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고 또 유능한 인재라고 평가되는비즈니스맨에게 「자신의 일에서 최종 목표는 무엇인가」라고 물어보면 거의 예외 없이 「이사가 되는 것」이라고 대답한다. 그러나이들이 과연 「이사가 되는 것」의 진정한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고있는지는 궁금하다. 이사가 된다는 것을 단순히 상급관리자가 되는것 즉, 과장과 부장 다음 단계에 오는 중간관리직의 연장선상에서생각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말할 필요도 없이 이사에 대한 이런 생각은 잘못된 것이다. 이사는직원이 아니라 회사와 고용계약(노동계약)을 맺고 있는 「사용인」이다. 즉 회사와 위임계약을 맺고 있으며 사장과 동등한 입장에 서있다. 이사는 주주로부터 직접 선임된 존재로 과장이나 부장의 연장선상에 있는 직위가 아니다.일본 기업의 경우 이사는 거의 연공서열에 의해 사내에서 승진된다. 또한 이사들 사이에도 이사 상무 전무 부사장 사장 등과 같은상하의 단계가 만들어진다. 즉 일본 기업의 이사는 회사 내부에서승진에 의해 올라갈 수 있는 직위이다. 이런 사내 승진 시스템은일본식 경영 관행의 하나인데, 결과적으로는 직원의 입장과 주주의입장을 혼동하는 결과를 낳았다. 예를 들어 일본 기업에는 「총무부장 겸 이사」와 같은 직책이 다수 존재하는데 이는 직원이면서경영자 또는 사용자이면서 사용인이라는 배타적인 역할을 한 사람이 맡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러나 글로벌 스탠더드경영에서는 이런 혼동과 모순이 허용되지 않는다. 직원과 경영자의입장 차이는 물론 책임과 직무의 차이까지도 명확히 재인식해야 한다.서구에서는 상급관리자 즉 오피서(Officer)란 회사의 입장에 서서경영자원을 관리 활용 운영하는 사람으로 사내 승진 시스템을 적용받는다. 이에 반해 이사 즉 디렉터(Director)란 주주총회에서 선발돼 대표이사를 포함한 다른 이사들을 감시하는 의무와 선관주의의무(합리적인 경제인으로 의사결정을 할 의무와 업무 집행시 필요한주의를 기울일 의무) 그리고 충실의무(회사를 위해 충실하게 직무를 수행할 의무) 등의 법적 책임을 지는 사람을 말한다.◆ 기업경영과 사업운영 분리해야서구 기업에서도 CEO(최고경영자), COO(최고업무집행 책임자),CFO(최고재무 책임자) 등과 같이 상급관리자가 이사를 겸임하는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외의 다른 관리직에서는 관리자가 이사를 겸임하는 일은 극히 드물다. 오피서와 디렉터는 본래 전혀 별개의 직능이기 때문이다.서구 기업에서는 주주권과 주주 이익 존중에 기초한 「사업운영과기업경영의 분리」라고 하는 원칙이 철저히 지켜지고 있으며 이를위해 기업경영으로부터 분리·독립해 존재하는 이사회가 상식처럼돼 있다. 이런 원칙은 주주와 투자자들이 주주권을 강력하게 주장하면서 경영에 압력을 가하는 주주행동주의(Shareholder Activism)를 통해 형성된 것이다. 물론 이런 과정을 통해 경영자들 역시 주주와 주주권을 존중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경영효율을 높이는데 도움을 준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주주 이익 극대화를 목표로 경영을 수행하고 그 내용을 적극적으로알리면 주식시장에서 기업의 평가가 높아지게 되고 기업의 가치가상승, 자금조달이 쉬워지며 자연히 자본비용은 줄어들게 된다. 결과적으로 경영효율도 높아지게 되며 경영실적도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이런 경영의 선순환을 만들기 위해서는 자본의 논리에 기초해 투자판단을 내려야 하며 자원 배분을 객관적으로 수행해나가야 한다.이를 위해서는 주주권과 주주이익을 대표하는 「경영」과 업무 집행을 담당하는「사업」을 분리, 양자간의 건전한 긴장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일본 기업은 서구 기업의 이런 경영과 사업의 긴장관계에 대해「불필요한 일」이라는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일본 기업은 사업운영과 기업경영을 일체화함으로써 사업을 최우선시하는 경향을 강하게 보여왔고 경영자는 각 사업간의 조정 역할만을 수행해 왔다. 