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사람들이 빅뱅(Big Bang)의 원래 의미를 알고 있을 줄안다. 빅뱅은 우주의 기원에 관한 여러 학설 중의 하나로 단어의 뜻 그대로 엄청난 폭발로 인해 우주가 생성됐다는 이론이다.최근에는 이 빅뱅이라는 과학 용어가 금융산업의 대대적인 재편을 가리킬 때 자주 이용되고 있다. 금융 빅뱅이란 폭발과도 같은엄청난 변화가 금융산업에 일어난 후 금융 질서가 이전과는 전혀다르게 바뀌는 현상을 말한다. 빅뱅은 새로운 기회의 창출을 의미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이에 따른 리스크의 발생도 함께 함축하고 있다.영국과 미국의 금융 빅뱅은 모두 80년대에 이뤄졌다. 당시 영국에서는 국내 금융 관행과 외환 금융 관행 사이에 현격한 차이가있었고 또한 국내 금융기관 사이에도 서로 다른 관행이 무질서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로 인해 금융 제도가 비효율적으로 운영된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이런 비효율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여러 관행을 통합, 공정하고 자유로운 경쟁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 대두됐고 이렇게 해서 금융 산업의대대적인 정리 작업이 시작됐다. 그러나 의도는 좋았으나 영국의빅뱅은 그리 성공적인 것만은 아니었다.수많은 중소은행들이 도산하거나 외국은행으로 합병됐고 빅뱅 과도기 중의 관리 잘못으로 인해 금융계에 극심한 혼란이 야기됐다. 중소금융기관이 외국의 대규모 금융기관에 인수된 것이라든지 외국 자본의 대대적인 유입은 당시 영국인들에게 불안감을 안겨 줬다. 일본의 경우 서구와는 다른 형태의 금융 빅뱅이 이뤄졌다. 일본은 금융 빅뱅 초기부터 점진적인 개혁을 시도했다. 영국이나 미국이 빅뱅으로 대혼란이 야기됐던 점을 감안, 점진적인 접근 방식을 취했던 것인데 결국 일본의 개선 방식은 실패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우선 급변하는 세계 금융환경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금리가 빠른 속도로 자율화되는 세계적인 추세에 점진적인 금융 개혁만으로는 민첩하게 대응할 수 없었고 각종 산업 부분의 급격한 규제완화와도 걸맞지 않았다.오늘날 금융 빅뱅은 정보기술의 발전과는 떼놓고 생각할 수 없게됐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정보통신 기술은 금융기관이 내세우는 필수적인 전략 무기로 등장했다. 뛰어난 정보통신 기술을보유한 금융기관이 빅뱅에서 승자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전은 기존 금융기관의 전략적 사고와 비전은 물론업무 형태 및 금융 서비스의 내용과 영역에도 커다란 변화를 가져왔다. 다양한 자동화 시설 덕분에 금융기관은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서도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됐으며 더욱 광범위한 고객을 대상으로 마케팅 활동을 펼칠 수 있게 됐다. 고객 개개인의정보나 서비스의 이용 형태, 투자 이력 등이 전산을 통해 파악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매스(Mass) 마케팅보다는 일대일 마케팅을 통해 고객의 니즈에 꼭맞는 상품과 서비스를제공할 수 있게 됐다.반면 고객이 다른 금융기관으로 전환할 수 있는 가능성 또한 증가했기 때문에 고객 확보의 안정성을 높이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게 된다. 금융업무 영역의 경계가 모호해지면서 은행과 증권 보험 등이 서로 극심한 고객 확보 및 유지 경쟁을 벌이게 됐다. 금융 기관을 이용하는 고객 측면에서 보면 선택의 폭이 훨씬 넓어졌고 정보통신 기술 덕분에 굳이 은행에 가지 않고서도 전화나PC(컴퓨터),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금융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혜택을 누릴 수 있게 됐다.현재 진행되고 있는 국내 금융계의 빅뱅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하는가. 일단은 서구와 일본이 빅뱅 초기에 겪었던 대혼란의 전철을 밟지 않도록 충분한 준비와 계획이 있어야할 것이다.현재 여러 금융기관의 합병이 추진되고 있으나 대부분은 일정이너무 촉박해 부작용을 낳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있다. 중요한 것은 합병 그 자체가 아니라 합병을 통해 체질이개선된 새로운 금융기관을 탄생시킴으로써 국제 신인도를 회복하고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정보통신 기술을 전략무기로 최대한 활용, 고객에게 더 낮은 비용으로 더 나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야할 것이다. (sunny_yi@atkearne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