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니 세상에 아무리 지방이라도 명색이 호텔사장인 사람이 직접츄리닝차림으로 사우나입구의 카운터에 앉아 돈을 주고받는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사람을 쓸 돈이 없어 그렇다는 거예요. 지방의 관광호텔들은 그 정도로 어려워요. 매달 적자가 1억을 넘는 호텔들이허다합니다.』최근 지방호텔업계의 실정을 파악하기 위해 실사를 다녀온 사람의경험담이라며 호텔업계 관계자 장모씨가 들려준 말이다. 『이제껏정부에서 내놓은 많은 말들이 결국 면피용이라는 생각』이라는 것이 그 관계자의 맺음말이다. 정부의 말이라는 것은 호텔을 주요 외화가득산업으로 인식해 적극 지원하겠다는 김대중태통령의 선거공약에서부터 최근 국민회의에서 나온 호텔업지원방안 등을 가리키는것이다.비단 장씨만이 아니다. 호텔업계에서는 관광정책에 관한 한 정부는NATO족에 속한다는 말마저 나오고 있다. No Action Talking Only의머리글자를 딴 조어로 말만 무성하지 실행이 없다는 것이다. 호텔업을 말로만 전략산업이라고 하지 실제로는 사치성산업으로 보는구태의연한 인식의 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선거때는 표를 생각해서, 평소에는 여론에 오르내리는 것이 부담스러워호텔업계의 요구가 나오면 즉각 토닥거리며 무마시키는 대증요법만계속됐다』는 것은 서울시내 한 특급호텔 정모씨의 말이다.사실 호텔은 관광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한 축을 차지하는 부분이다. 관광산업은 말 그대로 21세기형 고부가가치산업으로 각 나라마다 전략적으로 육성하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야. 우리나라에서도 지난 78년 국가전략산업으로 인정한 전례도 있다. 그러나 그런 관광산업의 한 축으로서 호텔산업은 외형만 번드르하지속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는 것이 호텔업계에서 나오는 자조다.실제로 전국관광호텔협회에서 나온 자료에 따르면 지난 9월말 현재전국 4백46개 관광호텔 중 1백20개 호텔이 경영난으로 도산 휴폐업양도양수 등 정상영업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기도 했다. (표 참조) 『IMF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기도 했지만 사실 3년전부터 누적된 경영악화상태가 결국 터진 것』이라는 게 호텔협회 관계자의 말이다. 대부분이 1∼3급호텔들로 특급호텔은 한곳도 없다고 위로할지 몰라도 사정은 큰 차이가 없다. 『전체 매출액에서 객실수입과연회장·식음료업장의 수입이 각각 절반정도씩을 차지하는데 올들어 연회장·식음료업장의 수입이 20∼30%정도 떨어졌다』는 것이특2급 A호텔관계자의 말이다. 이처럼 연회·식음료업장의 수입이떨어지자 각 호텔들은 매출증가와 호텔 이미지제고를 위해 노천카페를 열고 저가상품을 내놓는 등 안간힘을 쓰는 한편 자체적으로인력조정에 나서기도 했다. 호텔업에서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이서울지역 특1급호텔을 기준으로 평균 30∼35%에 이를 정도로 많은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인원정리 임금동결 아웃소싱 비정규직고용 등이 주로 사용되는 방법이다. 최근 S호텔이 임금동결을 단행했으며 W호텔 등 다른 호텔들은 청소 주차장관리 등은 물론 일부사무직 인력마저 아웃소싱으로 돌리기도 했다. 『서비스가 상품인호텔에서 서비스생산자를 줄여야만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근근히버텨나가는 실정』이라는 것이 R호텔 관계자의 말이다.호텔업계의 사정이 이렇다보니 호텔들이 정부를 바라보는 눈이 예사롭지 않다. 지금이라도 호텔을 수출전략산업으로 인식하고 지원해 달라는 것이다. 그러한 내용 가운데 가장 먼저 거론되는 것이세제지원이다. 『우선 호텔내 객실 또는 업장을 이용하는 외국인에대해 부가세 영세율 적용은 물론 특소세 적용도 사라져야 한다. 많은 외국인들이 과다한 세금에 부담을 느낀다.』 