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호에 추색이 넘실거린다. 바람에 날린 단풍잎들 하염없이 호수 위로 지고 쓰러지지 않으려 서로 기대서 체온을 나누는 억새풀이며 갈대들, 짧기만 한 가을 해가 마냥 아쉽다. 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을 빠져 나가면 내장산과 등을 맞댄 백암산 방향으로 1번 국도가 이어진다. 곰재 넘으면 펼쳐지는 장성호, 잔잔한 수면 가득 늦가을의 서정을 듬뿍 담고서 햇살에 반짝이고 있다. 호반으로는 단풍나무가 줄을 잇고 있다.약수초등학교를 지나 좌회전하면 고불총림 백양사 진입로. 백양관광호텔 지나면서부터 단풍나무 고목이 가로수로 꽉 들어찬 고즈넉한 길이 열린다. 백양사 경내로 들어서기 전 길 왼쪽 계곡물을 막아서 만든 연못에는 백암산 백학봉과 주변의 단풍이 비치면서 그림 한 폭을 연출하고 있다.단풍나무 그늘이 드리워진 부도밭을 지나 다리를 건너가면 ‘이뭣고’라고 새겨진 백양사중창기념비를 만난다. 송만암선사의 공을 기리는 비인데 ‘이뭣고’는 백양사를 찾는 모든 사람들의 뇌리에 비수처럼 꽂혀 영원한 화두로 남을 법도 하다. 1천3백여년 전에 지어진 절답게 고풍이 느껴지는 절 마당에는 맞배지붕의 극락보전이 가장 오래된 건물이다. 그러나 흔히 있을 법한 탑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석가모니의 진신사리를 모신 9층 석탑이 대웅전 뒤쪽에 자리하고 있다.대웅전에서 백학봉 산기슭으로 이어지는 비자나무 숲은 백양사가 간직한 자랑거리. 5천여그루의 비자나무는 사철 푸른 숲을 이루면서 가을이면 붉은색이며 갈색, 노란색으로 타오르는 단풍과 어우러져 한층 더 그 푸르름을 뽐낸다. 바로 이 점이 백암산 단풍만이 갖고 있는 아름다움이라서 40여 가지 색깔로 빛나는 파스텔 톤의 내장산 단풍과 비교되기도 한다.장성읍내 서쪽편 황룡면 필암리에는 필암서원이라는 유적지가 있다. 하서 김인후와 그의 사위 고암 양자징을 배향한 필암서원은 장성의 자랑거리 중 하나. 호남에서 학문을 논하려면 장성을 능가할 만한 곳이 없다는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은 바로 전라도 출신으로 유일하게 문묘에 배향된 김인후와 청백리의 표상 박수량과 송흠 등 장성 출신으로 문집을 낸 이가 1백명이 넘는 데서 여실히 입증된다.필암서원에서 나와 장성 쪽으로 1km쯤 가다 보면 길 오른쪽에 높이 솟은 굴뚝 같은 것이 보인다. 죽창을 형상화한 ‘동학농민혁명전승기념비’이다. 기념비 하단에는 동학농민군과 관군간의 전투 장면이 부조로, 뒷면에는 곽재구 시인의 헌시 ‘조선의 눈동자’가 새겨져 있어 가슴을 뭉클하게 만든다.●여행메모:호남고속도로 백양사 나들목에서 빠져 나와 1번 국도를 택한다. 백양사 주차장에는 백양관광호텔(061-392-0651) 호텔백운각(392-7531) 등과 산채정식 더덕정식을 잘 하는 대성식당(392-7565) 등이 있다. 백양사 경내에는 다연원(392-57410)이라는 전통찻집도 있다. 장성댐 아래 상오리 초야식당(393-0734)은 메기탕과 메기찜으로 소문난 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