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 서비스업체와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 사이만큼 애증관계를 잘 나타내는 사이도 없다. 이동전화서비스를 위해서는 제대로된 단말기가 필요하고 단말기를 팔기 위해서는 이동전화서비스 가입이 전제돼야 한다. 서로가 상대방의 존립기반인 것이다.따라서 둘의 관계는 부부만큼이나 긴밀하다. 그러나 둘사이에는서로를 사랑하는만큼 서로를 증오할 수밖에 없는 숙명의 뿌리가있다. 단말기공급 가격과 수량을 둘러싼 갈등이 그것이다.최근 SK텔레콤의 단말기제조참여에 대해 단말기제조업체가 적극적으로 저지하는 이유도 두 집단간의 오랜 애증관계에서 비롯된것이다.SK텔레콤은 이동전화기 기술개발과 판매를 위해 자회사 SK텔레텍을 설립했다. 일본의 단말기제조업체인 교세라가 27.5%지분을 갖고 단말기 제조기술을 제공한다. 생산은 세원텔레콤이 담당한다.OEM방식으로 SK텔레텍에 공급하는 것이다.단말기제조업체는 서비스사업자의 단말기제조는 공급과잉과 불공정거래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하고 있다. 한국은 제조업체가 10여개사에 이르고 생산능력 2천7백만대나 된다. 이미 세계수요 2천만대를 초과생산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서비스업체마저 단말기 제조에 참여하면 심각한 공급과잉이 된다는 논리다.또한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를 제조하는 것 자체가 탈법행위라는것이다. 전기통신사업법에는 기간통신사업자가 단말기생산에 직접 참여할 수 없게 돼 있다. 비록 SK텔레콤이 자회사를 통해 공급하더라도 우회적으로 위반한 탈법행위라는 것이다.(법규정을명시적으로 위반하면 위법이라고 한다)◆ 심각한 공급과잉, 제조업체 반대나서그러나 SK텔레콤은 법적으로도 시장상황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단말기 생산은 SK텔레콤과 두단계나 떨어져 있어문제될게 없다는 것이다. 생산량도 월 2만~3만대 규모라 공급과잉의 염려도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SK텔레콤의 반박에 대해 단말기업체들은 또다른 반박논리를 갖고있다. SK텔레콤과 같은 지배적 사업자가 특수관계에 있는 기업을결합하는 것은 공정거래법위반이라는 것이다. 이동전화서비스시장의 50% 가량을 장악한 SK텔레콤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불공정행위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충정법무법인의 채봉기 변호사는 『이동전화서비스시장과 단말기시장은 단일한 시장으로 봐야 한다』고 전제한뒤 『SK텔레콤이자회사를 설립해 단말기 제조에 진입하는 행위는 공정거래법 위반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그러나 단말기제조업체는 SK텔레콤의 사업진출을 저지할 분명한논리가 있다고 내세우면서도 실질적인 조치는 취하지 않고 있다.공정거래법의 경우 누구나 신고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단 신고가접수되면 이를 공정거래위원회에서 심사한후 위법사실이 인정되면 해당업체에 시정조치를 명령해야 한다.만일 해당업체가 시정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공정거래위원회가 고발해 검찰이 기소하게 돼 있다.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등 단말기제조업체 어느 누구도 SK텔레콤을 공정거래법 위반으로신고하려 하지 않는다. 신문광고까지 내가며 SK텔레콤의 단말기사업진출을 저지하려 했으면서 말이다. 서로를 증오하지만 동시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서비스사업자와 단말기제조업체사이의 어쩔수 없는 관계를 나타내는 단면이다.서비스업자와 단말기업자 사이의 관계를 이해하려면 이동전화서비스의 특수성을 알아야 한다. 소비자가 이동전화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두가지 상품을 동시에 구매해야 한다. 