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치 현실화 · 수익모델 강구 등 안간힘

“인터넷이 붙은 사업계획서를 들고 오면 일단 제고한다.”(테크노캐피탈 박상희 심사역) “인터넷뿐 아니라 벤처 투자 자체가 얼어 있는 게 사실이다.”(무한기술투자 최재원 심사역) “옥석을 골라낼 수 있어 오히려 벤처투자의 적기다.”(디스커버리벤처스 김정국 이사)얼어붙은 인터넷 벤처 자금시장을 대변하는 말들이다. 이미 대부분의 벤처캐피털과 창투사들은 투자에 손을 놓거나 관망하고 있다. 심지어 투자 유치를 원하는 벤처기업을 향해 “지금 꼭 투자를 받아야 합니까?”라고 반문한다. 그만큼 인터넷 벤처 자금시장이 경색돼 있다는 얘기다. 그렇다고 펀딩(자금을 유치하는 것)을 못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과거와 같이 ‘벤처이름만 붙으면 떼돈이 굴러들어오는 시대’는 지나갔다.커뮤니티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는 A업체는 지난 상반기에 10억원 규모의 1차 펀딩이후 2차 펀딩을 계획하던 중 돌발상황에 맞닥뜨렸다. 그동안 광고 마케팅으로 자금을 쏟아 붓고 회원 늘리기에 열중하던 이 업체는 당장 돈이 없으면 사이트 운영조차 힘든 지경에 처했다.과거 같으면 액면가에 몇 십배의 프리미엄을 붙여 자금을 모을 수 있었으나 상황은 그 정반대였다. 결국 벤처캐피털을 찾은 이 업체는 주식 단가를 내려 유상증자할 수밖에 없었다. 당초 액면가 5천원의 주식을 20배 프리미엄을 붙여 증자할 생각이었으나 그렇게 하지 못했다. 프리미엄을 절반으로 내려 주당 5만원에 간신히 10억원을 증자했을 뿐이다. 결국 프리미엄을 낮춘만큼 주식수가 늘어나 오너의 지분율이 하락했고 주식가치 또한 저평가되는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벤처캐피털리스트는 궁여지책으로 주식단가를 낮추거나 발행총액을 줄이는 방식을 통해 자금을 조달할 수 있지만 과거처럼 액면가의 수십 배에 달하는 프리미엄을 받고 자금을 조달하는 시대는 끝났다고 단정적으로 말한다. 한국드림캐피탈 김남기 심사역은 거품처럼 부풀어있던 인터넷 기업 가치가 빠지면서 투자 또한 현실화하고 있는 것이 최근의 분위기라고 말한다.이에따라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인터넷 벤처들이 당장 자금을 유치해야 한다면 먼저 조달자금 계획부터 치밀하게 세우라고 조언한다. 무한기술투자 최재원 심사역은 “현재 상황에서 자금조달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봐야 한다. 현재 현금이 얼마인지, 사업계획상에 자금이 얼마나 필요한지를 살펴야 한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 6개월 안에 10억원이 필요하다면 이 돈이 최소인지 아니면 최대금액인지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이와 함께 투자자를 설득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확실히 제시해야 하고, 이 모델은 수익성을 근거로 만들어져야 한다고 벤처캐피털리스트들은 입을 모은다. 테크노캐피탈 박상희 심사역은 “이 시기에 투자를 받기 위해서는 어떤 수익모델을 가졌느냐가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벤처캐피털 입장에서 투자를 결정할 때 수익을 낼 수 있는 업체냐, 아니냐는 것을 중요 지표로 삼고 있다는 얘기다.‘인수합병 및 전략적 제휴’는 자금난을 겪고 있거나 수익성이 없어 고민하는 인터넷 벤처들이 선택할 수 있는 또 다른 돌파구다. 새롬기술과의 합병에 실패한 네이버컴이 최근 국내 인터넷 벤처 3개사와 합병 및 제휴관계를 맺은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네이버컴은 지난 4월27일 온라인게임 업체인 한게임커뮤니케이션, 인터넷 마케팅 솔루션 전문업체인 원큐와 지분교환(스와핑) 방식으로 합병키로 했다. 이와 함께 검색솔루션 개발업체인 서치솔루션과는 네이버 주식 15%를 주고 대신 서치솔류션 주식 40%를 받는 조건으로 전략적 제휴를 체결했다.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은 기자간담회에서 “수익을 올리기 위한 비즈니스 모델이 필요하다. 인터넷 미디어와 솔루션, 전자상거래 등 다양한 콘텐츠를 갖춘 토털 인터넷기업으로 거듭나기 위해 M&A를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이에 앞서 게임업체인 한빛소프트가 4월25일 씨디빌을 인수한 것도 위기극복을 위한 고육지책 차원에서 이뤄졌다. 