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니즈 파악ㆍ유통망 확보ㆍ제조기간 단축으로 성공
필름인화지 업체로 유명한 후지사진필름이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후지사진필름의 「파인픽스」시리즈의 1999년 3월 시장점유율은 35%. 카시오계산기가 1996년 한때 50%이상을 차지한 이래 가장높은 점유율이다. 1999년 7월에는 선두경쟁을 벌여온 올림푸스광학을 4%포인트 차이로따돌렸다. 4개월 연속으로 정상자리를 지켰다.후지사진의 디지털카메라가 왜 이처럼 잘 팔리고 있는가. 『1999년 중반부터 시장에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변화를 예감하고 있었다.』 PC를 사용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디지털카메라가 보급되기 시작할 것으로미리 감을 잡고 있었다는게 무네유키 마사유키(宗雪雅幸)사장의 설명이다.디지털카메라 시장은 크게 5가지로 나누어져있다. 화소수(2백만개 수준,1백만개 수준)와 광학줌 기능의 유무에 따라 4개로 나뉜다. 성능의 차이에 따른 것이다. 나머지 하나는 게임기의 부속품이나 어린이용 등 1백만화소 이하의 싼 제품이다.이 가운데 후지사진이 시장을 절반이상 확보하고 있는 것이 화소수 1백만에 광학줌이 없는 저가품이다. 1998년 3월 판매를 개시, 자주 품절이 될 정도로 인기를 끌었던 「파인픽스 700」, 1999년 6월 판매개시 이후 양판점 랭킹에서 항상 3위 안에 들고 있는 「파인픽스 1500」등이 그 대표적 상품이다.후지는 저가품으로 시장을 공략하기 위해 여성고객을 집중 공략했다. 화소수에 관계없이렌즈부착 필름의 감각으로 디지털 사진을 찍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공략 대상으로 선택한것이다.시장공략이 저가품만으로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올봄에는 2백만 화소급의 고화질디지털카메라도 선보였다. 고급화를 통해 디지털카메라가 PC의 주변기기가 아니라 아름다운 사진을 찍는 도구라는 인식을 심어줬다.◆ DS시리즈 실패의 교훈그러나 성공하기까지 많은 우여곡절을 겪었다. 1996년 7월에 첫 판매한 디지털카메라「DS」시리즈는 한때 20% 가까이 점유율이늘어났다. 그러나 세이코엡슨과 올림푸스가시도한 「화소수 경쟁」에 밀려 1998년 초에는 10% 이하로 떨어지고 말았다.이때부터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 4가지원칙을 고수했다. DS의 실패로부터 나온 것이다.「제품이나 주요 부품은 자사에서 생산한다.」는게 바로 제1원칙이다. 이지마(飯島正三)전자영상사업부장은 『DS시리즈 생산때는디지털카메라의 눈에 해당하는 주요부품인 CCD(전하결합소자)의 공급을 외부에 의뢰한결과 카메라의 독자성을 내지 못했다. 코스트도 낮출 수 없었다』고 밝혔다.이같은 반성을 바탕으로 1998년 디지털카메라 개발 방침을 「기술자전(自前)주의」로바꿨다. 그 결과 태어난 것이 「파인픽스 700」. 새로로 긴 참신한 디자인, 업계 최초로개발된 알루미늄합금보디, 2백45g의 경량소형화 설계, 1백50만화소 CCD 등 최첨단기술을 갖춘 이 제품은 판매와 동시에 소매점 판매랭킹 정상에 올랐다.후지는 자전 개발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1999년 10월부터 「슈퍼CCD 허니컴」으로 불리는 신방식의 CCD 판매에 들어갔다.종전의 CCD와 동일한 화소수로 밝기와 선명도가 약1.5배 정도 높은 화상을 찍을 수 있다. 그러나 제조비는 종전과 비슷하다는게회사측의 설명이다. 