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표준·선정방식·사업자수 향방따라 명암 갈려 … 고지선점 각개전투 치열할 듯

IMT-2000사업은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어떤 기술표준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어떤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인지, 몇 개의 사업자를 뽑을 것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이 분명해 보인다.지금 정보통신업계에서는 차세대 영상이동전화(IMT-2000) 사업자 선정을 놓고 업체간 신경전이 한창이다. 이 한판 싸움에서 어느 기업이 승리할지는 아직 점치기 힘들다. 다만 칼자루를 쥐고 있는 정부가 어떤 기술표준에 손을 들어줄 것인지, 어떤식으로 사업자를 선정할 것인지 또 몇 개의 사업자를 뽑을 것이냐에 따라 승패가 갈릴 것은 분명해 보인다. 따라서 사업권 레이스에 뛰어든 업체들은 3가지 주요 논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기 위해 혼신의 힘을 쏟고 있다.● 제1 고지 - 기술표준‘동기냐, 비동기냐 아니면 둘다냐.’ 결론부터 말하면 현재까진 미지수다. 하지만 지난 5월16일 안병엽 정보통신부 장관의 SK텔레콤 IS-95C(MC1X) 서비스 허용 발언이 나오면서 동기쪽에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안장관의 발언은 그동안 단일표준이다, 복수표준이다 의견이 분분하던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업계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했다. 이에 대해 정통부 통신기획과 이기주과장은 “IS-95C는 허가하는 대상이 아니기 때문에 표준과 무관하다”며 “현재까지 기술표준은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그는 기술표준 선정은 계속 검토중이라고 덧붙였다.안장관 발언 일주일전만 해도 업계는 동기와 비동기를 사업자가 선택할 수 있는 복수표준이 최선이라는 쪽으로 의견이 수렴되는 분위기였다.지난 5월9일 정보통신정책학회와 연세대 경제연구소가 개최한 `‘IMT-2000 국제심포지엄’에서 호남대 전기전자컴퓨터공학부 이남희 교수가 “경제성이나 세계시장 진출 등을 고려했을 때 동기와 비동기 방식을 같이 도입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던 것도 그 하나다.하지만 이런 분위기는 안장관의 발언으로 일순간 반전됐다. 정통부는 업계의 반발이 예상보다 심하자 ‘허용’에서 ‘허용할 방침’이라고 한발짝 물러나 있는 상태다. 업계의 주장은 줄곧 동기식을 주창해온 SK텔레콤에 IMT-2000 초기 기술인 IS-95C를 허용한 것은 사업권을 준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것. IS-95C는 퀄컴의 CDMA 무선데이터 기술로 1백44Kbps속도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어 이동전화 주파수 대역에서 동영상이나 고속 무선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이와 관련, 하나로통신 IMT-2000사업단 기술전략팀 전영상 책임연구원은 “정통부에 SK텔레콤 IS-95C 서비스 허용은 안된다는 공식 입장을 전달했다”며 “IS-95C는 퀄컴이 갖고 있는 동기식 CDMA2000 기술”이라고 말했다.● 제2 고지 - 사업자 선정방식`‘사업계획서 심사냐, 주파수경매냐.’ 이것 역시 아직 정부의 정확한 방침이 확정된 것은 없다. 하지만 최근들어 주파수경매를 통한 사업자선정방식이 급부상하고 있다. 이런 흐름은 정통부나 정보통신 정책연구원의 최근 발언에서 감지되고 있다. 정통부는 얼마전 IMT-2000 사업 지침안 확정시기를 6월말에서 2~3개월 늦추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대해 업계는 주파수경매제로 가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강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하나로통신 전 책임연구원은 “지침안 확정 시기만 늦추고 사업자 신청 접수, 선정은 종전과 같이 9월과 12월로 간다는 것은 사업계획서를 작성할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계획서 작성에는 3개월도 부족한데, 1~2개월로 줄면 결국 경매제로 갈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될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정통부 이기주과장은 “주파수경매제는 사업 계획 초기부터 논의된 것으로 새로운 것이 아니다”라면서 “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어떤 것이 적합한지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주파수 경매제는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의 윤창번 원장이 지난 5월12일 국회 가상정보가치연구회가 주최한 `‘IMT-2000 정책토론회’에서 “정부가 공적자금 확보차원에서 주파수 경매제도를 도입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급부상했다.주파수 경매방식은 출연금액을 높게 제시한 업체에 주파수를 배정, 사업권을 주는 것으로 사업자 선정과 관련, 투명성 문제와 특혜시비를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반면 자금력이 풍부한 재벌 및 외국기업과 비통신기업들이 사업권을 따낼 가능성이 높고 사업자의 재정적 부담이 소비자들에게 전가될 수 있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제3 고지 - 사업자 수‘3이냐 4냐.’ 이에 대해서도 아직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그렇지만 지난 5월12일 열린 국회 IMT-2000 정책토론회에서 정보통신부 석호익 정보통신지원국장이 “사업자 선정과정에서 중복과잉투자나 수익성 문제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혀 사업자수를 3개로 제한할 수 있다는 것으로 해석돼 관심을 모았다. 이에 신규투자가 필요하고 가입자, 콘텐츠 등이 적어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목됐던 하나로통신 등은 사업자수를 4개로 늘리더라도 주파수 여건은 충분하며 이중 1개는 반드시 신규 사업자로 선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국제통신규격(ITU) 권고에 따르면 IMT-2000 서비스가 가능한 주파수대에서 최소 주파수 할당량은 Paired 2×15MHz(unpaired 5MHz)이며, 서비스가 가능한 최대 사업자수는 4개로 보고 있다. 각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프랑스는 2×15MHz씩 4개사를 선정할 예정이고, 가까운 일본은 2×15MHz씩 3개 사업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영국은 신규 1개를 포함해 5개 사업자를 선정할 예정이다. 독일은 60MHz를 5MHz씩 12블록으로 나눠 사업자당 2~3 블록을 할당해 4개에서 6개 사업자를 선정할 방침이다.사업자 수와 관련, 업계에서는 기존 2세대 망을 갖고 있는 이동통신사업자와 IMT-2000으로 이동통신 시장에 신규 진출하려는 하나로통신 등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상황이다. SK텔레콤 LG텔레콤 한솔엠닷컴 한국통신프리텔 등은 기존 시장을 수성하면서 시장을 확대하려는 입장이고, 하나로통신 등 신규사업자는 황금알을 낳는 이동통신시장에 참여하지 못하면 생존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IMT-2000 사업권을 두고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정부가 어떤식으로 사업계획 지침을 확정할지가 사업권 향방에 대한 최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때까진 업체간 고지 선점을 위한 각개전투는 계속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