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돌풍 재연 전망 커 ... 벤처기업에서 첨단장비업체로 발돋움

컴팩컴퓨터는 전세계 1백개국에 8만여명의 직원을 두고 있는 거대기업이다. 매출 3백76억달러로 컴퓨터산업계에서는 IBM 다음 규모다. 97년에는 미국 시사경제지 포천이 정하는 5백대기업에서 42위(글로벌500 1백32위)에 올랐다.컴팩컴퓨터는 올초 디지털을 인수하면서 제2의 종합컴퓨터업체로급부상했다. 디지털인수로 PC서버 데스크톱컴퓨터부문에서 부동의1위 자리를 굳히게 됐고 소형서버시장에서는 HP와 IBM을 앞지르게 됐다. 노트북컴퓨터시장에서는 도시바 IBM에 이어 3위, 워크스테이션시장에서는 선마이크로시스템 HP에 이어 3위의 자리를 차지하게 됐다. 서비스부문 역시 디지털인수로 IBM EDS에 이어 3위업체로 떠올랐다.특히 서비스 및 컨설팅분야는 컴팩컴퓨터가 그간 취약부문으로 여겨왔는데 디지털인수를 계기로 한순간에 보강할 수 있게 됐다. 기업정보시스템에 정통한 디지털의 서비스 및 컨설팅 전문인력 2만2천명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컴팩의 디지털인수는 컴팩뿐아니라 컴퓨터산업계 전반의 지도를 다시 그릴만큼 중요한 사건으로 주목받고 있다. 컴팩은 디지털을 인수함으로써 자본금 3천달러의 벤처기업에서 전세계에 정보시스템을 공급하는 첨단장비업체로발돋움한 것이다. 컴팩은 6백49달러의 손바닥컴퓨터부터 2백만달러에 달하는 대형컴퓨터까지 모든 종류의 컴퓨터를 공급하게 된다.컴팩과 디지털의 결합은 컴퓨터산업계의 순위를 바꿔놓은 이상의의미가 있다. 컴팩컴퓨터의 특유의 박리다매전략 때문이다. 컴팩은그동안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마다 안정된 품질로 저가를 무기삼아 경쟁기업들을 단기간에 압도했다. 가정용컴퓨터시장에 진입한지 3년만에 시장의 29%를 장악했다. 워크스테이션 시장도 마찬가지였다. PC워크스테이션을 출시하자마자 시장의 16%를 점유, HP인터그래프 IBM을 순식간에 뛰어넘었다. 컴팩은 그후 PC서버시장을 계속 주도하고 있다.컴팩은 PC시장에서 일으켰던 저가돌풍을 중대형 컴퓨터시장에서도재연할 전망이다. 중대형컴퓨터시장은 IBM HP 선마이크로시스템등과 같은 기업들이 평정한 상태에서 세력균형을 이루고 있던 상태였다. 컴팩의 경영효율은 다른 어떤 기업보다도 뛰어나다. 1달러 매출에 투입되는 비용이 단지 15센트에 불과하다. 경쟁상대인 HP나IBM보다 훨씬 저렴한 수준이다. HP는 1달러당 투입비용이 24센트,IBM은 27센트나 된다. 많은 전문가들은 컴팩의 박리다매전략으로디지털의 서버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컴팩컴퓨터가 저가경쟁을 유도하지만 출혈경쟁을 하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컴팩컴퓨터가 7백99달러라는 초저가 컴퓨터를 내놓으면서 책정한 마진폭은 11%였다. 고가의 가정용컴퓨터와 같은 수준이다. 파이퍼회장은 저가컴퓨터의 마진을 유지하기 위해 전격적으로인텔호환칩인 사이릭스칩을 이용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파이퍼회장의 이런 수완은 디지털유닉스 서버에도 그대로 활용될 것이다.그러나 컴팩이 컴퓨터산업계의 새로운 패자로 자리를 굳히려면 디지털을 제대로 흡수해야 한다. 가장 큰 문제가 조직통합이다. 지난6월 컴팩과 디지털의 법적 통합작업은 마무리됐지만 통합과정은 이제부서 시작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컴팩컴퓨터는 인텔칩에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를 탑재한 제품(이른바윈텔컴퓨터)에만 전력투구했다. 그런데 이제는 윈텔컴퓨터뿐 아니라 디지털의 VMS컴퓨터나 유닉스컴퓨터도 다뤄야 한다. 이는 곧컴팩이 PC판매조직을 디지털의 영업조직과 통합하는 등 기존 판매조직을 완전히 새롭게 구성해야 함을 의미한다.