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키/1999년/192쪽/6천원원

돈이면 귀신도 부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돈만 있으면 안되는 것이 없다는 의미다. 물론 이는 사실이 아니다. 누구든 이런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돈이 행복한 생활을 영위하는 하나의 수단은 될 수 있지만 전지전능한 것이 아님을 익히 깨우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현실 속에서 돈에 휘둘리는 일은 한두가지가 아니다. 돈에 지나치게 얽매이지 않으면서 제대로 쓰는 사람이 과연 몇명이나 될까.이 책은 「돈의 윤리」, 「돈의 철학」에 대한 서양판이라 할 만하다. 저자는 돈이 돌고 도는 과정에는 일정한 원리가 있다는 전제 아래 그 비밀스런 원리를 7가지의 간결한 법칙으로 구성하여 풀어내고 있다. 일상 생활 속에서 어떻게 돈을 벌고 어떻게 관리하며 또 때로는 어떻게 단호한 자세를 가져야 하는지 구체적인 실천 방안을 제시한다. 돈에 억눌려 있는 우리들의 무한한 잠재력을 일깨워주는 셈이다.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이 책이 「언더그라운드 클래식(Underground Classic)」이었다는 점이다. 70년대 초에 팸플릿 형태로 처음 간행된 이래 기업의 경영자와 재무 담당자들이 앞다투어 복사본을 만들어 돌려 보던 것으로 당시 대공황 이후 최대의 경제 불황에 직면해 있던 국민들에게 현실 극복의 희망과 대안을 제공해 주었다. 최근 새롭게 개정 출판됐지만 책의 향기는 그치지 않고 여전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이 책은 돈의 일곱가지 법칙이 화두다. 제1법칙부터 제7법칙까지 법과 관련된 내용을 일곱 개의 법칙으로 꾸며 내용을 전달한다. 전체적으로 군더더기가 전혀 없으며 저자는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전달하기 위해 아주 간결한 방법을 동원해 이야기를 풀어간다.이 책이 제시하는 돈의 1법칙은 「우선 실행하고 보라」다. 하고 싶은 일을 할수 있는 능력과 적성이 있느냐 없느냐를 걱정하되 돈에 대해서는 염려하지 말라는 얘기다. 이는 기본적으로 올바른 일을 하고 있으면 돈은 저절로 따라온다는 판단에서다.우리가 돈으로부터 자유를 추구하면서도 정작 소홀한 것이 적잖다. 제2법칙으로 「돈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필수 규칙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저자는 돈의 수입과 지출을 철저하게 기록, 관리하는 것은 일확 천금과 같은 헛된 꿈에 인생을 허비하지 않고 우리의 인격을 한단계 더 성숙시키는 과정이라고 말한다.3법칙과 4법칙에서는 「돈은 꿈이다」와 「돈은 악몽이다」를 다룬다. 먼저 「돈은 꿈이다」에서는 돈의 꿈만 쫓다보면 허무함만이 남을 뿐이라며 돈의 환상에서 깨어나야 의미있는 세상을 보게 된다고 설명한다. 이어 「돈은 악몽이다」를 통해서는 돈은 필연적으로 악몽적인 요소를 갖고 있다며 증여가 되었든 선물이 되었든 유산 상속이 되었든 돈을 주고 받는 일에는 은연 중에 돈을 주는 사람의 드러나지 않는 기대나 의도가 들어가 있다는 것이다.그래서 돈을 거저 주거나 공짜로 받게 되는 일은 있을 수 없다는 것이 5법칙 「돈을 거저 주는 법은 절대로 없다」와 6법칙 「돈을 공짜로 받게 되는 법은 없다」에서 구체적으로 제시된다. 심지어 가정에서 자녀들에게 주는 용돈도 그러하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사실을 알지 못하면 돈을 받은 사람은 준 사람의 의도에 맞추어 살아야 하는 악몽에 시달린단다.「돈이 없는 세상도 있다」를 마지막인 7법칙으로 소개하면서 저자는 돈이란 우리의 인생에 있어 하나의 수단이지 결코 목적이 아니라는 사실을 강조한다. 결론적으로 우리가 하고 싶은 일, 올바른 일을 하고 싶으면 돈이 저절로 따라오고, 돈에 억눌려 있던 우리의 무한한 잠재력이 비로소 발휘될 수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