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을 개혁하자는 목소리가 높다. 우리나라와 인도네시아 러시아등 외환위기국에 구제금융을 대주면서 전면적인 경제구조개혁을 다그치고 있는 IMF가 도리어 개혁의 대상이 되고 있다.이유는 간단하다. IMF가 일을 제대로 못해서다.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외환위기당사국은 물론 세계경제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까지 나오고 있을 정도다.IMF개혁론의 불똥은 세계은행(IBRD)으로 튀어 IBRD도 손질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IMF와 IBRD의 개혁론은 국제금융체제의 기본틀을 새로 짜자는 얘기다. 다시말해 지난 반세기동안 국제금융질서의 근간이 돼 온 브레튼우즈체제에 일대 수술을 가하자는것이다. 「21세기형의 새로운 브레튼우즈체제」, 이것이 IMF·IBRD 개혁론자들의 요구사항이다.브레튼우즈체제가 출범한지 50년이 지나는 동안 세상이 너무나 많이 바뀌었기 때문에 현실에 맞게 체제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는게신체제론자들의 변이다. 지금 상태로는 세계경제위기를 극복해 내지 못할 뿐만 아니라 미래의 또 다른 위기도 예방하지 못할 것이라는 반성과 우려에서 신브레튼우즈론이 나오고 있다.국제금융체제의 개편론은 「포스트 IMF·IBRD체제」에 대한 준비이기도 하다. 신브레튼우즈 체제에 대한 논의는 두가지로 모아진다.IMF와 IBRD를 전면 개편해 완전히 새로운 국제금융체제를 만들든지 아니면 현체체를 수정보완하자는 것이다.전자는 IMF와 IBRD를 대신할 새로운 국제금융기구를 설립, 국제금융체제의 새 판을 짜자는 강경론이다. 후자는 현체제의 미비점을개선, 지금의 IMF· IBRD체제를 그대로 끌고 가자는 온건론이다.이 둘중 어느쪽이 될지는 미지수다.◆ 개혁론은 아직 초기단계아직 개혁론은 초기단계이고 여기저기서 중구난방식의 제언들이 쏟아지고 있어 개혁방향을 점치기가 쉽지 않다. 그렇지만 지금까지나오고 있는 주장들을 보면 전면개편론보다는 수정보완론쪽에 무게가 실려 있다.수정보완론은 다시 두가지로 나뉜다. IMF와 IBRD의 내부체제를현실에 맞게 개혁, 기능을 강화하자는 안과 반대로 기능을 축소조정하자는 안이다.먼저 기능강화안은 주로 IMF자체의 목소리다. 하지만 미국의 지지를 받고 있어 비교적 가능성이 높다. 이 방안은 IMF의 국제금융감독기능 제고와 새로운 국제환율안정 시스템 구축을 골자로 하고 있다.국제금융에 대한 감독기능 강화는 최근 국제금융체제의 개혁론에힘을 실어주고 있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의 제안과 맥을 같이한다. IMF와 IBRD의 일부 기능을 통합, 제3의 강력한 국제금융감독기구를 창설하자는 것이다.이 기구는 국제자본의 투명성을 높이고 금융질서를 해치는 행위에제재를 가해 국제외환위기가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고 발생후에는신속하고 효과적으로 대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게 그의 주장이다. 헤지펀드로 대표되는 투기성 단기자본을 규제하고 각국의 투명한 금융정책을 유도하는 일을 맡는 것이다.수정보완론에는 국제환율을 안정시키기 위한 방안도 들어 있다. 지금의 변동환율제 대신에 주요 통화들간의 환율변동폭을 일정한 수준으로 제한하는 환율밴드 시스템을 도입하자는 안이다. 달러와 엔,그리고 내년에 도입되는 유러화간의 환율변동폭을 정해 이 범위안에서 국제환율이 움직이도록 하자는게 이 시스템의 골격이다.즉 준고정환율제를 채택하자는 움직임이다. 폴 볼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전FRB)전의장 등 일부 금융전문가들이 이 안의 지지세력이다.반면에 IMF와 IBRD의 기능을 축소하자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국제사회의 최종 대부자 역할을 하고 있는 IMF위상을 손질, IMF를 순수한 국제통화감독기구로 만들자는 것이다. IMF가 마치 세계경제의 유엔처럼 행동하지 말고 지구촌의 자금이 제대로 돌아가는가만 살피는 체제로 바뀌어야 한다는게 기능축소론자들의 생각이다.폐쇄적인 IMF를 투명하게 해야 한다는 요구다. IMF의 모든 업무와 예산 회의록 감사 자금수급 등을 낱낱이 공개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위상 손질 ‘순수’ 국제통화감독기구로아울러 회원국들의 자산과 부채에 대한 실상을 샅샅이 파악할 수있도록 IMF체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는 일이 터진후에야 구제금융을 지원하면서 무리한 경제개혁을 주문하는현체제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수집해 이를 가공, 제공해 해당국이 미리 대책을 세울수 있도록 유도하는 일을 IMF가 해야 한다는 뜻이다.신브레튼우즈체제의 골격은 내년 10월 IMF총회 때까지는 구체화될것으로 예상된다. G7의장국인 영국의 블레어총리가 시한을 1년으로제시했기 때문이다.금융체제 개편안이 국제사회에서 공식적으로 등장할 첫 무대는 10월초의 선진7개국(G7)재무장관회담이다. 이어 내달의 IMF연차총회에서도 이 문제가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이후 G7재무장관들은 2~3개월마다 열리는 회담에서 신국제금융질서안을 심도있게 다룰 것으로 관측된다. G7정상들도 내년 5월의 연례 회담에서 새로운 체제의 윤곽을 확정지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다음 내년 IMF총회에서 이를 의결, 21세기형 신브레튼우즈체제가 모습을 드러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지금 IMF와 IBRD의 개혁론은 민간차원을 넘어 세계각국의 정부지도자들 사이에서도 강력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따라 21세기가 시작되기전에 새로운 형태의 국제금융체제가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