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재계 총본산인 전국경제인연합회를 이끌 것인가.』김우중 대우 회장이 회장직을 사퇴하자 재계의 관심이 온통 후임 회장에 쏠리고 있다. 전경련은 14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 회관에서 회장단 회의를 열고 11월 4일께 후임 회장을 뽑기 위한 임시 총회를개최키로 했다. 대행 체제 보다는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해 재계 화합을 이끌어낼 인사를 서둘러 회장에 추대하는게 낫다고 판단해서다.가장 유력한 후임 회장으로는 정몽구 현대 회장이 거론되고 있다.재계 순위 1위 그룹의 오너인데다 성품이 소탈해 재계 화합을 무난히 이끌어낼 적임자란 평이다. 물론 정 회장은 손병두 전경련 상근부회장에게 고사의 뜻을 밝혔다. 현대측도 비슷한 분위기를 조심스럽게 전하고 있다. 전경련 안팎은 물론 재계 인사들은 후임자를 거명하길 부담스러워한다. 자칫 정회장을 추대하는 과정에서 미묘한기류가 형성될 것을 우려해서다.재계 일각에서 정회장을 추대하려는 의견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재계 전체의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해선 막후 조율작업이 좀 더진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조급하게 결론을 내리려고 하다 자칫불필요한 오해와 혼선을 빚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역대 전경련 회장 인선논의를 할 때는 재계는 항상 신중하고 조심스러운 모습을 보였다.14일 열린 회장단 회의에서 시기와 절차만을 협의하고 후임 인사를거명하거나 기준을 논하지 않은 이유도 여기에 있다. 더구나 이날회의에는 5대 그룹 회장이 모두 불참했다. 5대 그룹은 회비를 가장많이 부담하는 등 사실상 전경련의 대주주인 셈이다. 당연히 후임회장 추대 과정에서 5대 그룹간 합의는 필수 조건이다. 이번 경우는더욱 그렇다. 누가 되더라도 전폭적으로 밀어 힘을 실어줘야 한다.그래야 재계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있다. 누가 되든지 5대 그룹회장의 의견을 경청해 의사결정과정에 반영해야 한다는게 전경련의입장이다.◆ 유력 후임자 말하기 어렵다손병두 전경련 부회장도 회장단 회의 직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현재로선 유력한 후임자를 말하기 어렵다』며 백지 상태에서 회장단과고문단의 의견을 조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항간에 도는 것과 달리 아직 결정된게 아무 것도 없다는 것이다. 손부회장은 그러나 11월초 총회 이전까지 재계 합의를 도출할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그는 『회장단들이 현명하기 때문에 이 시점에서 누가 적합한지 모두 마음에 두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뚜렷한 대안을 내지 않으면서 누구는 되고 누구는 곤란하다고 주장할재계 인사는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의 의견이 한쪽으로 압축되면회장단은 10월말께 은밀한 모임을 갖게 된다. 최종 의견을 조율하기위한 추대 모임이다. 여기서 결정된 사항이 총회에 그대로 반영되고새 회장은 만장일치로 추대된다.회원사들의 만장일치 추대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끝까지 고사할 경우판도가 바뀔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김각중 경방, 조석래효성 회장이 함께 물망에 오르는 것도 이런 가능성을 염두에 둔 관측이다. 물론 전경련 관계자는 『일단 재계가 뜻을 모아 추대하면이를 수용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회원사의 뜻을 좇을 수밖에없을 것이란 얘기다. 그러나 재벌에 대한 정부압박 강도가 거세지는상황에서 정부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해야 하는 등 부담이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번에는 사정이 다를 것이란 분석도 없지 않다.전경련 회장은 단순히 2년 임기의 경제 단체장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재계의 자존심이 걸린 자리다. 재계가 어려운 때 누가 희생정신을 발휘해 재계의 자존심을 지켜낼지 관심거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