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케이블 전문생산업체인 일진산전은 지난 6월, 1천9백20만달러 규모의 외자를 끌어들였다. 외자도입기관은 투자하는데 엄격하고 꼼꼼하기로 소문난 IFC(국제금융공사)가 주축이 됐다. 6백만달러는 IFC가 자본참여 형태로, 9백만달러는 전환사채(CB) 발행이란 형식을 통해 유치했다. 나머지 4백20만달러는 기존대주주와 일진그룹계열사들로부터 유치했다. 투자조건은 상환기간 5년 이상에 이자율은 리보금리 수준. IMF직후인 98년 3월에 외자유치 협상을 벌였음을 감안할 때 파격적인 조건이다.그러나 놀라운 것은 단순히 외자유치조건이 아니다. 투자내용을 조금만 들여다 보면 예전과 크게 다르다는 점에서 더욱 놀랍다. 예전에는 기업들이 외자를 유치할 때 투자기관들로부터 일정한 이자를 제공하는 대출형식을 취했다면 이번 일진산전의 외자유치는 투자수익률에 따라 수익을 챙기는 투자형태를 강하게 띠고 있다는 점이다.즉 6백만달러를 자본 참여한 IFC의 입장에서 보면 일진산전의 경영실적이 좋아져야만 많은 수익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이다. CB발행을 통해 투자한 9백만달러도 일진산전이 증권거래소에 상장돼 주가가 상승해야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반대로 말하면 일진산전의 경영실적이 나빠지면 원금은 고사하고 이자도 챙길 수 없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게다가 경영참여나 간섭도 하지 않겠다는 단서도 곁들여 있다.세계적인 투자전문기관인 IFC가 설립된지 채 5년도 안된 일진산전에 자본참여형태로 투자한 이유는 자명하다. 향후 투자수익이 높을 것이란 기대감 때문이다.일진산전은 최신의 공장자동화 설비를 갖춘 전력케이블 생산업체다. 절연재를 이용한 절연전선, 에너지원을 전송하는 전력케이블 및 초고압케이블, 제어용케이블 등 다양한 용도의 전력선을 생산하고 있다.특히 일진산전은 전력케이블 중 에너지 전송을 위한 대용량, 초고압전력케이블을 생산하는 업체중 최고의 품질과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다. 날이 갈수록 전압이 높아지는 추세를 고려해 볼 때 초고압전력케이블 생산기술이 높은 기업만이 해외기업들과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 초고압전력 케이블은 고부가가치 사업일진산전의 초고압전력케이블 기술과 품질은 세계적으로 손색이 없는 수준이다. 전력케이블중 가장 부가가치가 높은 초고압전력케이블 생산기술은 세계적으로 유명한 스위스, 프랑스, 이탈리아, 일본의 업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스위스의 브르그(Brugg)사로부터 기술도입해 생산하던 설립 초기와 비교할 때 비약적인 발전인 셈이다.이러한 기술향상은 연구요원의 확충과 연구개발비의 확대 등 대대적인 기술개발에 주력한 결과다. 현재 60여명의 관리인력중 12명이 연구원이다. 일진산전은 이러한 기술을 인정받아 한국전력은 물론 인천 신공항의 전력케이블 공급업체로 선정되었다. 태국과 싱가포르 그리고 이스라엘에 대한 주요 전력케이블 수출업체로도 공고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전력케이블 산업의 특성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아 경쟁이 치열한 산업이란 점이다. 자연히 마진폭이 적을 수밖에 없다. 이 회사가 고부가가치를 생산할 수 있는 초고압전력케이블 사업에 주력하는 이유도 바로 이 때문이다.이교진 일진산전 사장은 『전력케이블 사업은 설비를 중심으로 한 장치산업이란 특성이 강하다. 특히 저압전력케이블 생산은 장치산업이면서도 노동집약적 산업의 성격이 강해 기업간 경쟁력 차이가 별로 없다. 반면 초고압전력케이블은 그야말로 고도의 기술집약산업이므로 기술이 곧 경쟁력』이라고 기술개발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인터뷰 / 이교진 대표이사▶ 이번 외자유치의 특징은.대출형식이 아니라 투자형식이란 점이 가장 큰 특징입니다. 특히 이번에 발행한 CB는 4년후 상장후 곧바로 주식으로 전환되기 때문에 경영실적 향상에 따른 주가상승만큼 수익을 올릴 수 있습니다. IFC는 저희 회사의 경영실적이 크게 호전될 것이라 믿고 투자했다고 봅니다.▶ 외자유치로 배운 점이라면.선진국 경영방식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습니다. IFC는 단순한 재무상태보다는 향후의 성장성에 더 관심을 두었습니다. 또한 경영평가에서도 객관적인 기준을 도입, 경영의 투명성을 강조한다는 점을 배웠습니다.▶ 경영자가 투자자에 대해 보답하는 길은.이윤을 많이 내는 일입니다. 그래야 주가가치가 높아지고 투자자들은 수익을 챙길 수 있습니다. 주가가치를 올릴 수 있는 경영전략을 짜내는 일이 경영자의 임무라 생각됩니다. 경상이익은 매출대비 15% 이상을 목표로 삼고 있습니다.▶ 최근의 경영실적은.98년 매출액은 6백억원을 기록했습니다. 대규모 설비투자로 장부상 손실을 기록하고 있지만 99년에는 수익도 흑자로 반전될 것입니다. 현재 20% 차지하고 있는 수출비중도 아시아시장에 대한 초고압전력케이블의 급격한 수출증가로 점차 늘어날 전망입니다.▶ 귀사제품의 특징을 든다면.품질이 세계 수준이란 점입니다. 특히 국내 처음으로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는 구리 외장(Copper Sheath)을 채용하고 있어 알루미늄을 사용하는 다른 제품들 보다 성능이 우수합니다.▶ 치중하는 경영전략은.당분간 일반비즈니스에 역점을 둘 것입니다. 아무리 좋은 품질의 제품을 생산하더라도 무역이나 마케팅에서 뒤질 경우 매출과 수익이 감소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정도 기술경쟁력을 갖춘만큼 마케팅 부문에 힘을 쏟을 계획입니다. 특히 30년간 품질을 보장하는 제도를 도입해 고객들을 만족시킬 것입니다. 회사측으로서도 한 번 사고나면 엄청난 비용이 들어가기 때문에 사전에 이를 차단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영은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부작용이 생기기 마련이므로 각부문의 역할분담을 적절히 조화시킬 방침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