펀더멘탈 개선된 은행 중심 반등 가능 … 남북 정상회담 개최도 호재
최근의 기술적인 반등에도 불구하고 금융주는 전반적으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4월12일 현재 금융업종지수는 201.21 포인트로 지난해 7월의 최고치 대비 60% 이상 하락해 시장수익률을 크게 하회하고 있다.업종별로 살펴보면 증권주는 3월말 배당기를 지나면서 급락세를 보여 사상 최고의 실적을 기록한 사실이 무색할 정도다. 은행주는 지난 2월의 급락세 이후 하락 폭이 줄어드는 모습으로 금융업종내에서 상대적으로 주가 탄력성이 높은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보험주는 3월말부터 타이거 펀드의 해체 소식으로 LG화재가 크게 하락한 것을 비롯해 삼성화재, 현대해상 등 대형사들이 크게 하락했다. 벤처캐피털 회사들은 코스닥 시장의 급락으로 보유주식의 평가익이 줄어들면서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금년 초까지만 해도 많은 투자자들이 금융주의 하락 이유를 단순히 정보통신주의 상승과 새롭게 등장한 코스닥 시장의 활황에 따른 대체재료의 부진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하이테크와 고성장이라는 단어로 대표되는 코스닥 시장이 최근 큰 폭으로 하락하는 과정에서도 금융주는 동반 하락하는 모습을 보였다. 미국 주식시장에서 나스닥이 조정받는 틈을 타 금융주가 1/4분기 실적 호전을 등에 업고 증권업종 중심으로 크게 상승하고 있는 것과는 매우 다른 양상이다. 아직 금융업종은 미국과 동조화할 수 없는 업종임을 확인시켜 주었다.◆ 금융시장 혼란·구조조정 불안감 겹쳐 부진물론 금융주가 코스닥의 대체재였다는 점에는 이론이 없으나 최근 금융주를 짓누르고 있는 주 요인은 단순히 성장주 위주의 시장 흐름 변화가 아니라 혼란스런 금융시장과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이다.올해 금융시장은 7월의 채권 시가평가제와 내년부터 실시되는 예금자 보호한도 축소 등으로 자금의 이동이 심할 전망이다. 그리고 정부가 인위적인 금융기관의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발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금융권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시장참여자들은 정부발언에 관계없이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며 특히 은행간 M&A 위주로 금융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주식시장에서의 수급 악화와는 별개로 펀더멘탈 측면에서 볼 때 금융주가 추가 하락해야 할 이유는 적다. 은행의 경우 99년 적자폭이 5조원에 달했으나 이는 대우그룹과 FLC(미래 상환능력 기준) 도입에 따른 대손충당금 추가 적립부담이 총 11조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99년 적자 요인이 과거 부실의 현재화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은행의 실질적인 펀더멘탈은 개선되고 있다고 할 수 있다.은행은 금년에 순이자 마진의 축소와 워크아웃 기업에 대한 추가 충당금 적립에도 불구하고 대손충당금 적립 부담이 큰 폭으로 축소되는데 힘입어 3조원의 흑자로 돌아설 전망이다.증권사들은 99회계연도(99.4~2000.3)에 사상 최대의 이익을 기록했으며 2000년에도 큰 폭의 이익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수탁수수료 경쟁이 심화되면서 이익이 감소할 것으로 보이는데다 주식시장 의존도가 너무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전망이다.보험사들은 99회계연도 실적이 양호했으나 자동차 손해율의 상승으로 크게 악화된 보험영업 수지가 금년 4월부터 실시되는 부가보험료 자유화로 더욱 악화될 것으로 보이는 점이 큰 단점이다.금융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은‘중립’에서‘비중확대’로 상향 조정한다. 최근 남북 정상회담 확정으로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진데다 그동안 주가가 크게 하락해 매수에 부담없는 수준에 도달했기 때문이다.물론 장기간 하락에 따른 매물 부담이 크고 구조조정이 완결되지 않아 본격적인 상승 추세로 전환하기에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장기적인 투자를 위해 매수하기에는 큰 가격 부담은 없는 형편이다.◆ 은행주 상승 자극, 증권·보험도 동반상승금융 구조조정이라는 투자 모멘텀의 전환 시점을 가장 적절한 매수 기회로 삼아야 하는 동시에 공격적으로 선취매를 하기에도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구조조정이 가시화되기 전까지는 신한은행 하나은행 삼성화재 등 상대적으로 구조조정에 따른 리스크가 작은 종목이 유리하며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후에는 국민은행, 주택은행 등 대형 우량주를 매수해야 할 것으로 판단된다.은행이 금융주의 상승을 선도할 가능성이 높다. 과거의 예를 살펴보자.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은행주는 자산건전성의 악화와 구조조정에 대한 불안감으로 큰 폭의 하락을 계속했다. 특히 98년6월말 5개 부실은행을 우량은행이 P&A(자산부채인수)하는 구조조정 방안이 발표되자 우량은행에 대한 외국인의 무차별 매도로 은행업종지수는 추가 하락했다.이후 98년9월 국민은행과 장기신용은행, 하나은행과 보람은행의 합병 등이 발표되고 정부의 저금리 정책으로 금융시장이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은행주는 대우그룹의 유동성 위기까지 약 10개월 동안 저점대비 4백46% 상승했다. 이와 함께 증권주와 보험주는 은행주의 상승세 전환에 자극받아 동반 상승하는 모습을 보였다.이렇게 과거의 사례를 살펴볼 때 금융 구조조정이 가시화된 후에는 그동안 주가를 눌러왔던 불안감이 해소되고 펀더멘탈의 개선이 주가에 반영되어 금융주는 은행을 중심으로 상승세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된다. 게다가 최근 남북 정상회담 개최로 정치적 리스크가 낮아져 국가 신용등급이 상향조정된다면 주가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정부는 97년말 외환위기 이후 금융기관 구조조정에만 64조원을 투입했으나 그 성과는 시장 참여자의 기대에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2차 금융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하고 있으나 그 방법에 있어서는 누구도 뚜렷한 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리딩뱅크의 출현을 고대하고 있으나 자율적인 M&A를 통한 리딩뱅크의 출현을 기대하기는 현실적으로 힘들 것으로 보인다. 자율합병을 기대하기 힘들다면 정부의 과감한 결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