깨달았다.

이 떄문에 오큘러스 스토어 입점 시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만 입점할 수 있고 회사가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마케팅이나 운영을 제대로 할 수 있는지에 대한 판단도 한다. 아직 한국 게
임 업체 중 퀘스트2 스토어에 유료 애플리케이션으로 입점한 곳은 없다.”

▶글로벌 사용자들에게 인기가 많다고 들었다.
“해외 사용자가 99%다. 그중 VR 시장이 가장 큰 북미 사용자가 73%다.

▶실제 사용자들의 반응은 어떤가
“대부분의 글로벌 사용자들은 VR 게임을 통해 물리적·공간적 제약을 극복하고 사회와 연결된 느낌을 받는다고 평가한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거리봉쇄로 일상이 사라지자 우울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 않은가.

멀티플레이를 통해 게임 안에서 가족이나 친구를 만나 함께 낚시를 즐기고 상호작용 하며 위로받는 사용자들이 대부분이다.

한국 여행에 대한 관심도 증가했다. 실제 한국 낚시스폿을 구현해 놓다 보니 사용자들이 자발적으로구글어스를 통해 한국 관광 맵을 만들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끝나면 꼭 직접 방문하겠다는 사람들이 많다.”
해외 유저가99%...낚시 게임으로 세계 VR 시장 도전장
▶수많은 게임 아이템 중 낚시를 선택한 이유는 무엇인가.

“첫째, 어지럽지 않고 멀미를 유발하지 않는 콘텐츠여야 된다고 생각했다. 둘째, 퀘스트2의 해상도나 성능이 고도화된 만큼 실사 구현 콘텐츠를 개발하고 싶었다. 퀘스트2가 정말 좋은 기기임에도 불구하고 애니메이션이나 카툰 스타일의 게임이 많았다.

우리는 정반대로 실사를 구현하고자 했다. 울릉도 앞바다부터 한강까지 한국의 낚시 스폿 20곳을 그대로 옮겨 놓았다. 낚싯줄을 감고 풀풀 때도 현실에서처럼 손으로 돌려야 하고 낚싯대를 던지고 끌어당길 때도 손가락으로 조종하는 것이 아니라 실제와 똑같이 팔과 손목을 이용해야 한다. 기기의 진동을 통해 낚싯대의 반동과 손맛까지 최대한 재현했다.”

▶오큘러스 퀘스트2가 VR 시장을 바꿀 도화선이 될 것이라는 전망에 공감하나.
“시장이 많이 바뀔 것이라고 확신한다. 지난 2월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 스팀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퀘스트2는 280만 대가 팔렸다. 이는 PC 기반 사용자만 집계한 것이다. 퀘스트2는 PC 없이 디바이스만 가지고 플레이 하는 사용자들이 훨씬 많기 때문에 올해 연말까지 1000만 대 판매는 거뜬할 것으로 보인다.

VR 기기를 보유한 사람들이 늘어나면 시장이 열린다. VR과 증강현실(AR)은 오랫동안 관심을 받아 왔지만 지금 주목 받는 이유는 이제야 할만해졌기 때문이다.

신규 사용자 유입의 증가는 곧 생태계 활성화로 이어진다. 2020년 9월 기준 연매출 100만 달러(약 11억원)를 넘긴 퀘스트2 인기 콘텐츠는 35개뿐이었다. 그런데 지난 2월 60개 이상 기업이 100만 달러 이상의 매출을 올렸다. 단 5개월 만에 사업성을 인정받은 기업이 2배
로 증가한 것이다.

▶미라지소프트에는 어떤 영향이 있었나
"퀘스트2 발매 이후 우리 게임 사용자 구성에도 변화가 있었다. 2019년 초반에만 해도 남성 비율이 92%에 달했는데 2020년 12월 말 기준으로 여성 유저들의 비율이 22%로 높아졌다. 24~44세의 비율도 50%까지 낮아졌다. 그만큼 다른 세대까지 연령 분포가 확대됐다는 뜻이다. 그런 지표들을 보면서 업계에서는 메타버스의 세계가 열리고 있는 것을 실감한다.”

김영은 기자 kye021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