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HP의 경우 PC와 유닉스영업조직을 통합하는데 무려 2년이나 걸렸다. 같은 회사내의 조직을 통합하는데 걸린 기간이다. 그런데 컴팩과 디지털은 너무나 이질적인 회사다. 디지털은 미국동부에 위치한 보수적인 회사다. 컴팩과는 정반대의 분위기다. 회사규모도 인수되는 디지털이 인수하는 컴팩보다 크다. 디지털의 직원은 5만4천3백명이지만 컴팩은 3만3천명에 불과하다.이 때문에 컴팩의 디지털인수에 대한 비관적인 전망도 불거져 나오고 있다. 컴팩이 앞으로 2년에 걸쳐 디지털과 통합하고 재창조하는동안 선마이크로시스템과 같은 경쟁사는 그 기간을 혁신하는데 사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디지털에 대한 비관적인 시각도 있다. 이미기울기 시작한 디지털을 컴팩이 인수한다고 달라질게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컴팩은 디지털 때문에 운영비용만 더 쓰게 될수 있다는것이다.◆ 델 등 경쟁업체 바짝 긴장그렇다고 디지털을 인수한 컴팩을 과소평가하기엔 섣부른 감이 있다. 컴팩은 지난 92년 이래 5배나 성장했다. 그 기세가 꺾일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 올해도 26%나 성장할 전망이다. 디지털은 고려하지 않은 전망이다. 지난해 컴팩은 컴퓨터를 1백1만대나 팔았다.43%나 성장한 것이다. 컴퓨터산업 성장률의 두배가 넘는 수치다.컴팩의 성장속도는 어떤 경쟁기업도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IBM은3% 성장에 그쳤다. 선마이크로시스템도 21% 성장에 머물렀다.저가 컴퓨터로 돌풍을 일으킨 델컴퓨터도 디지털을 흡수한 컴팩컴퓨터의 등장에 긴장하지 않을 수 없다. 델의 영업비용은 11.6%로컴팩의 15%보다 확실히 적다. 그만큼 델컴퓨터가 가격경쟁에서 유리한 것이다.그러나 문제는 동향이다. 앞으로는 컴퓨터를 네트워크에 물려 사용한다. 판매후 사후관리 비중이 점점 커지는 것이다. IBM의 경우 서비스부문이 지난 7년간 2억달러에서 1백90억달러로 늘 정도다. 델컴퓨터도 서비스부문과 지원팀에 집중적으로 투자해야 하고 그만큼영업비용이 증가하게 된다. 반면 컴팩컴퓨터는 디지털인수를 통해서비스 부문을 충분히 강화한 상태다.★ 컴팩컴퓨터 어떻게 탄생했나냅킨에 그린 아이디어로 출발컴팩컴퓨터는 1982년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의 한 식당에서 종이 냅킨(사진)에 갑자기 떠오른 이동형PC 아이디어를 그린 것에서 출발했다. 로드 케니언, 짐 해리스, 빌 머토 등 컴팩창업자들은 PC를갖고 다니며 쓸수 있는 이동형PC라면 분명 시장성이 있을 것으로봤다. 벤처기업 투자가였던 벤 로슨이 휴대할 수 있으면서 기존의IBM PC와 호환되는 PC를 개발한다는 사업구상을 높이 평가해 3천달러를 투자했다. 1년후 컴팩컴퓨터는 종이 냅킨에 메모한 대로휴대할 수 있는 PC를 만들어 냈다. 기존 IBM PC보다 고성능이고이동성이 좋은데도 가격을 15% 낮춘게 시장수요와 맞아 떨어졌다.이동형PC는 그해에만 5만3천대를 팔아 컴팩컴퓨터는 급성장세를탔다. 설립 4년만인 86년에는 PC를 50만대 팔아 최단기간내에 포천 5백대기업에 올랐다.그러나 91년 컴팩컴퓨터는 위기를 맞게 된다. 선발업체들과 저가제품을 무기로 시장에 진입하는 후발업체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시장점유율이 4%에도 못미치게 된 것이다. 3분기에는 적자를 기록했다.결국 창업자 로드 케니언이 컴팩을 떠나고 에커드 파이퍼가 새로운회장으로 선임됐다. 파이퍼회장은 92년 PC가격을 82%까지 낮춰 저가경쟁을 주도했다. 매출 감소분은 전체 종업원의 25%에 달하는 2천7백명을 해고하고 컴팩PC를 취급하는 소매상수를 늘리는 방법으로 메웠다. 92년 41억달러이던 매출이 다음해에는 72억달러로 크게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