내년에는 「화상이 어둡다」는 비판을 받은 2백만화소급 CCD의 성능도 개선할 방침이다.실패로부터 얻은 두번째 경험칙은 바로 「소비자 니즈를 철저하게 파악해야 한다」는것. 상식으로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메이커가 신기술 개발에 전력을 쏟으면서 소비자의 니즈를 연구하기는 의외로 쉽지 않다.1998년초부터 6개월에 한차례씩 「후지제품을 사지 않는 이유」와 「구매시 누구의 의견을 참고로 하는가」를 조사했다. 「비구매객 조사」라는 인터뷰를 실시한 것이다. 『우리상품을 산 사람의 정보는 간단히 파악된다. 그러나 정말로 유익한 것은 사지 않는사람에 관한 정보다. 』 이지마부장의 설명이다.설계 디자인 단계에서도 「소비자 밀착」을철저하게 지켰다. DS시리즈 생산때까지 전자영상사업부의 상품기획부가 맡았던 디자인업무를 파인픽스 생산을 계기로 본사의 디자인센터로 옮겼다. 그 결실이 세로로 긴 신형디자인과 10자형 조작 버튼을 채용한 「파인빅터 700」이다.세번째 부활 원칙은 유통망을 철저하게 확보하는 것. DS실패 원인의 하나는 디지털카메라 유통망이 종전 후지사진의 필름유통망과완전히 달랐다는데 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을 만들어도 가게에서 추천하지 않으면 팔리지 않는다는 걸 배웠다. 후지는◆ 도요타·소니에서 강사 초빙1999년 10월 도쿄 이다바시의 호텔 한층을전세내 개최한 연말대비 상담회에는 1백여개대형 소매점의 사장들이 초청됐다. 매장설계와 전시용 집기공급 등에 대한 상담이 벌어졌다. 이같은 활동은 가전업계에서는 일반화돼 있다. 그러나 디지털카메라 업계에서는이례적이었다.부활의 네번째 포인트는 부품조달이나 제조기간의 단축,납기의 단축이다. DS시리즈생산때는 부품조달부터 완성까지 10주(리드타임)가 걸렸다. 최종단계인 조립에만 2주가걸렸다. 이처럼 시간이 걸려서는 디지털카메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그래서 디지털카메라 생산 자회사인 후직스는 1998년 초부터 벨트컨베이어에 의한 라인생산을 중단하고 종업원 한사람 한사람이 복수공정을 맡아 작업하는 「셀생산」방식을도입했다. 부품수 감축 등을 통해 조립기간을 5일로 단축시켰다. 가장 많은 시간이 걸리는 프린터 기판의 부착공정을 대폭 개선했다. 실장 과정에서 한번에 가공하는 수를 줄이면서 가공종류도 바꾸었다.그 결과 디지털카메라의 생산대수는 지난 2년간 10배 가까이 증가했다. 그런데도 부품의 재고는 종전의 3분의 1 정도로 줄었다.『도요타와 소니로부터 강사를 초빙, 생산방식을 필사적으로 고쳤다』는게 후직스측의설명이다.후직스의 생산성은 2년전에 비해 2.5배로 높아졌다. 10주였던 전체 리드타임은 6주로 줄어들었다. 2000년 1월부터 부품메이커와의전자데이터 교환(EDI)을 개시한다. 시장조사를 바탕으로 한 발주기간 단축 등을 통해2000년 3월까지 리드타임을 2주로 단축시킬예정이다.제조부문의 생산성 향상을 계기로 후지의 디지털카메라 시장에 대한 대응 스피드 또한대폭 빨라졌다. 『다른 메이커의 경우 10개를 주문하면 5~6개가 납품된다. 그러나 후지는 거의 1백% 납기대로 공급된다. 다른 메이커들처럼 가전메이커에 생산을 위탁해서는결코 후지처럼 할 수 없다』는게 사진기재도매상 관계자의 지적이다.후지사진 필름의 수익의 원천이었던 필름과인화지 사업이 최근들어 부진하다. 저가격프린터의 일반 가정보급 확대로 판매망이 해체 위기에 몰리고 있다. 후지사진의 운명은이제 디지털카메라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아니다. 점유율 35%로 포화상태에 이른 시장을 어떻게 공략해갈지 주목된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