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재목 수입 때나 가공시 ‘검사 또 검사’… 인테리어분야까지 영역 확대
갈마터널을 빠져나오자 눈부신 설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아직 녹지 않은 눈이 이불처럼산을 덮고 있다. 전원풍경과 더불어 장관을이룬다.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터널의 양쪽에 있는 성남과 광주는 번잡한 도심과 한적한 시골풍경을 극적으로 대비시킨다.광주읍 태전리 야산중턱에 자리잡은 재현창호(대표 가재민·46). 고급 원목을 소재로한 도어와 문틀 인테리어제품을 만드는 업체다. 굵은 무늬가 있어 품위가 느껴지는 오크, 붉은 빛으로 신비한 느낌마저 드는 체리그리고 고운 무늬의 단풍나무가 주소재다.나무는 가구나 건설용 자재로 사용돼 왔다.살림살이가 나아지면서 점차 인테리어용으로쓰이기 시작했다. 벽과 천장 마루 창틀 문에이르기까지. 나무의 자연무늬는 친근감을 준다. 곱게 다듬은 나무 마룻바닥을 맨발로 밟아 보면 원목의 참맛을 느낄 수 있게 된다.서울에 고급아파트군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대림아크로빌 LG수지아파트 목동주상복합아파트 등. 이들은 대부분 50평이 넘는 대형아파트들이다. 심지어 90평짜리도 있다. 일반인들로서는 내부구조가 어떻게 생겼는지 퍽궁금하다. 어떻게 인테리어를 해놓는지도 관심거리다.이들 아파트에서 인테리어 자재로 가장 각광을 받는 것은 원목이다. 재현창호는 이들 아파트의 인테리어를 맡고 있는 업체중 하나다. 경기도 광주군과 화성군에 3개의 공장을갖고 있는 이 회사는 고급원목을 소재로한창호와 인테리어 자재를 생산한다. 도어와문틀을 만들다가 영역을 확대해 인테리어 분야로까지 넓혔다.공장안에는 NC루터 래핑기 테노너 등 첨단설비를 갖추고 있다. 국산과 독일산 이탈리아산이 섞여 있다. 원자재는 제재목 형태로 독일 미국 캐나다로부터 수입된다.건설경기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국내에 목재창호업체는 수백개사에 이른다.그중에서도 이 회사는 몇가지 특징을 갖고있다. 우선 고급제품만을 만든다는 것.도어의 소재는 다양하다. 종이를 재료로한하니콤제품 합판제품 중밀도섬유판이나 파티클보드 위에 무늬목을 입힌 제품에서 원목제품에 이르기까지. 싼 문짝이 개당 5만원인데비해 고급원목제품은 1백만원에 이른다. 수려한 무늬 때문이다. 재현창호는 이들중에서원목도어를 만든다.또 하나의 특징은 건설경기 불황에도 꾸준히성장하고 있는 업체라는 점. 외환위기이후많은 창호업체들이 문을 닫았다. 하지만 이회사는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에 광주군 오포면에 있는 공장을 인수했다. 공장인수에 15억원 설비투자에 10억원 등 25억원을 투자했다. 중소기업으로서는 결코 적은 금액이아니다. 더구나 대부분의 업체들이 부도위기를 넘기는게 최대 목표가 되었던 시기에.이 회사의 지난해 매출은 1백50억원에 달했다. 1998년의 2배에 이르는 것. 올해는 47%늘어난 2백20억원으로 잡고 있다.대다수 건자재업체들이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서도 성장하는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우선 이 회사는 최고급만을 고집한다. 제재목을 수입할 때도 고급 수종만을 선별해서들여온다. 같은 수종이라도 옹이나 흠이 없는 것만을 골라 들여온다. 원자재 가격이 올라가는 것은 물론이다. 나무는 공산품이 아니다. 같은 수종이라도 품질이 천차만별이다. 예컨대 겉인지 중간인지 안쪽인지에 따라 값이 다르다. 중간부분이 가장 좋은 것임은 물론이다. 옹이나 불순물이 섞여 있는 것은 질이 떨어진다. 수령에 따라서도 다르다.나무는 나이가 많을수록,또 병을 앓지 않은것일수록 비싸다. 뒤틀림이나 휨이 적기 때문이다.세심한 검사를 통해 원자재를 들여온다. 또가공할 때도 KS수준 이상으로 정밀 제작한다. 길이나 너비 두께를 재단할 때도 마찬가지. 컴퓨터 수치제어 설비를 사용하는 것도이런 이유에서다. 도어와 문틀 인테리어 자재가 얼핏보면 재래식공정에 의해 제작되는것처럼 생각되지만 결코 그렇지 않다. 정밀과학에 의해 생산되는 것이다.재현창호가 이 분야에서 손꼽히는 업체로 인정받고 있는 것도 이런 노력의 산물이다. 그동안 시공한 곳만 해도 LG건설의 용인수지아파트, 대림산업의 대림해운대 2차아파트, 풍림산업의 학익동과 수원 영통아파트 등 수백곳에 이른다. 지난해에만 인테리어와 창호공사를 합쳐 1만세대분의 공사를 수행했다.재현창호를 설립한 가재민 사장은 어리굴젓으로 유명한 충남 서산 출신. 말이 얼마나느린지 같은 충청도 사람들도 갑갑하게 여긴다는 곳이다.정확한 치수·납기는 기본서울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한 뒤 건설업체에서 잔뼈가 굵었다. 건자재의 중요성을 깨닫고 1985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재현이라는상호는 자신의 이름 첫자와 아들이름의 끝자를 따서 지은 것.초기에는 남들처럼 싼 제품을 생산했다. 하지만 세계 20여개국을 다니면서 소득수준이올라갈수록 원목으로 된 고급제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의식주가 해결되면 문화생활에 관심을 갖는 것과 마찬가지 원리였다.가사장은 1990년대 중반부터 원목도어 생산라인을 갖추고 이 분야에 전력투구하기 시작했다. 자가공장에 첨단시설을 갖췄다. 특히원자재와 품질관리에 신경을 썼다. 원목도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기대수준을 뛰어넘는 제품을 내놓기 위해서였다.『비교적 순탄하게 사업을 할 수 있었던 것은 흐름을 잘 읽었고 약속을 잘 지켰기 때문』이라고 가사장은 진단한다. 정확한 치수와납기는 기본이다. 말이나 문서로 정확히 기재할 수 없는 원자재의 세부적인 품질조차원하는 것 이상으로 제공하겠다는 신념이 성공기업으로 이끄는 원동력인 셈이다. (0347)767-9912©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