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 1급 13개 호텔, VIP 겨냥 객실 첨단화·마케팅 차별화 추진 … 고객창출 골몰

서울 시내 특 1급 호텔은 현존하는 최장수 호텔인 웨스틴조선호텔을 비롯해 가장 최근 특 1급 반열에 들어선 아미가 호텔에 이르기까지 모두 13개에 이른다. 이들 특 1급 호텔은 한국 호텔업을 세계적 수준으로 이끌어온 선두주자이자 관광산업 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해온 장본인들이다. 88 올림픽 이후 이렇다할 호재가 없어 지지부진한 매출실적을 보이던 이들 호텔들은 IMF이후 경기회복 움직임과 외래방문객 증가로 평균 80~90%의 객실점유율을 보이며 모처럼 성장 기지개를 켜고 있다.그러나 호재가 많은 만큼 신규 호텔의 진출 등으로 경쟁도 심해지고 있는 것이 호텔업계의 현실이다. 이에 따라 기존 특 1급 호텔들은 시설 개보수, 객실의 첨단화, 마케팅 차별화 등으로 새로운 고객창출에 골몰하고 있다. 특히 대부분 위탁경영 형태로 운영되는 해외 유명프랜차이즈 호텔에 맞선 토종호텔들의 자존심 지키기도 치열하다. 서울 시내 특 1급 호텔들의 현황과 특징, 핵심 전략을 알아본다.◆ ‘한국형’ 서비스 강조 VIP유치전 뜨거워국내 토종호텔의 대표주자는 신라호텔이다. 1979년 5백11개의 객실로 문을 연 신라는 삼성그룹의 첫 호텔산업 진출 작품. 당시 삼성그룹 이병철 회장이 “한국을 대표할만한 호텔을 만들겠다”고 공언한 만큼 개관이후 지금까지 ‘가장 한국적인 호텔’ 만들기에 주력하고 있다. 호텔이름도 과거 역사를 통해 가장 찬란한 문화를 이룩한 나라가 신라이고, 그 찬란한 문화를 오늘에 재현하겠다는 뜻에서 따왔다. 고객이 기대한 것보다 더 많은 것을 베풀겠다는 기본 원칙 아래 국내 최초로 개관당시부터 팁을 받지 않고, 룸메이드를 비롯한 직원들의 서비스 실명제를 국내 처음 도입했다.덕분에 1989년 미국 금융전문지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Institutional Investor)지에 의해 세계 17위 호텔에 랭크된 것을 시작으로 같은 잡지에 의해 한국최고의 호텔에 13회나 선정됐다. 마이클 잭슨, 압둘라 전 요르단 국왕, 조지 부시 전 미국 대통령 등 각국 정상 및 해외 유명연예인들의 활발한 유치도 신라호텔의 명성을 알리는데 보탬을 주고 있다.롯데호텔도 외국에 로열티를 지불하지 않는 한국형 호텔로 꼽힌다. 79년 개관한 소공동 롯데호텔은 1천4백86실의 객실로 단일 호텔로는 국내 최다 규모. 게다가 잠실롯데월드(5백33실), 대덕 롯데호텔(69실), 부산 롯데호텔(9백실)과 올 4월 개관한 제주 롯데호텔(5백실)까지 포함하면 국내 최대의 호텔 체인인 셈이다. 롯데호텔은 신격호 회장의 사업터전이 일본에 있고, 일본인 관광객 대상 판촉활동이 활발한 덕분에 일본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고, 관광객 비중이 높은 호텔로 알려져 있다. 국내 최다 객실로 최대 규모의 매출을 기록하던 롯데는 그러나 6월9일부터 계속되고 있는 노조파업으로 호텔영업이 마비되면서 매출액 손실만 4백50억원, 순이익 손실 1백억원으로 심한 타격을 받고 있는 실정이다.역시 토종호텔인 아미가호텔은 국내 특 1급 호텔중 가장 독특한 이력을 자랑하는 곳이다. 개인사업자인 신철호씨에 의해 1989년 객실 1백5개의 1급 관광호텔로 문을 연 아미가는 증축을 거쳐 1996년 특 2등급, 3년만인 지난해 9월 특 1급 호텔로 승격됐다. 대기업 계열사가 아닌 국내 자본가가 순수 토종경영인(김경섭 총지배인)을 영입해 밑에서부터 차근 차근 발전시켜온 호텔로 업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이다.