서울시내 한 특1급호텔 관계자의 말이다. 현재 호텔을 이용하면 10%의 부가세와 봉사료 등이 붙으며 비품에 대해서는 26.5%의 특소세 등이 붙는다. 이것저것 붙는 세금과 부담금이 모두 41종류로 이들을 모두 합하면전체 매출액의 45∼60%에 이르는 큰돈이 세금으로 나간다는 것이업계에서 나오는 말이다. 이처럼 과다한 세금부담을 덜어주면 보다저렴한 가격으로 서비스제공이 가능하고 그에 따라 결국 외국인들의 이용이 늘어나고 수입도 늘어난다는 것이다.또 다른 특1급 R호텔의 관계자는 올해 시행키로 거론됐던 예식업허용을 들었다. 『호텔에서 결혼식을 하는 것이 기존 호화예식장보다비용이 저렴한데 왜 유독 특1급호텔들만 예식업을 금지하는지 알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호텔협회에서 특2급 N호텔과가장 비싸다고 알려진 S사의 예식장을 비교한 자료에 따르면 조건을 비슷하게 하고 최소비용을 계산했을 때 N호텔이 4백만∼4백50만원이 소요되는데 반해 S사의 예식장은 2천만∼2천6백만원인 것으로조사되기도 했었다.◆ 지방호텔 사정 더욱 심각카지노사업 허용여부도 호텔들의 주된 관심사다. 카지노문제는 특급호텔들에서 카지노의 외화가득률 산업기여도 등을 들며 신설 허용을 줄기차게 요구해온 내용이었다. 그런 참에 올해 2∼3개의 카지노신설을 허용할 예정이라는 정부방침이 알려지면서 몇몇 특급호텔들은 사업을 따내기 위한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정부의 공고가나붙기만을 기다려온 상태였다. 그러나 『물 건너 간 게 아니냐』는 것이 요즘 특급호텔에서 나오는 말이다. 외화가 아쉬운 판에 진짜 손쉽게 외화를 끌어들일 수 있는 사업을 정부에서 여기저기 눈치만 보느라 제때에 시행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특급호텔들만이 아니다. 지방의 중소호텔들은 경영난이 더욱 심한만큼 훨씬 강한 어조로 정부의 지원을 요구하고 있다. 관광호텔 비상대책위원회를 만들어 사업자등록증 반납을 내걸고 슬롯머신 허용과 규제완화 등 「특단의 조처」를 요구하는 모임을 갖기도 했다.지방에서 3급관광호텔을 운영하는 비대위의 한 관계자는 『관광오락업이 폐지된 후로 내국인들이 외국오락장에서 사용한 돈이4억5천만달러, 주한미군부대의 도박장을 이용하면서 나가는 돈이2억1천만달러라는데 슬롯머신을 허용하면 세수확보와 외화유출방지가 가능하지 않느냐』며 『만약 정부에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결국 최후의 카드를 쓸 수밖에 없다』는 말로 지방호텔들의분위기를 전했다. 열흘정도 예약을 안 받고 문을 닫은 후 업종전환이라도 하겠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심지어 『정부에서 지방호텔들의 슬롯머신 허용요구를 거절하고 오히려 일본의 파친코를 들여오려는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들었다』며 『정부가 진짜 호텔을 살리려는 것인지 알 수 없다』고 덧붙였다. 결국 고사직전에 내몰린지방의 호텔들을 도와달라는 것이다.한편 호텔업계에서 나오는 이런 요구들에 대해 문화관광부의 한 관계자는 『세제지원 예식업허용 등은 기본적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시행한다는 원칙아래 유관부처와 협의중이며 카지노는 관광진흥법이 개정되는 내년이후에나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호텔들이 요구하는 슬롯머신에 대해서는 『허용이 안되는 것으로 결정이 났다』고 덧붙였다. 이제 호텔들도 자생력을 갖춘 건강체질로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호텔업계에서는 문화관광부 관계자의 이러한 언급에 시니컬한 반응이다. 『10월 27일 대통령과 호텔업관계자들과의 오찬에 서울시내 특1급호텔대표들만 초청하면서 대통령이 어떻게 지방호텔들의 고충을 알 수 있겠느냐』는 것이 비대위 관계자의 말이다. 『주무부서의 처신이 그 정도』라는 것이다.서울시내 특1급호텔의 한 관계자도 『언제 안된다고 한적 있느냐.가봐야 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