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돈 되는 스포츠’ 일등공신 … 메이저리그 박찬호 마케팅 눈여겨 봐야

박찬호 내년 연봉 1천만달러 상회할 듯!.최근 스포츠 신문 기사에 가장 자주 오르내리는 제목이다. 연봉 1천만달러면 우리 돈으로 약 1백20억원 정도 된다. 일반사람들에게 1백20억원이라는 돈은 유명한 기업가, 코스닥 등을 통해 대박을 터뜨린 사람, 심지어 온갖 구린내 나는 거래를 통해 검은 돈을 거머쥐는 일부 덜 떨어진 정치인들에게만 해당하는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한국에서 뿐만 아니다. 미국에서도 연봉 1천만달러면 특별한 사람이 아니고는 구경조차 할 수 없는 금액이다. 박찬호는 왜 이렇게 엄청난 부자가 될 수 있는 것일까. 바로 스포츠 마케팅 덕분이다.스포츠 마케팅이란 도대체 무엇인가. 예를 들어 어떤 물건이 있고 이 물건을 사는 사람이 있고 파는 사람이 있는 곳, 우리는 이런 곳을 시장이라고 한다. 이런 물건이 핸드폰이면 핸드폰 시장, 자동차면 자동차 시장이다. 박찬호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박찬호가 상품이라면 박찬호를 사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어 박찬호가 경기하는 모습을 광고모델로 사용하는 회사는 스포츠 상품을 사는 사람이 된다. 말하자면 스포츠 시장인 것이다. 그런데 시장에는 경쟁이라는 것이 있다. 핸드폰을 만드는 기업들은 하나같이 쭉쭉 빠진 미인들을 광고 모델로 내세우고, 남대문시장에서는 상인들이 고객들의 시선을 끌기 위해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는 마케팅을 하고 있다. 즉 마케팅은 경쟁에서 이기기 위한 전략이다.당연히 박찬호도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다. 좋은 투구를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마케팅이지만 고국을 방문하여 불우이웃 돕기 성금을 낸다거나 일일 야구교실을 개최한다거나 하는 것 등도 마케팅 활동이다. 박찬호는 실력뿐만 아니라 이미지에서도 다른 선수보다 친근하니 일반 기업의 광고모델로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강조한다.그런데 박찬호의 이같은 마케팅 활동은 누가 하는가. 박찬호가 어떤 행사에 참여하고 어떤 방송국의 어떤 프로그램에 출연하는가에 대한 시간 스케줄을 박찬호가 직접 만들어 가는 것은 아니다. 또한 어느 회사의 광고모델로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도 박찬호가 손수 나서지 않는다. 물론 박찬호가 직접 할 수도 있지만 이런 일을 전문적으로 하는 누군가가 박찬호를 대신해서 한다. 박찬호가 직접 나서는 것보다 전문가에게 의뢰하는 것이 유리하기 때문이다.이런 전문가가 바로 스포츠 에이전트이다. 간단히 말하면 스포츠 에이전트는 마케팅 전문가인 셈이다.에이전트라고 해서 선수만 대행하는 것이 아니다. 팀이나 경기단체에도 에이전트가 있다. 예를 들어보자. 내년 MLB측에서 박찬호가 나오는 경기 중계료로 5백만달러 이상을 요구하고 있다고 한다. 엄청난 금액이다. 이들은 왜 이같은 엄청난 금액을 요구하는가. 간단하다. 그동안 박찬호를 통해 미국 메이저리그를 충분히 마케팅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만약 내년 중계료가 5백만 달러로 결정된다면 우리에게는 큰 부담이 되겠지만 미국 MLB입장에서는 큰 수입임에 틀림없다.그런데 이러한 마케팅 활동을 하는 곳은 MLB가 아니라 MLB의 국제담당 마케팅 자회사인 MLBI이다. MLB가 직접 마케팅활동을 하는 것보다 MLBI에 맡기는 것이 야구라는 상품을 해외에 더욱 널리 알릴 수 있으며 이에 따른 TV 중계료도 더욱 짭짤하게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중계 수입 가운데 일부는 박찬호가 소속된 LA 다저스로 분배되는 것은 당연하다.MLB뿐만 아니라 LA 다저스도 마찬가지이다. LA다저스는 스포츠 마케팅을 전담하는 에이전트를 두고 경기 입장료뿐만 아니라 기념품 판매 및 기타 수익 사업을 통해 많은 수입을 거두어들이고 있다. 그래서 내년 박찬호의 연봉이 1천만달러가 되니 안되니 하는 것이다. 만약 수입이 입장료에만 의존한다면 제 아무리 LA다저스인들 어떻게 박찬호에게 1천만달러의 연봉을 줄 수 있겠는가.다시 정리해보자. 스포츠 시장에서 스포츠 마케팅을 담당하며 선수에게는 ‘부’를, 그리고 팀 또는 경기단체엔 보다 많은 ‘수입’을 가져다주는 사람 또는 기업이 바로 에이전트인 것이다. 그만큼 스포츠 산업에서 에이전트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박찬호는 국내 스포츠 마케팅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주고 있다. 수년 전 박찬호가 입국하는 날 어느 야구팬이 박찬호에게 계란을 던진 일이 있다. 그리고선 찬호를 “국내 프로야구를 죽인 장본인”이라고 비난했다.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실제로 상당수 국내 야구팬들이 미국 MLB로 관심을 돌리기도 했다.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박찬호의 활약으로 인한 부정적인 면보다는 긍정적인 효과가 더욱 크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다. 박찬호의 활약을 계기로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도 스포츠 마케팅에 대해 눈을 떴기 때문이다. 야구면 야구, 축구면 축구, 농구면 농구, 대부분의 프로 스포츠 시장에서 종전과 다른 마케팅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은 박찬호의 메이저리그 활동 이후라고 보면 된다.◆ 에이전트 인식 부정적, 활성화 걸림돌그런데 국내 스포츠 시장에서는 아무리 뛰어난 선수라 하더라도 박찬호처럼 연봉 1천만달러를 받기는 어렵다. 우리나라가 미국보다 못 사는 나라이기 때문에, 또는 인구수가 적기 때문인 것만은 아니다. 우리나라에는 스포츠 에이전트의 활동 무대가 좁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팀이나 경기단체는 자체적으로 마케팅 활동을 하고 있으며 선수에 대한 에이전트는 경기단체에서 인정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스포츠 에이전트는 스포츠 산업을 망치는 장본인이라는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지난 겨울, 프로 야구선수들이 선수 협의회를 구성했을 때 KBO가 적극적으로 반대한 것은 에이전트의 목소리가 커질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기도 하다.그러나 에이전트가 반드시 경기단체나 팀에 방해자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에이전트의 활동이 왕성해지면 그만큼 스포츠 시장의 크기도 늘어나게 마련이다. 왜냐하면 에이전트의 활동은 팬 확대와 직결되어 있기 때문이다.팬 확대는 스포츠 시장 확대와 직결된다. 더욱 중요한 것은 스포츠 시장의 확대는 스포츠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의 떡만 커지는 것이 아니라 기념품, 용품, 정보통신 분야 등 다른 방면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떡고물도 많아지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우리 스포츠 시장에서 가장 시급한 것은 스포츠 마케팅 에이전트를 많이 키우는 것이다.2000년 우리 앞에 혜성과 같이 나타난 2000수(이천수), 그의 연봉이 박찬호처럼 1천만달러는 되지 않더라도 그의 이름대로 주당 2천만원 정도가 되고 나아가 우리 스포츠 시장을 살찌우기 위해서는 스포츠 에이전트 활동이 양성화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