◆ 역사·인테리어 등 특화전략현재 아미가의 객실은 2백실. 서울시내 특 1급 호텔중 가장 작은 규모다. 그러나 유럽풍의 아기자기한 외관 및 고품격 인테리어와 작은 규모를 최대한 활용한 고객밀착형 서비스로 ‘작은 것이 아름답다’는 기업이념을 실천하고 있다. 체크인 때 편안하게 앉아서 하도록 하는 좌석식 프런트 데스크를 업계 처음으로 도입하고 호텔의 전직원이 고객 한 명, 한 명의 이름을 기억하는 등 ‘내집 같은 편안함’이 아미가의 주된 마케팅 전략이다.조선호텔은 올해로 개관 86주년을 맞는 국내 최고(最古)의 특 1급 호텔이다. 시청앞 요지에 본격 서양식 호텔로 지어져 우리 나라의 호텔 역사를 대변해 왔다. 역사가 긴 만큼 거쳐간 주인도 많지만 현재는 신세계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다만 경영은 세계 60여개국에 5백80여개의 체인호텔을 운영하고 있는 스타우드그룹(웨스틴)에 위탁하고 있는 상태다. 조선호텔은 오랜 역사와 서울시내 교통요지에 위치하고 있다는 이점을 살려 국내 최고(最高)의 비즈니스호텔로 자리매김 하겠다는 전략. 97년부터 올봄까지 진행된 호텔 개보수를 통해 4백53개의 객실중 2백62실을 해외 비즈니스고객, 특히 금융인을 주 타깃으로 한 귀빈실로 만들었다. 귀빈실 고객은 공항영접, 별도의 체크인, 체크아웃, 인터넷과 휴대폰 등 첨단통신 서비스 등을 받게 된다. 덕분에 조선호텔은 99년 금융전문지인 인스티튜셔널 인베스터지 주관 세계 1백대 베스트호텔, 아시아머니 주관 아시아지역 5대 베스트호텔로 선정되는 등 세계적인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다.하얏트호텔도 고품격 비즈니스호텔을 지향한다. ‘사무실을 떠난 사무실(Office away from office)’이 하얏트의 모토. 6백2개의 객실을 갖추고 있으며, 맨 위층에 있는 1백평 크기의 프레지덴셜 스위트는 하룻밤에 5백만원의 초호화 룸으로 그동안 빌 클린턴 미국대통령, 엘리자베스 영국여왕 부부, 찰스 왕세자 부부, 고르바초프 전소련대통령 등 각국 정상들이 묵어간 곳으로 유명하다. 현재 일본기업 (주)미라마가 지분의 50%를, 하얏트인터내셔설이 50%를 소유한 완전 외국계 호텔이다.◆ 인터컨티넨탈, 테헤란밸리 열기 수혜LG그룹이 지분의 68%를 갖고 있고, 바스그룹이 위탁경영하고 있는 인터컨티넨탈호텔은 최근들어 가장 뜨고 있는 호텔이다. 인터넷을 비롯한 신경제의 중심지 테헤란로에 위치한 덕분에 90%가 넘는 객실점유율에 매일 인터넷 관련기업의 세미나 기자회견 등으로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다.게다가 10월에 열릴 아셈(아시아유럽정상회의)도 인터컨티넨탈로선 호재중의 호재. 현재 12명의 각국 정상이 인터컨티넨탈 그랜드에 묵기로 되어 있다. 현재 현대백화점 옆의 그랜드와 지난해 12월 개관한 코엑스 등 사실상 2개의 호텔로 되어 있는 인터컨티넨탈은 새벽 2~3시까지 e-메일을 주고 받으며 일하는 외국인 투숙객들을 위해 24시간 서비스체제를 구축할 방침이다.앞으로 그랜드는 중후한 프레스티지급으로, 코엑스호텔은 가볍고 산뜻한 분위기의 비즈니스급으로 차별화할 계획이다.SK가 소유하고 스타우드그룹이 위탁경영하는 쉐라톤워커힐호텔(6백23실)은 국내 최초의 현대적인 호텔로 꼽히고 있다.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14만5천평의 넓은 대지에 위치한 ‘자연속의 호텔’로 개관(1963년) 당시부터 시작한 워커힐쇼가 유명하다. 오는 9월부터 1년 동안 전관 리노베이션에 착수,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및 휴양기능이 강화된 리조트호텔로 거듭나겠다는 전략이다. 