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동부와 서부를 대표하는 인터넷 업계의 두 거인인 AOL타임워너와 마이크로소프트(MS)가 사이버 세계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의 ‘전장’은 미국 법정, 주제는 ‘독점’이다.먼저 칼을 빼든 쪽은 AOL. AOL 자회사인 넷스케이프는 지난 1월 22일 MS가 윈도 시장의 독점력을 이용해 인터넷 브라우저 시장에서 자사를 고사시키려 한다며 워싱턴DC 지방법원에 제소했다. 이번 제소에서 넷스케이프는 지난해 미국 연방 항소법원이 MS가 윈도의 독점력을 악용했다는 판결을 근거로 불법 행위를 중지시켜줄 것과 그동안의 불법행위에 따른 손해배상(액수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을 요구했다.MS는 AOL의 제소 이틀 뒤 콜롬비아 연방지방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AOL은 MS의 처벌을 주장하는 9개 주정부와 접촉한 자료를 공개하라는 법원 명령을 따르지 않고 있다”며 “법원이 AOL이 관련 자료를 추가로 제출하고 AOL 증인이 증언을 하지 못하게 해달라”는 게 골자이다.MS에 대한 반독점 소송은 클린턴 행정부가 18개 주정부와 함께 MS를 제소하면서 시작됐다. 이 소송에 대해 미국 지방법원은 MS의 불법행위를 인정해 회사 분할 판결을 내렸고, 항소법원은 MS의 불법행위는 인정했지만 분할은 잘못된 결정이라며 MS의 항소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는 지난해 이 소송에 대해 화해안을 마련, 소송을 끝낼 계획이었지만 캘리포니아를 비롯한 8개 주정부와 워싱턴DC가 이에 반대해 결말이 나지 않고 있는 상태이다. MS는 이 화해안을 거부한 주정부가 AOL의 지원을 받고 있다고 의심하면서, 이들이 AOL과 접촉한 내용을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인터넷 업계의 두 거인간의 전쟁은 브라우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 목적은 미래 컴퓨터 세계의 지배권에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인터넷 서비스를 비롯한 개인을 대상으로 한 컴퓨팅 시장의 주도권을 확보하려는 포석이란 분석이다.AOL, “넷스케이프 손실은 MS탓”AOL과 MS는 지금까지 인터넷 서비스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MS가 윈도를 포함한 소프트웨어 시장에서는 ‘절대 강자’이지만 인터넷 분야에서는 선발 주자 AOL이 앞서왔다. 브라우저 이용자에서 MS에 뒤졌을 뿐 인터넷 접속서비스(ISP) 및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자, 웹사이트 방문자 등에서는 AOL이 앞서 있다. 특히 고속 인터넷 서비스의 경우 AOL의 케이블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가 1,500만명에 이르는 데 비해 MS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그러나 MS는 ‘소프트웨어 제국’을 일궈낸 힘을 바탕으로 인터넷 시장을 야금야금 잠식해 AOL의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인터넷 익스플로러가 80%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넷스케이프를 사실상 고사시킨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또 인스턴트 메신저 이용자 2,500만명을 확보, 6,000만명의 AOL을 빠르게 추격하고 있으며 인터넷 서비스(MSN) 가입자를 800만명으로 늘려 AOL(3,300만명)의 3분의 1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AOL이 1,500만명을 확보해 절대 강자의 지위를 누리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시장에서도 MS는 통신서비스 회사들과 제휴해 디지털 가입자망(DSL) 서비스 보급에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AOL과 MS의 대립은 예전에도 종종 불거져나왔다. 인스턴트 메신저의 경우 MS는 다른 제품과 호환되지만 AOL 서비스와는 호환되지 않는 것은 AOL이 협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비난했다. 지난해 MS의 윈도XP 출시를 앞두고 AOL의 소프트웨어를 윈도XP에 탑재하는 협상을 중단할 때도 상대방이 무리한 요구를 한다며 서로를 비난했다. 또 MS가 최근 컴캐스트의 AT&T 브로드밴드 인수를 지지한 것도 AOL이 컴캐스트를 인수해 몇백만 명의 케이블TV 가입자를 추가 확보하는 것을 막으려는 의도가 깔려 있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