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조정 단행, 재무투명성 확보, 열린 경영 등 강력 추진... 대변신 성공평가

구조조정 노력과 반도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에 힘입어 현대전자는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 6천2백억원이라는 실적을 기록했다.현대전자가 박종섭 사장(사진) 취임 이후 몰라보게 변하고 있다. 지난 4월초 대표이사에 취임한 박종섭(54) 사장은 선진 경영시스템을 도입하고 사내 임직원과 조직 전체에 걸쳐 기업문화를 바꾸는 변혁을 시도하고 있다. 전방위적으로 펼쳐지고 있는 이 대변신작업은 성공적이라는 것이 사내외의 대체적인 평가다.우선 사외이사를 사내이사보다 더 많이 임명하고 해외출신의 경영전문가를 적극 영입했다. 반도체 통신 LCD부문을 핵심사업으로 집중 육성하는 동시에 전장 모니터 등 비핵심사업 부문을 모두 분사시키는 등 사업구조조정도 단행했다. 또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축소시켜 나가는 재무구조 건실화작업도 강력히 전개중이다.이와 함께 국내외 투자자 및 임직원들에게 경영상황을 솔직히 공개하는 등 적극적인 IR(기업설명회) 활동을 펼쳐 현대전자에 대한 신뢰도를 높였다. 또 CEO와 임직원이 함께 모여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개진하는 오프-사이트 미팅(Off-site Meeting)등 열린 경영을 실천하고 있다.◆ 재무구조 건실화·투명성 확보현대전자의 변신은 허약했던 기업경영체질을 개선하기 위해 올해 상반기에 단행했던 구조조정에서부터 시작됐다. 반도체·통신·LCD의 3대 사업을 핵심사업으로 선정하고 나머지 사업부문은 과감하게 분리한 것이다. 박사장은 이어 대외 신뢰도 확보와 자금확보를 위해 현대전자 IR팀을 이끌고 지난 6월부터 7월까지 2차례에 걸쳐 일본 홍콩 싱가포르 미국 영국 등 외국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밤낮없는 강행군을 했다.그 결과 스코틀랜드 반도체공장을 미국 모토로라에 매각한 것을 비롯해 계열사 주식 매각, 자사주 및 한통프리텔 주식 등을 매각, 현금유동성을 확보했다. 프랑스은행 CA, 미국 투자은행 CSFB, 설리번스미스바니 등 유수의 투자기관으로부터 7억달러의 외자를 유치, 부채비율을 낮췄다.구조조정 노력과 반도체 경기의 본격적인 회복세에 힘입어 현대전자는 올 상반기에 4조4천억원 매출에 영업이익 6천2백억원이라는 실적을 기록했다. 현대전자 관계자는 “지분법에 따른 현대투신 평가손 2천5백억원과 계열사 주식매각 및 장기 재고 평가손 3천6백억원 등 7천6백억원 규모의 비경상손실로 인해 당기순손실을 기록했으나 대부분의 손실규모가 장부상의 손실에 따른 것”이라며, “실제 현금유출은 수반되지 않아 오히려 기업의 체질이 개선되는 효과를 가져왔다”고 강조했다. 특히 현대전자는 그동안 경영부담으로 작용하던 현대투신 평가손과 장기 재고 평가손 등의 부실을 상반기 결산에 모두 반영, 악재를 털어 버렸다.상반기 실적호조를 바탕으로 지금 현대전자는 단순한 매출 경쟁과 시장점유율에 연연하지 않고 차입금 등 금융비용을 줄이고 현금흐름(Cash-flow)을 중시하는 내실경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해외법인 매각과 외자유치를 통해 마련된 자금은 모두 부채상환에 사용, 지난 6월말 현재 차입금은 8조5천억원으로 줄였다. 현대전자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차입금을 지속적으로 줄여나가 올 연말까지 차입금 규모를 7조7천억원 수준으로 낮추고 2001년말까지는 4조8천억원으로 축소할 계획이다.◆ 선진 자금관리시스템 도입효과적인 현금흐름 관리를 위해 미국의 BOA(Bank of America)로부터 현대전자 본사와 해외법인간의 재무상태를 통합 관리하는 글로벌 자금관리시스템(GCMS)을 도입한 것도 경영혁신작업가운데 돋보이는 대목이다. 이 시스템이 도입됨으로써 세계 각지 현지법인들의 자금이동을 수반하는 모든 거래를 통합할 수 있게 됐고 외환 및 무역거래, 자금조달 등에 따른 비용절감 및 자금의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본사는 물론 해외법인의 자금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셈이다이와 함께 글로벌 기업으로 면모를 갖추기 위해 현대전자의 주요 경영진 대부분을 풍부한 해외 경험을 가진 해외파 출신들로 구성한 것도 눈에 띈다. 대표적인 미국통인 박사장을 비롯해 IBM 출신의 반도체부문 박상호 사장, 삼성전자 미국법인 출신의 통신부문장 송문섭 부사장, 세계적 컨설팅회사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 출신의 CFO 겸 CIO인 현재문 전무, 현대전자 미국 현지법인 출신의 통신시스템SBU장 유국상 전무 등이 경영일선에 포진해 있다. 특히 반도체 부문의 경우, 2명의 외국인 핵심 중역이 경기도 이천 본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임직원 대상 열린 경영 실천현대전자의 변신은 임직원들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열린 경영을 추구한데서 두드러진다. 박사장은 취임하자마자 각계 전문가로 구성된 사외 이사진을 종전의 2명에서 4명으로 대폭 늘렸다. 사외이사가 사내이사(3명)보다 더 많다. 과거 국내기업들의 경우에서처럼 사외이사가 단순히 ‘거수기’ 역할에 그쳤던 폐단을 막기 위해 사외이사진의 이사회 출석률을 기준으로 연봉을 조정토록 하는 제도적인 장치도 마련했다.또 최고 경영진 및 주주들을 대상으로 다소 제한적으로 운영돼 왔던 경영설명회를 분기별로 전임직원을 대상으로 전환한 것도 파격적이다. 경영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외부 고객만족 못지않게 내부고객(직원) 만족도 중요하다는 박사장의 경영철학이 직원들을 대상으로 한 경영설명회에 그대로 담겨 있다.열린 경영의 실천은 퇴직한 자사 인력의 재입사를 받아들인데서 잘 나타난다. 그동안 퇴직 인력의 재입사가 제한적 비공개적으로 이뤄졌으나 이번에는 재입사 절차를 공개적으로 운영하기로 한 것. 또 ‘퇴직 이후 1년간 재입사 금지’ 조항을 폐지하고 재입사한 직원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지 않기로 했다. 특히 재입사한 직원의 능력에 따라 호봉 승급분을 그대로 인정해주는 등 승진조건을 종전대로 유지하기로 했다.◆ 오프-사이트 미팅 도입박사장은 또 양복과 넥타이를 풀고 자유로운 복장과 분위기 속에서 주요 현안들에 대한 다양한 의견을 개진하고 청취하는 오프-사이트 미팅(Off-Site Meeting)을 갖고 있다. 이에 따라 현대전자는 7월부터 전직원의 복장 자율화를 전격 시행했고 대리급 이상 부장급까지 실시해오던 연봉제를 대졸사원급 전 직원으로 확대했다. 또 능력에 따라 조기 진급도 가능토록 인사제도를 개정해 형식과 직급에 구애받지 않는 성과중심·사람중심의 디지털기업문화를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이외 월 1회 토요 휴무제, 재충전을 위한 안식년제, 연구개발직 등을 대상으로 하는 명예상(Honorary Award) 제정 도입 검토 등 임직원을 위한 복지도 마련할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