또한 호텔증축도 추진하고 있다.이밖에 대우그룹이 소유했던 힐튼호텔(6백80개 객실)은 지난해 12월 싱가포르계 투자전문 회사인 (주)씨디엘호텔코리아로 소유권이 이전됐으며, 국내 최대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갖추고 있다.한화그룹이 소유한 서울프라자 호텔(4백78개 객실)은 래디슨과 마케팅 제휴협정을 맺고 있는 비즈니스 호텔로, 특 1급 호텔중 호텔웨딩 부문에서 가장 두드러진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스위스그랜드 호텔은 컨벤션 호텔로 거듭나기 위해 현재 3천여명 수용규모의 컨벤션센터를 건립하고 있으며 르네상스와 리츠칼튼도 강남에서 잘 나가는 특 1급 호텔로, 주인은 한국인이지만 경영 및 브랜드는 모두 메리어트 인터내셔널호텔 체인에 속해 있다.★ 인터뷰 / 천병헌 신라호텔 부총지배인“한국적인 서비스로 세계무대 우뚝 선다”“가장 한국적인 호텔이자 가장 세계적인 호텔로 커나가는 것이 저희 신라호텔의 목표입니다. 신라호텔의 시설이나 서비스 모두 이 목표를 이루기 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죠.”국내 토종호텔의 대표주자격인 신라호텔 천병헌 부총지배인은 가장 한국적인 호텔을 만들겠다는 창업정신이 바로 신라호텔의 오늘을 일궈낸 원동력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는 건축당시부터 건축자재의 75%를 국산으로 쓰고, 인테리어에도 신라시대 문양을 활용하는 등 남다른 노력이 뒷받침됐다.“무엇보다 저희가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은 바로 한국적인 서비스입니다. 목마른 길손이 우물가에서 냉수를 청했더니 처자가 바가지에 버들잎을 띄워줬다는 얘기가 있지 않습니다. 바로 이런 배려와 정성이 저희가 생각하는 한국적인 접대죠. 고객이 원하는 것을 주는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눈에 보이지 않는 것까지 챙겨주는 따뜻한 마음이라고나 할까요.”신라호텔은 최고의 서비스를 지향하면서도 서비스 매뉴얼이 없는 호텔로 알려져 있다. 천부총지배인은 “매일 서비스 교육을 하지만, 마음가짐에 대한 기본원칙만 있을 뿐 행동지침에 대한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이는 세계적인 호텔체인들이 거의 규격화된 서비스 매뉴얼을 갖고 있는 것과 큰 차이점이다.“서비스 매뉴얼이 없다는 것은 정해진 서비스만 하기보다 고객이 기대하는 것 이상을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입니다. 언젠가 고객이 맡긴 양복 단추가 깨져 있었는데, 저희 세탁담당 직원이 하루 종일 남대문 시장을 뒤져 가장 비슷한 단추를 찾아내 달아준 것이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죠.”국내 호텔업계에서 유일하게 증권거래소에 상장한 호텔로도 유명한 신라는 현재 제 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 올해 4천3백억원의 매출에 3백5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대하고 있는데, 이는 개관이래 최대의 실적이다. 지방 중저가 호텔의 체인화 사업 및 30, 40대 중산층을 위한 고품격 포털사이트(www.noblian.com) 운영 등 사업다각화에도 힘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