이런 구조는 겉으로는 「조직 전체에 일체감을 부여한다」는 장점을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뒤집어보면 견제기능의 부재로 인해 경영의불투명함을 용인하는 커다란 단점을 내포하고 있다.최근에는 일본에서도 사업운영과 기업경영을 분리하려는 시도들이생겨나고 있다. 1996년 5월에 소니는 이사를 38명에서 10명(이 중3명은 사외이사)으로 축소하는 구조개혁을 발표했다. 이 10명의 이사는 경영전략과 사업부문을 감시하는 업무만을 수행하고 사업운영은 「집행직원」이라 불리는 18명의 사업책임자들이 담당하도록 했다. 이사의 수를 줄이고 이사회의 기능을 독립시킴으로써 기업경영과 사업운영을 분리한 것이다.서구 기업의 경우 이사회가 제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이사에 대한 행동규범을 마련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GM의 경우94년에 이사 행동규범을 발표했는데 여기에서 이사회의 임무를 다음과 같이 규정했다. 「GM의 이사회는 주주 이익을 대표해 장기간에 걸쳐 최적의 이익을 올리며 사업을 영원히 성공시키는 것을 그사명으로 한다」. 이 행동규범에는 이사회를 어떻게 구성하고 사외이사는 몇명으로 할 것인지 이사의 임기는 몇년으로 할 것인지, 이사회의 업적 평가는 어떻게 수행할 것인지 등에 대한 규정도 포함돼 있다.◆ 이사, CEO 감시하고 견제해야미국의 유력한 기관투자가와 변호사들로 구성된 기업통치 워킹그룹(Corporate Governance Working Group)은 1990년부터 2년간에 걸쳐 조사와 연구를 수행, 「소유자와 이사를 위한 신규약」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중에 이사를 위한 신규약은 다음의 5가지로 구성돼있다.첫째, 이사회는 사전에 설정된 목표와 전략에 비춰 CEO의 업적을정기적으로 평가해야 한다. 경영의 실권을 장악하고 있는 인물은자기 마음대로 하려는 경향을 가진다. 이사는 이런 위치에 있는CEO를 감시하고 견제해야 한다.둘째, CEO의 업적 평가는 사외이사에 의해 이뤄져야 한다. 사내이사는 CEO와 어떤 식으로든 관계을 가질 수밖에 없으며 이로 인해CEO를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려운 위치에 설 수밖에 없다.셋째, 사외이사는 최소한 1년에 한번은 사외이사만의 회의를 열어야 한다. 사내이사 주도의 이사회에 대해 교섭력을 가지기 위해서라도 사외이사만의 모임은 의미가 있을 것이다.넷째, 이사의 적절한 자격 기준을 제정하고 그 기준을 주주에게도명확히 해야 한다. 자격기준은 이사로서 적절한 경험과 사고방식그리고 행동특성을 소유하고 있는지 측정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 또 이사수가 너무 많으면 이사회가 제 기능을 수행하기 어려우므로 이사회의 적정 규모에 대해서도 합의된 규정이 있어야 한다.다섯째, 사외이사는 정해진 기준에 따라 이사 후보자를 심사·추천해야 한다. 사내이사는 내부 승진에 의해 선출되는 경우가 많으므로 사외이사야말로 주주권을 대표하는 핵심이라고 할수 있다. 따라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기준에 따라 이사 후보자를 심사·추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결론적으로 사외이사가 이사회의 주역이 돼야 한다는 말인데 실제로 미국 기업의 경우 사내이사는 보통 3∼4명 정도이고 나머지는모두 사외이사들이다. 예를들어 IBM은 11명의 이사 중에 10명이,모토롤라는 16명 전원이 사외이사들이다. 경영의 투명성을 높이고주주권과 경영권의 조화를 통해 주주이익을 존중하는데 있어서 사외이사가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