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능성 신발의 대표주자로 꼽히는 (주)닥터 슈의 차인호 대표(49)는 흔히 신발박사로 통한다. 올해로 벌써 23년째 한우물을 파고 있으니 그럴만도 하다. 젊은날의 모든 정열을 신발하나에 묻고 20년 이상을 지내온 셈이다.차대표의 신발인생은 지난 77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군대를마치고 국내 굴지의 구두메이커인 에스콰이아에 입사하면서오늘의 그를 만든 신발과 인연을 맺었다. 그후 하루 종일 신발과 씨름해야 하는 나날을 보냈고, 때론 매장에서 하루 종일고객들에게 신발을 골라주는 일로 보내기도 했다. 육체적으로는 힘든 하루하루였지만 어려움보다는 보람이 더 많았던 시절이었다. 특히 자신이 만들고 골라준 신발을 신고 좋아하는 고객들을 볼 때마다 힘이 솟곤 했다.그러다가 차대표는 지난 97년 자기만의 일을 하고 싶어 회사를 그만뒀다. 20년만의 「화려한 외출」을 꿈꾸었던 것이다.특히 새로운 신발의 세계에 도전하고 싶다는 욕망은 더 이상그를 회사에 잡아두지 못했다. 그때 이미 차대표의 마음 한가운데에는 국내에서 미개척지로 통하던 기능성 구두에 대한 미련이 가득했던 것이다. 차대표와 닥터 슈와의 만남은 그래서 이루어졌다. 당시 닥터슈는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기능성 구두 개발에 박차를가하고 있었다. 하지만 관리력과 마케팅 능력이 떨어져 약간불안정한 상태였다. 반면 차대표는 그 나름대로 자신의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곳을 찾고 있었다. 결국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과 신발 경력 20년의 베테랑과의 만남은 서로의 필요에의해서 성사됐던 것이다.닥터 슈에 합류한 차대표는 이후 그동안 개발해온 기능성 구두를 잇달아 발표했다. 기존 인력들과 힘을 합치고 여기에 차대표 특유의 아이디어를 가미해 신제품을 내놓았던 것이다.지난 2년여 동안 출시한 신제품만 5종에 이를 정도다. 특히최근 내놓은 「닥터프렉스」는 기능성 구두의 전형으로 꼽힐정도로 우수한 성능을 자랑한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부 업체에서 비슷한 제품을 출시하고 있지만 이에 개의치 않는 것도 닥터프렉스 나름의 강점이 많기 때문이다.『자체 기술로 개발한 내피와 중창, 깔창을 적용한 구두로 그동안 개발해온 기술을 모두 모았습니다. 정전기 방지와 항균및 탈취 기능이 있고 지압효과도 상당하다고 자부한다. 여기에다 위생깔창을 깔아 위생적인 면에서도 다른 구두에 비해뛰어나다고 생각합니다.』그 사이 특허와 실용신안도 여러 개 땄다. 항균 및 탈취기능이 실용신안을 획득했고, 중창은 의장등록됐다. 또 지압효과및 정전기 방지기능은 특허를 얻는 개가를 올리기도 했다. 이밖에 구두의 탄력성을 배가시키는 스프링 굽은 실용신안과 의장등록을 동시에 획득하기도 했다. 모두 5개 분야에 걸쳐 「특별한」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사실 닥터 슈는 아주 영세하다. 직원이래야 고작 10명에 지나지 않는다. 하지만 닥터 슈는 여느 대기업 못지않은 뛰어난기술력을 자랑한다. 대기업이 하지 못한 일을 척척 해내고 있다. 그 비결이 뭔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별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오로지 구두만 생각하다보니 좋은생각이 떠오르는 거지요. 굳이 이유를 찾는다면 생활 속의 불편함을 상품으로 연결시키는 전략에서 비롯된다고나 할까요.직원 모두가 늘 좀더 편리하고, 건강에 좋은 구두를 만들기위해 노력합니다.』중소 신발업체를 이끌고 있는 차대표에게는 어려움도 적지 않다. 우선 가장 신경을 쓰게 하는 것은 판매망이다. IMF 사태이후 전국의 신발업체들이 연이어 부도를 내면서 신발 유통망이 엉망진창인 상태다. 차대표의 고민도 바로 여기서 출발한다. 현실적으로 체계적인 유통망을 구축하기가 쉽지 않은데다경쟁이 워낙 치열해 제값을 받기도 쉽지 않은 것이다. 최근들어 대만 중국 유럽 등지의 수입업자들과 활발한 접촉을 벌이고 있는 것도 이런 상황과 관련이 깊다.자금문제 역시 풀기 어려운 숙제다. 처음부터 기술력 하나만을 믿고 뛰어든 까닭에 점점 조여오는 자금의 압박을 헤쳐나가기가 쉽지 않은 것이다. 은행의 문턱마저 높아 담보가 변변치 않은 상황에서 대출을 받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다행히 최근 중소기업진흥공단에서 벤처기업에 지원하는 자금 가운데 3억원 가량을 닥터 슈에 주겠다는의사를 전해와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됐다.차대표의 기능성 구두에 대한 정열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요즘도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갖고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고있다. 그 가운데 하나가 이미 실용신안과 의장등록을 획득한스프링 굽 구두다. 뒷굽에 스프링을 달아 탄력성을 크게 높인구두로 이미 시제품을 만들어 점검하는 단계에 와있다. 곧 시중에도 선을 보일 계획이다.스몰& 빅 사이즈 구두도 차대표가 관심을 갖는 분야다. 발이너무 크거나 작아 시중에 맞는 구두가 없어 고생을 하는 사람들을 겨냥해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신세대들가운데 발의 크기가 3백mm가 넘을 정도로 유난히 발이 큰 사람들이 많아 시장성은 충분히 있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02)2216-1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