한빛소프트는 국내에서 1백20만장 이상 판매된 스타크래프트의 독점 판매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견 게임업체. 씨디빌은 국내에서 최대 80만장 이상 판매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는 대작 게임 블리자드의 ‘디아블로2’ 국내 판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인수합병은 한빛소프트의 거대한 유통망, 씨디빌의 ‘디아블로2’라는 인기예상 게임이 서로간 궁합이 맞아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서로의 강점을 이용해 위기를 같이 넘자는 계산이 맞아 떨어진 셈이다.지분확대를 통한 출자사 인수의 방법도 위기극복의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다. 유인커뮤니케이션, 머니오케이, 저스트기획 등 그동안 벤처기업에 투자를 해왔던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출자사인 오이뮤직 인수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투자차원을 넘어 지분을 확대, 계열사로 편입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이다.다음이 지분확대를 통해 계열사 편입을 추진하고 있는 오이뮤직은 음악콘텐츠 전문업체로 한국방송공사로부터 콘텐츠를 공급받아 인터넷 라디오방송도 하고 있다. 다음 입장에서는 종합포털로서 경쟁력을 보다 강화할 수 있어 오이뮤직 지분확대를 통한 계열편입 작업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또 출자한 회사의 지분을 처분해 자금을 회수하기도 한다. 다음커뮤니케이션이 한국통신프리텔 지분(0.5%)을, 인터파크가 이세일(60%), 아이엠창업투자(30%) 지분을 처분했다.회사를 팔고 사기보다는 투자와 제휴 사례도 생기고 있다. 특히 대형 포털업체들을 중심으로 전략적 제휴에 바쁘다. 야후코리아는 다양한 콘텐츠를 확보하기 위해 최근 한국스포츠티브 등 4개사를 우선 투자기업으로 선정했다. 야후코리아는 하반기 투자 규모를 더욱 확대해 올해 20~30여개 업체에 투자하기로 했다.라이코스코리아도 깨비닷컴·오마이러브·러브헌트 등 전자우편과 채팅 서비스 업체들과 제휴를 맺었고, 이베이 등 경매업체를 비롯해 여성포털·디렉트마케팅 분야의 유명 해외사이트 브랜드를 도입하는 방식으로 포털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이외 온라인과 함께 오프라인 사업을 병행하는 사례도 있다. 여성포털 사이트 우먼플러스(www.womanplus.com)는 사이트 오픈과 함께 오프라인 잡지 WP를 창간했고, LG투자증권이 운영하고 있는 스탁캐스터닷컴(www.stockcaster.com)도 오프라인 잡지 스탁캐스터를 발간했다.정보통신정책연구원의 정부연 연구원은 “인터넷 시장이 정착되기 전까지는 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이 가속화될 것이다. 또 전문분야의 인수합병이 계속돼 문화와 교육, 미디어 등 전문 커뮤니티 기반의 콘텐츠업체들을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이 늘어날 것”이라며 “기업간 전자상거래가 급속히 발전함에 따라 기업간 전자상거래 업체에 대한 인수합병도 크게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자금을 모으거나 인수합병, 제휴보다는 자체적으로 수익모델을 찾아 위기를 극복하겠다는 업체도 늘고 있다. ‘광고를 보면 돈을 준다’는 비즈니스 모델로 인터넷 벤처 신화로 떠올랐던 골드뱅크커뮤니케이션은 최근 유신종 사장 체제로 바뀌면서 금융과 엔터테인먼트에 집중하는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있다.금융부문에서는 골드뱅크가 확보하고 있는 골드상호신용금고, 보험합리주의, 벤처개발투자 등과 향후 추진할 사이버증권과 전자화폐(모빌리안스닷컴) 부동산사업(사이버아파트사업)등을 결합해 종합 자산관리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을 통해 자산 포트폴리오까지 짜주는 개인 금융자산 통합관리 시스템(PFMS)도 도입할 계획이다.엔터테인먼트부문은 기존 1백30만 골드뱅크 회원을 바탕으로 음악 영화 만화 게임 등 각종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회사 유 사장은 “농구단 운영 등 향후 골드뱅크의 주력사업과 관계가 적은 사업은 정리될 것”이라고 말했다.