하나는 이동전화서비스이고 또 하나는 단말기다. 그런데 소비자가 구매할 때는 대개 서비스를 구매할 때 단말기도 함께 구매한다. 서비스에 맞게단말기가 만들어지기 때문이다.그런데 서비스사업자와 단말기제조업자는 이윤을 얻는 구조가 판이하게 다르다. 서비스사업자는 가입자들이 전화를 많이 사용해야 이익을 볼수 있다. 반면 단말기제조업자는 전화기를 되도록비싸게 팔아야 한다. 소비자가 전화를 많이 사용하건 말건 아무런 상관이 없다. 여기서 서비스업자와 단말기업자 사이에 갈등이생긴다. 서비스업자는 가입자를 많이 모으기 위해 단말기를 무료로라도 공급해야 하는데 단말기제조업자에겐 말도 안되는 소리다. 그래서 생긴게 판매보조금이다. 이동전화사업자는 단말기 한대를 40만원이 넘는 가격에 사들인 다음 소비자에게는 1만~10만원에 공급한다.◆ 싸게 사려하고 비싸게 팔려하고 ‘협상 치열’이 과정에서 서비스업체는 단말기업체에 대해 일종의 피해의식을갖게 됐다. 한사람당 30만~40만원씩 보조금을 지급하고 여기에다사용요금의 일부를 대리점에 나눠주는 등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안간힘을 다하고 있는데 단말기제조업체들은 받을 돈 다 받으며편하게 장사한다는 것이다.여기에 대해 단말기제조업자 입장에서 할말이 없는 게 아니다.이동전화서비스업자들의 과당경쟁에서 비롯된 과도한 판매보조금부담을 단말기제조업자가 떠안을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 결과 이동전화사업자들이 수지맞추기에 허덕댈 때 단말기제조업체들은 톡톡한 재미를 보며 장사했다.결국 서비스사업자는 단말기제조업체만 이익보는 현재의 구조를어떻게 해서든 시정하고자 했고 그래서 나온게 단말기 직접생산이다.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를 직접 생산하게 되면 단말기제조업체들은 신규가입자 판매보조금을 일정부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단말기제조업체로서는 악몽같은 현실이 아닐수 없다. 최근들어 제조업체의 증가로 공급과잉현상마저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엎친데 덮친 격이 된 것이다.서비스사업자와 단말기공급업체는 항상 단말기 공급가격을 놓고치열한 협상을 벌인다. 서비스사업자는 조금이라도 싸게 받으려하고 공급업자는 조금이라도 비싸게 받으려 한다. 이제까지는 단말기제조업체와 서비스사업자는 서로의 패를 보지 않고 공급가격협상에 임했다. 그런데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제조업까지 겸하게됨에 따라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제조업체의 패를 훤히 들여다볼수 있게 된 것이다.바로 이 부분이 단말기제조업체들이 서비스사업자의 단말기제조업 진입에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나선 진짜 이유다. 단말기 직접생산은 서비스사업자가 단말기업체에 반격을 가하기 위해 오랜기간 준비해온 「회심의 무기」다. 단말기제조업체로서는 그 파장을 조금이라도 줄여보기 위해 어떻게 해서든 서비스업체의 단말기참여에 흠집을 내야 했던 것이다.★ 이동전화단말기 제조업체 현황생산능력 2천7백만대국내에서 CDMA이동전화 단말기를 생산하는 업체는 삼성전자 LG정보통신 현대전자 맥슨전자 한화정보통신 해태전자 어필텔레콤 텔슨전자 등 8개사다. 이들 8개사의 생산능력은 연간 2천7백만대에달한다. 이밖에도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세원텔레콤 건인텔레콤핵심텔레텍 등 후발 중견업체들도 곧 생산에 돌입한다. 이중 팬택 스탠더드텔레콤 세원텔레콤 등 3개사는 올해안에 생산한다.건인텔레콤 핵심텔레텍 등은 생산시기가 정해지지 않았다.이중 삼성전자가 연간 생산능력 1천2백만대로 가장 많고 LG정보통신 7백20만대, 현대전자 3백60만대다. 중견업체중에는 팬택이2백40만대로 생산능력이 가장 크고 이어 어필텔레콤이 1백80만대, 맥슨전자가 1백60만대다.현재 국내업체들의 생산능력은 2천7백만대에 달하지만 실제 생산량은 1천85만대다. 이중 내수용은 7백35만대이고 3백50만대는 수출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