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보다도 중소기업의 수출 증대를 위해 총력 지원에 나서겠습니다.』양만기 수출입은행장의 내년도 포부다. 양행장은 내년도 자금공급총액의 27%(2조원)를 중소기업부문에 붓겠다고 밝혔다. 올해비중(19% 추정)보다 휠씬 높게 책정된 규모다. 이를 위해 금년 5월부터 시행되고 있는 수출환어음 재할인제도를 확대 시행하고 중소자본재 수출지원자금도 대폭 증액할 방침이다. 중소기업 지원은 양행장이 재무부 관료시절부터 견지해온 신념이기도 하다. 『중소기업은 우리 경제의 기초입니다. 금융과잉이라는 비판이 있기도 하지만 수출중소기업을 육성하지 않고서는 한국경제의 회생을 장담할수 없습니다.』양행장은 지난 4월 취임한 이후 지금까지 숨돌릴 틈조차 없는 바쁜나날들을 보냈다. 내부적으로 구조조정이라는 홍역에 몸살을 앓으면서도 기업들의 수출동향에 한시도 눈을 뗄 수가 없었다. 『IMF사태이후 경제위기 극복의 화두는 수출이었습니다. 수출주력 품목들의 세계적인 공급과잉 속에서도 우리에겐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수출금융의 패턴도 과거와 달라질 수밖에 없었습니다.』사실 우리나라는 부지런히 달러를 벌어들이지 않으면 눈덩이처럼불어나는 외채원리금을 감당할 수 없고, 깊게 패인 불황의 골을 메울 수 없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정부가 의도적으로 수출금융 활성화에 무게를 두긴 했지만 그간 수출입은행의 기능과 역할은 적지않은 변화를 겪었다.◆ 5대그룹도 지원 확대할 계획양행장이 취임하자마자 한달도 지나지않아 시행한 무역어음할인이대표적인 케이스. 수출업자에 대한 대출 보증 등 직접 지원방식에서 탈피해 수출환어음을 매입하는 시중은행을 통해 수출을 지원하는 재할인제도였다. 신규 업무임에도 불구, 지난 11월말까지5천3백여억원이 풀려나갔다.또 12월부터 시행하고 있는 5대 종합무역상사에 대한 수출환어음직접매입 및 재할인제도도 획기적인 방안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5대그룹 종합무역상사는 그동안 무역금융 지원대상에서 제외돼있었지만 종합상사가 중소기업들의 무역업무를 대행하고 있고, 국가적인 비상시기를 맞아 대기업들의 수출도 도와줘야한다는 측면에서 제도를 바꾸게 됐습니다.』 양행장은 내년에도 필요하다면 5대그룹에 대한 무역금융지원을 계속 해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양행장은 그러나 은행경영에 있어서 자신만의 고집을 갖고 있다.IMF사태를 전후로 더욱 강화된 소신이기도 한 그의 경영철학은 금융 건전성의 회복이다. 유례없는 정책금융기를 맞아 「국책은행장이 별 걱정을 다한다」는 소리도 있을 법하지만 그의 얘기는 다르다. 『기업들의 수출활동을 지원하는 것은 수출입은행의 가장 중요한임무입니다. 그러나 무작정 모든 기업들에 돈을 내줄 수는 없습니다. 예컨대 외환보유고가 10억달러도 안되거나 자금회수 여부가 극히 의문시되는 수출지역에 어떻게 돈을 내어놓겠습니까.』 아무리정책자금이라도 차주의 상환능력을 철저히 따지겠다는 것이다.이 때문에 본의 아니게 지원을 거절할 때도 있고 경우에 따라 욕을먹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하지만 양행장의 태도는 단호하다. 평소직원들에게 당부하는 「자신이 한 일에 대해서는 그 결과에 대해스스로 책임을 지라」는 원칙을 자신에게도 그대로 적용한다는 것이다. 결국 양행장이 지향하는 것은 경영의 효율화와 합리화로 요약된다.아직 구조조정이 마무리되지는 않았지만 이같은 비전을 깔고 임한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생각이다. 직원들 사이에 「아이디어맨」으로 통하는 양행장이 내년에 어떤 방식으로 수출드라이브를걸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