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고 있는 국내 금융·자본시장에서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직접금융화 추세다. 우리나라의 총 보유 금융자산중 채권 및 주식이 차지하는 비율이 대출금의 그것을 앞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 96년부터. 이어 98년말 잔액기준으로 보면 총 금융자산 2천9백90조원중 채권 및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0%선으로 높아졌다. 이에 반해 대출금 비중은 20%로 낮아지고 있는 추세다.이같은 양상은 IMF사태를 전후로 기업들의 간접금융이 여러 형태로 제약을 받게된 반면 유상증자 등을 통한 직접자금 조달은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금리 움직임에 민감해진 개인들이 예금 신탁 보험보다는 채권이나 주식에 투자를 늘리고 있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또 직접금융은 ABS나 MBS와 같은 자산유동화 증권이 속속 선을 보이면서 더욱 힘을 얻고 있다.자금시장에 특기할만한 변화들이 나타나고 있다. 우선 기업에서 조달하는 자금의 기간구조가 중장기화되고 있다. 단기어음인 기업어음(CP)은 점점 그 입지가 줄어들고 있다. 금융의 기관화 현상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올들어 수익증권 뮤추얼펀드 등 간접투자 방식의 증시참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나타난 양상이다.문제는 직접금융을 통한 자금조달이 과거 대출위주의 조달방식보다 훨씬 까다롭고 어렵다는 점이다. 종전의 간접금융 방식 아래서는 사업 수익성이나 담보여부 등 비교적 간단한 기준에 의해 돈을 빌릴 수 있었다. 또한 자금공여자가 소수에 불과해 기준 충족이 쉬웠을 뿐만 아니라 부분적으로 유력정치인이나 권력기관에의 로비를 통해 자금을 끌어 쓸 수도 있었다. 경영권 유지에 위협을 받지 않는 것도 장점이었다.(기업 경영주 입장에서는) 그러나 직접금융 시장에서 자금조달 패턴은 확연히 달라진다. 무엇보다도 기업자체의 신용도가 가장 중요한 잣대로 작용한다. 시장은 각 기업의 재무구조 성장성 안정적 매출구조등을 종합적으로 판단, 자금제공여부를 결정한다. 또 다수의 자금공여자(유가증권 투자자)에 의해서 조달규모와 코스트가 결정되므로 해당기업은 철저히 노출될 수밖에 없다.따라서 국내 기업들은 이처럼 달라진 금융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지 못하면 무한경쟁 시대를 헤쳐나가기 어렵게 됐다. 그중에서도 직접금융 시장에서 원활한 자금조달을 기업성장의 최우선 요건으로 삼아야 할 처지다.이러한 새로운 환경하에서 기업 생존전략은 크게 세가지로 집약할 수 있다. 첫째, 주주중심의 경영체제로 전환해야 한다. 주주중시 경영은 기업재무의 최우선 원칙으로, 만약 주주가 중시되지 못할 경우 해당기업 주식에 대한 투자매력이 크게 저하돼 주가가 낮게 형성될 수밖에 없다. 둘째, 외형보다는 실질을 추구해야 한다. 성장을 중시하는 외형위주의 경영에서 벗어나 기업가치와 재무 건전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한다.셋째, 투자자 관리체계의 정립이다. 자금조달 코스트를 낮추고 우호 주주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보다 적극적으로 투자자를 관리할 필요가 있다. 이른바, IR(Investor Relationships)을 강화해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통해 투자자 홍보 및 기업내용의 공시체계를 강화, 주주를 장기적으로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주가의 변동성을 줄여야 한다.각 기업들에 이같은 노력들은 더 이상 선택의 대상이 아니다.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의한 경영은 기업의 생존문제와 직결돼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