야후코리아도 자사 홈페이지에 오프라인기업과의 공동 마케팅사이트를 개설하고수수료를 받는 방식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내놓았다. 야후코리아와 삼성화재는 4월24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야후의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인 FMO(Fusion Marketing Online)를 통해 인터넷 공동 마케팅 활동을 벌인다고 발표했다. FMO는 인터넷에서 오프라인기업의 브랜드 구축 및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 활동을 기획하고 집행하는 프로그램.염진섭 야후코리아 사장은 “앞으로도 기업들이 인터넷을 통해 강력한 마케팅 활동을 펼 수 있는 서비스를 집중적으로 개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삼을 계획”이라고 말했다.인츠닷컴도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강화하기 위해 영화 음악 게임 스포츠 등 관련업체와 적극적인 제휴에 나서기로 했다. 인츠닷컴은 새로운 수익모델로 모바일폰과 인터넷을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휴대폰 역경매 서비스를 LG텔레콤과 손잡고 선보이고 있다.인터넷 벤처기업들이 위기 극복방안으로 수익모델을 찾고 있는 것에 대해 딜로이트컨설팅코리아 게리 메서(Gery Messer) 사장은 “e-비즈니스에 있어 수익모델은 일정한 틀안에서 규정할 수 없다. 수익모델은 산업, 업종에 따라 또 각 업체의 비즈니스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나온다”며 “현재의 수익모델이 미래의 수익모델이 될 수 없음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도 인터넷 기업 인수합병 한창미국 인터넷 기업들의 인수합병은 어느 정도일까? 미국 조사기관 뉴미디어리소스에 따르면 지난해 인수합병된 인터넷 기업은 4백50개 업체로 전년도 1백40개 업체에 비해 약 3배 증가했다.시장규모도 폭발적으로 늘어 98년 64억달러에서 99년 4백70억달러로 약 7백%가 증가했다. 실제로 지난해 인수합병 거래중 야후의 브로드캐스트닷컴(Broadcast.com)과 지오시티(Geocities)의 인수, 헬스테온(Healtheon)과 웹엠디(WebMD)합병, 엣홈(At Home )의 익사이트(Excite) 인수 등 4개의 거래가 약 30억달러로 99년 전체 시장의 반 이상을 차지했다.올해 1월10일 AOL의 타임워너 인수합병 규모는 1천6백억달러로 지난 2년간 전체 인수합병 규모의 3배에 달한다. 뉴미디어리소스는 이와 같은 대규모 거래가 당분간 지속될 것이며, 올해는 분기별 1조억달러 시장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인터넷 기업의 인수합병을 지배한 업체는 순수 인터넷 기업들로 전체 인수합병 금액이 98년에는 80%, 99년에는 70% 정도를 차지했다. 인수합병에 가장 활발했던 업체는 야후!, 익사트엣홈, AOL 등 인터넷 포털 업체로 지난 2년간 전체 시장의 3분의 1를 차지했다. 이외 미디어회사가 10%, 통신회사가 10% 등을 차지했다. 순수 인터넷 업체간의 인수합병의 예로는 마이크로소프트의 핫메일(Hotmail) 인수, AOL의 넷스케이프 인수, 야후의 지오시티즈 인수 등이다.전통적 기업들의 인터넷 업체 인수합병도 점차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엔터테인먼트 회사, 소매상, 소프트웨어 회사 등에 의한 인수 합병이 늘어나고 있다. 그 예로 전통적 약국 체인인 CVS가 온라인 약국인 소마닷컴(Soma.com)을 인수해 온라인 사업에 진출한 것이다. 또한 99년 하반기에 비아콤(Viacom), NBC and CBS 등 전통적 미디어 회사들도 인수합병 대열에 끼였는데, CBS가 오피스닷컴(Office.com), 글로벌골프닷컴(GlobalGolf.com) 등을 인수했다.인수합병 대상 분야도 전문 분야 웹사이트 인수 합병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일반적인 웹사이트에 대한 인수합병 규모가 98년 약 80%를 차지하였으나 99년에는 70% 미만으로 감소했다. 대표적인 예로 웹엠디가 헬스테온을, 이트레이드(Etrade)가 텔레방크파이낸셜(Telebanc Financial)을 각각 합병한 것이다. 투자 금융분야에 대한 인수합병 규모는 98년 1%에서 99년 10%로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