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빛은행이 10월18일부터 1천4백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 발행에 들어간다. 지난 9월부터 주택은행 1천5백억원, 신한 7백억원, 한미 1천억원, 농협 5천억원, 서울 4백억원, 제일 1천5백억원 등 대규모 발행 행렬의 거의 끝물로 올해 마지막 대규모 후순위채 발행이 될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이렇게 줄줄이 후순위채를 발행했던 은행들이 채 예정 물량을 채우지 못하고 있거나 판매 기간을 늘려잡고 있다. 후순위채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것이다.후순위채는 발행 금융사가 파산했을 경우 변제 순위에서 밀리는 채권으로 그만큼의 위험 부담 금리를 더 주기 때문에 일반 채권보다 약간 금리가 높다. 이번에 판매하는 한빛은행 후순위채의 경우 만기는 5년 9개월, 1인당 판매금액은 최저 1천만원이고 1백만원 단위로 판매한다. 매월이자지급식(1개월 이표채)과 만기일시지급식(3개월 복리채) 두 종류가 있다.이 채권은 은행 입장에서는 단시간에 BIS자기자본비율을 조절할 수 있는 수단으로, 매입 고객들에게는 비교적 안전하게 고금리를 누릴 수 있으며 금융소득 분리과세를 회피할 수 있는 투자수단으로 ‘누이좋고 매부좋아’ 발매하자마자 삽시간에 팔려나가는 것이 보통이었다. 파산 위험시 변제 순위가 밀리는 채권이기 때문에 우량은행의 후순위채가 가장 인기가 높을 것은 당연한 일.그러나 가장 우량한 은행그룹에 속하는 주택은행조차도 9월5일부터 6년 6개월까지 실효수익률 6.9% 후순위채 물량 1천5백억원어치를 9월27일이 돼서야 겨우 다 팔 수 있었다. 올해 한번에 최대 규모의 후순위채 물량이었던 5천억원을 내놓은 농협. 9월28일까지 애초 목표량에 5백억원이 미치지 못하는 4천5백억원 어치를 판매하고 1차 판매를 종료했다. 나머지 물량에 대해서는 10월 중 2차 판매를 놓고 검토중이다. 농협의 경우 BIS비율 10%를 맞추기 위해 이 물량을 책정했고, 모두 판매할 경우 BIS 비율을 1.11%포인트 상승시킬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당초 1천5백억원 규모를 책정했던 제일은행은 규모를 1천억원으로 줄여 잡았다.이렇게 후순위채의 판매가 부진한 것은 물론 금리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그간 은행들이 많은 물량을 쏟아낸 것도 한 가지 이유가 된다. 주택은행 관계자는 “금리는 같은 데 만기가 6년 6개월로 다른 은행의 5년 4개월보다 길어서 예전보다 쉽지 않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그러나 은행 관계자들은 후순위채가 여전히 투자할만한 상품이라고 주장한다. 농협 자금부 박종봉 과장은 “농협의 경우 영업점이 워낙 많기 때문에 수요량을 예측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면서 “4천5백억원을 판매한 것도 아직 고객 입장에서 매입 메리트가 있다는 증거”라고 말했다.뭉칫돈 장기간 잠기는 데 대한 불안감 커고객들이 망설이는 이유는 5년 이상 긴 시간 동안 돈을 묶어놓아야 한다는 데 대한 불안감이 크다. 추가 금리 인하가 논의되고 있긴 하지만 그 폭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이고 ‘금리가 설마 더 떨어지랴’ 싶은 지금 앞으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일 지 확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과장은 “금리가 저점을 끊임없이 갱신하고 있는 상황에서 앞으로 단기간에 급등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만약 앞으로 2, 3년 후 금리가 상승세로 돌아선다고 가정해도 그 기간 동안 시중금리보다 높은 금리를 받은 것을 계산하면 금리 리스크는 거의 없다고 보아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