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유럽 등 단기화 추세 … 새 기준금리 상품으로 자금이전 초래 가능성

최근 들어 국제금융환경이 변함에 따라 각 시장의 실세금리를 대표하는 기준금리가 변경되고 있다.이달 들어 월스트리트 저널이 미국의 새로운 기준금리를 기존의 30년만기 국채수익률에서 10년만기 국채수익률로 변경했다고 보도했다. 최근 유럽에서는 런던 은행간 금리인 리보금리보다는 유로랜드 은행간 금리인 유리보 금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아지고 있다.사정은 다르지만 우리나라도 지난해 2월부터 정부가 의도적으로 3년만기 회사채 수익률에서 국고채 수익률로 유도하고 있다. 동남아를 비롯한 대부분 개도국들은 선진국 시장에서의 금융환경 변화와 특정시장을 육성하기 위한 자국의 이익을 고려해 우리처럼 기준금리를 의도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어떤 금리가 기준금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관련 시장이 발전돼 충분한 유동성(liquidity)이 확보되어 있어야 한다. 동시에 한 나라의 금리체계(interest system)에 있어 시장상황을 가장 잘 대변할 수 있는 대표성(representative)을 지니고 있어야 가능하다.최근 들어 미국과 유럽에 있어서 기준금리가 변경되고 있는 것은 바로 이런 측면에 기인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회계연도 이후 재정수지 흑자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이 자금을 이용해 30년만기 국채를 상환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10년만기 국채시장은 커지면서 미국의 채권시장을 잘 대변하고 있다.유럽에서도 지난해 1월 유로화 출범 이후 눈에 띄지는 않지만 런던시장이 유로랜드의 역외금융시장으로 위상이 약화되고 있다. 대신 프랑크푸르트를 중심으로 역내 채권시장이 활성화되고 있다. 금년 들어서는 시장참여자들도 자금운용에 있어 리보금리보다는 유리보 금리를 중시하고 있다.◆ 국내 시장도 국고채 수익률로 기준 이동우리나라는 국채시장을 활성화하려는 정책의도에서 국고채 수익률을 기준금리로 가져가는 측면이 강했다. 그래서 인지 아직까지 시장참여자들이 회사채 수익률을 중시하고 있다. 최근에 발표된 「채권시장 선진화 방안」을 계기로 국채시장이 활성화될 경우 국고채 수익률을 감안하는 정도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최근처럼 기준금리가 변경된다는 것은 국제기채시장에서 변경된 기준금리와 관련된 채권시장이 활성화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당연히 자금조달 측면에서 이 시장에 맞추는 것이 유리하다. 상대적으로 자금조달 금리가 낮을 뿐만 아니라 자금조달에 따른 각종 부대비용도 적게 들어가 규모의 경제를 기대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반면 자금을 상환할 때에는 초기 자금조달 조건에 따라 다르다. 우선 고정금리부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에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문제는 변동금리부(FRN)로 자금을 조달한 경우다. 아무래도 기존의 기준금리에 연동돼 자금을 조달한 경우에는 이자상환부담이 높아질 우려가 있다. 그만큼 기준금리 변경에 따라 기존의 기준금리와 관련된 채권시장이 홀대를 받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불행히도 외환위기 이후 국내 금융기관과 기업들은 대부분 변동금리부로 자금을 조달했다. 국제기채시장에서 국내기업과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용이 따르지 않기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으로 이해된다. 최근처럼 기준금리가 변경되는 상황에서는 국제금융시장의 움직임을 예의 주시해야 하는 것도 이런 연유다.국제간 자금흐름에 있어서도 기준금리 변경에 따라 자금의 이전현상이 초래될 가능성이 있다. 아무래도 새로운 기준금리로 설정될 시장으로 자금이 몰릴 경우 환율이나 관련 실물경제 변수가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앞으로 기준금리는 최근 미국에서 나타난 바와 같이 갈수록 단기화될 가능성이 높다. 투자가들의 자금운용이 단기화되고 있고 금융영역이 파괴되면서 대체투자수단과의 연계상품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재정에 여유가 있는 국가들도 상대적으로 국채유지 부담이 높은 장기채권을 우선적으로 상환하고 있다.국제간 자금흐름도 타이거 펀드나 퀀텀펀드와 같은 대형 헤지펀드들의 활용은 위축되는 대신 시장여건에 따라 자금을 초단기적으로 운영하고 있는 소형 헤지펀드들의 활동은 크게 늘고 있다. 새로운 형태의 국제간 자금으로 부각되고 있는 젤리자금(jelly money)도 단기적인 성향을 띨 수밖에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소형 헤지펀드 활동 크게 늘어이런 측면에서 국내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 정책당국에서는 앞으로 경제운용을 저물가-저금리를 바탕으로 한 기존의 기조를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방침이다. 최근 들어서는 단기금리를 올리지 못함에 따라 장기금리를 낮춰 문제가 되고 있는 장단기 금리차를 줄여 보겠다는 입장이다.어떻게 보면 고집스럽다고 할 정도로 정책당국이 단기금리 인상을 억제하는 것은 비록 지난해 10.7%, 금년 1/4 분기에 11% 이상의 고성장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인플레는 안정되고 있는 점을 들고 있다. 인플레에 문제가 없는데 굳이 단기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느냐는 시각이다.오히려 현상태에서 단기금리를 올릴 경우 우리 경제의 최대현안인 개혁과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가뜩이나 개혁과 구조조정 과정에서 필요한 추가적인 공적자금 조성이 어려운 상황에서 금리인상으로 주가마저 떨어질 경우 재원조달이 어렵게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현재 국내 금융시장에서 장단기 금리차가 5% 포인트에 달하고 있다. 이런 상태가 지속되다 보니 경제주체들의 자금운영이 단기화되면서 부동자금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기업들의 설비투자에 필요한 자금이 제때에 조달되지 않음에 따라 성장잠재력 약화까지 우려되고 있다.특히 최근처럼 국제 금융시장에서 기준금리가 단기화되고 국제간 자금흐름의 결정요인으로 단기금리가 중시되는 상황에서 국제금리가 올라감에 따라 외자이탈까지 우려되고 있다. 더욱이 금년 들어 경상거래 측면에서 무역수지마저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결국 국내에 유입된 외자가 이탈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단기금리를 올리거나 아니면 자본이득이나 환차익을 제공해야 한다. 그래야 외화운용에 있어 갑작스럽게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되는 국면에서 벗어날 수 있다. 지금까지 저금리 유지가 가능했던 것도 주가시세차익과 환차익을 제공해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문제는 최근처럼 국내 증시가 불안하고 환율마저 무역수지 관리차원에서 원화 절상을 방지하려는 의도가 강한 상황에서는 국내금리를 올리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무시하고 종전처럼 저금리를 고집할 경우 어느 순간에 부작용이 의외로 크게 발생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