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작용 일시적 ... 금리·환율 안정시키고 경제 살릴 '마지막 출구'

아시아는 현재 사면초가에 빠져 있다. 위기를 극복하려고 무엇인가를 시도하는 노력 자체가 또다른 자본 유출을 불러올 수 있다는게가장 큰 딜레마이다. 실제로 아시아 경제는 돈을 가지고 있는 외국투자자들의 볼모가 돼버렸다. 95년 멕시코 위기때 효력을 발휘했던IMF 처방이 현재 아시아에서는 별효과가 없다는 사실은 이미 판명났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물론 해결 방안은 있다. 그러나 이 처방은 너무나 덜 매력적인, 누군가라도 이 말을 입밖에 낸다면 비난받을 것이 뻔한 그런 대책이다. 답은 바로 「외환 통제(Exchange Control)」이다.외환 통제는 경상 수지 적자가 극심한 국가에서 사용됐던 경제 정책이다. 어떻게 시행되느냐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일반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메커니즘으로 운영된다. 수출업자는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고정된 환율에 따라 정부에 매각한다. 정부가 수출업자로부터 받은 외화는 수입이나 서비스에 대한 대가를지불해야할 때 일정 비율에 따라 다시 외국인에게 팔린다. 외환 통제를 도입하면 금리를 낮춰도 자국 통화가 급격히 하락하지는 않는다.외환 통제가 매우 쉬운 것처럼 들릴 수도 있지만 실제로는 엄청난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방대한 양의 서류 처리와 관료의 개입이 필요하다는 것도 문제지만 수출업자들은 더 큰 이득을 얻기 위해 수출대금으로 받은 외화를 숨기려 할 것이고 수입업자는 외화를 더받이 받기 위해 그들의 송장을 과장할 것이라는게 더 큰 문제다.외환 통제를 채택한 나라들은 이 체제를 오래 끌면 끌수록 적지 않은 시장의 왜곡이 일어난다는 사실을 깨닫게 될 것이다. 경제학자들도 외환 통제가 나쁜 방법이라는데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고있다.그러나 현재 IMF 처방이 먹혀들지 않는 악화일로의 상황 속에서외환 통제는 무엇보다 더 나쁘다고 비난할만한 어떤 다른 비교 대상도 가지고 있지 않다. 1982년 엄청난 외채에 짓눌려 멕시코가 외환 통제를 실시했을 때 멕시코는 5년간 엄청난 경제 침체를 경험해야 했다. 그러나 GDP(국민총생산)가 5%, 10% 또 20%씩 축소됨에따라 경기 침체는 크게 개선돼가는 것처럼 보였다.◆ 빨리 행동하지 않으면 대공황 올수도현재의 중국도 외환 통제 체제의 한가지 사례로 꼽을 수 있다. 중국이 어떤 나라인가. 아시아 위기의 주범이라고까지 지적되는 정실자본주의가 태국과는 비교도 안될만큼 심하고, 축출된 인도네시아의 대통령인 수하르토의 아들보다도 훨씬 더 부패한 은행 관료들이있는 나라다.그런데 왜 중국은 태국이나 인도네시아만큼 경제 위기의 타격을 심하게 입지 않았는가. 그것은 중국이 고정된 환율을 유지하며 금리를 낮출 수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통제를 피해가는 사람들이적지 않고 이것이 부패의 원인이 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통제가 아시아의 극심한 경제 위기 속에서 중국에 어느 정도의 숨 쉴 여유를 주는 것 역시 사실이다.외환 통제를 실시하면 잠시 동안은 국제 투자가들의 신뢰 획득을포기해야만 한다. 그러나 그 대신 국내 금리와 환율의 연결 고리를끊을 수 있게 된다. 이 연결 고리가 끊어지면 금리를 낮춰도 환율이 올라갈 우려가 없어지고 아시아 국가들은 경제를 재건하기 위해필요한 어느 정도의 정책 자율성을 얻을 수 있게 된다.만약 아시아 국가들이 외환 통제를 실시한다면 더욱더 극심하게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이다. 외국 투자를 끌어들일 어떠한 기회도사라질 것이다. 금융시장은 아마도 다시 한번 거의 졸도 직전에 이를 것이다. 그러나 이런 부작용들은 고통스럽다 하더라도 단지 일시적일 뿐이다. 금리가 떨어지면 지역 경제는 궁극적으로 회복되고외국인들의 신뢰도 다시 돌아올 것이며 결과적으로 이런 불쾌한 외환 통제 정책 따위는 폐기해도 될 것이다. 바라건대 영원히 말이다.그러나 아시아가 빨리 행동하지 않는다면 우리는 60년전에 세계 경제를 초토화시키고 정부를 불안정하게 만들고 결과적으로는 제2차세계대전까지 불러일으켰던 악몽같은 대공황 시나리오를 직접 목격하게 될지도 모른다. 극단적인 상황은 극단적인 처방을 요구한다.지금이야말로 외환 통제를 진지하게 논의해야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