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상황 호전, 대규모 이탈 없을듯 ... 실적 호전 대ㆍ중소형주 관심

최근의 외국인 매도가 심상치 않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부터 3개월 연속 순매도하여 순매도 금액이 2조원을 상회하고 있다. 매도 강도도 시간이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5월에 9백62억원, 6월 7천3백22억원, 7월 현재 1조3천억원을 순매도하고 있다. 7월중 외국인 순매도 상위종목도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대우전자, 국민은행, 삼성전자(우) 등 한국 주식시장을 대표하는 주식이 많아 「Sell Korea」가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아울러 한때 1만계약에 육박하던 선물 누적 순매수 규모도 급감하여 7월27일 현재는 7천 계약 이상 순매도로 전환된 상태이다. 그래서 지난 IMF 사태 때와 비슷한 상황이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외국인 투자물량 조절외국인 매도의 근본적 배경 및 원인은 일차적으로 이익실현 차원으로 해석된다. 글로벌 투자자 입장에서 한국 증시가 MSCI 기준에 의한 포트폴리오 구성 비중 등을 이미 초과할 정도로 급등하여 비중 조정 차원에서 물량을 덜어낼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미 한국 증시는 아시아 시장에서 다른 나라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높게 상승하여 외국인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할 정도가 된게 사실이다. 이익매물 출회 차원이 아니라도 외국인은 물량조정을 할 필요가 있다. 유상증자나 DR발행 등 발행시장에서의 천문학적인 물량확대를 감안하면 어쩌면 유통시장에서의 외국인 매도는 일견 당연하다.98년까지 거의 발행되지 않았던 해외 DR가 99년 상반기에 한국통신, 삼성전관 등을 포함해 3조4천억원(28억8천만달러, 원달러 환율 1천1백80원 적용)이나 발행되었고 하반기에도 기발행된 포항제철 이외 한빛은행 담배인삼공사 등이 대규모 DR를 발행할 계획이어서 연간 DR발행 규모가 10조원 이상에 달할 전망이기 때문이다.정부의 민영화 정책 추진 과정에서 산업은행 등 정부 출자 은행의 보유지분 등을 해외에 매각하고 있어 앞으로도 DR발행 및 전체 DR발행 잔고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외국인의 입장에서는 원주보다는 환리스크가 없는 DR를 선호하기 마련이고 이에 따라 원주 수요도 현격하게 감소하게 된다. DR발행 급증으로 해외에서의 한국물 주식에 대한 희소가치가 사라지면서 국내 주가와 해외 DR가격 차이, 즉 프리미엄도 사라지고 있다. 결국 DR 발행 급증으로 인해 발행 직전에는 외국인의 현물 매도로, 발행 이후에는 매수세 분산으로 인해 국내 원주에 대한 매수 규모가 현격하게 떨어지는 것이다.DR발행과 함께 큰 폭으로 확대되고 있는 유상증자는 외국인 매도의 또 하나의 원인이 되고 있다. 현재 증권거래소에서 집계되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 합계는 단순히 장내에서 매매된 주식의 매매결과만을 보여주고 있다. 여기에는 외국인의 증자 참여분이 포함되지 않았다. 올들어 상장회사의 유상증자가 현재 19조원 이상에 달하는데 여기에서의 외국인 지분을 고려하면 실제로 외국인의 국내 주식 보유는 최근의 매도에도 불구하고 더욱 늘어난 셈이다.이처럼 이익실현 차원의 매도, 유상증자와 DR 발행과 관련한 매도로 그 의미를 애써 축소하려고 해도 최근의 매도와 순유출은 막연한 낙관론을 일축한다. 최근 외국인들의 매도가 과거에 볼 수 없었을 정도로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대우 문제로 인해 외국인이 본격적으로 이탈하는 것이 아니냐 하는 우려가 실제로 제기되고 있다.외국인의 입장에서 대우는 한국 경제에서 자산 기준 랭킹 2위의 대그룹이라는 인식이 우선한다는 점에서 사태의 심각성이 있다 할 것이다. 더욱이 외국인은 순매도한 후 매도 자금을 일부분 빼내가고 있다. 4월을 제외하고는 월별 순유입 규모가 감소하다 급기야 6월에는 순유출로 반전, 매도 자금중 일부가 해외로 유출되고 있음을 나타내주고 있다.◆ 투신권 순매수 기조 유지 ‘증시 안정’그러나 최근의 외국인 매도는 외환위기 당시와 같은 급격한 신인도 하락이나 환율 불안으로 인한 대거 이탈과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할 수 있다.지금은 당시와 달리 외환보유고를 6백억달러 이상 쌓아놓고 있어 외국환 결제에 전혀 지장이 없는 상태이다. 기관투자가의 매수여력도 당시에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순매도를 하였지만 지금은 투신 중심의 기관매수 여력이 큰 상황이다. 무엇보다 경기 상황이 당시에는 하강기조였지만 지금은 저점을 통과한 후 본격 회복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순매도 규모가 금액상으로 크지만 IMF 위기시엔 외국인의 투자한도가 25%로 제한되어 있었다.또한 외국인의 보유자산 대비 순매도 금액은 당시 10%에 달했지만 지금은 3% 정도에 불과하다.결국 헤지펀드의 교란 요인 감소, 신속한 대우그룹 구조조정 추진, 특히 저금리 기조 지속 및 자금시장의 안정, 외환보유고 확충과 경기상황 호전 등으로 인해 외국인의 대규모 이탈이 재현되지는 않을 전망이다. 또한 외국인의 매도 지속에도 불구하고 투신권 순매수 기조가 유지되고 있어 증시의 안정성이 크게 위협받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외국인 매도는 한국물의 희소가치가 없는 완전 개방 여건하에선 지난 6년간의 순매수 일변도보다는 시황에 따라 순매도와 순매수가 교차하는 시장으로 변화될 가능성이 있다. 해외 유동성이 위축되거나 확대될 때 매도 또는 매수 강도는 달라질 수 있다. 다만 매수로 전환하더라도 각국에서의 외국인 시가총액 비중이 20%를 넘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우리시장에서도 20% 이상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따라서 외국인은 동 수준을 유지하면서 교체매매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유출은 아니지만 동시에 대규모 순유입 전환 가능성 또한 크지 않은 가운데 교체매매 정도를 기대할 수 있는 셈이다. 최근 외국인들은 그동안의 핵심 블루칩 위주의 매매에서 벗어나 실적이 호전되는 여타 대형주나 중소형주에 대해서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이러한 Bottom-Up 방식으로의 매매패턴 변화는 핵심블루칩에 대한 고주가 부담에 따른 이식매도와 비교되는 것으로서 저평가 종목 발굴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전환으로 해석된다. 외국인 매수 타킷 시각의 변화 흐름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