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크로벳.포토샵 등 주력제품으로 글로벌 연간 매출 1조 5,000억원 달해
“PDF 파일 아시죠? 포토샵은 어떠세요? 그거 다 우리 회사에서 만든 제품이에요.”이윤정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마케팅 차장은 회사에 대한 설명을 부탁하자 이렇게 말했다. PDF 파일은 사용자가 어떤 환경에서 문서를 작성해도 글과 그림, 표 등을 깨뜨리지 않고 보존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최근 국내 증권사에서 제공하는 기업분석 리포트는 대부분 이 파일 형태로 저장,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있다. 조그마한 손이 나와 마치 문서를 손으로 밀어 넘기는 ‘맛’을 느끼게 해주는 문서가 이 파일로 저장한 문서다.포토샵은 컴퓨터 그래픽의 일대 혁명을 일으킨 히트 상품. 전자출판 등에 관련된 일을 하는 전문가라면 누구나 아는 소프트웨어다. 이런 효자 제품 덕에 요즘 어도비는 전 세계적으로 사세를 확장하고 있다.어도비시스템즈(Adobe Systems)는 전세계 4억명이 사용하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다국적기업이다. 본사는 미국 새너제이에 있으며, 한국어도비시스템즈를 포함 전세계 20곳에 지사를 설립했다. 전세계에서 활약하고 있는 직원은 2,900여명, 이들이 연간 벌어들이는 매출액은 12억달러(1조 5,600억원)에 달한다. 매출액 기준으로 보면 데스크탑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마이크로소프트에 이어 세계 2위다.“전세계 온라인 문서의 표준 되겠다”이 회사의 주력제품은 어도비 포토샵, 일러스트레이터, 아크로벳, 페이지메이커 그리고 프레임메이커 등이다.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제품은 단연 포토샵이다. 어떤 사진이나 디지털 화면도 손쉽게 편집할 수 있고, 색상과 크기 등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기능을 제공한다.대부분의 매킨토시 작업자들은 이 회사에서 제공하는 포토샵을 사용할 정도로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용하기 편리할 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입맛에 맞는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이 비결.전자출판 등에 익숙하지 않은 일반인들에게도 잘 알려진 회사 제품은 ‘아크로벳’이란 소프트웨어다. 어떤 프로그램으로 문서를 작성해도 PDF 파일로 저장하면 글, 그림, 레이아웃, 표 등이 깨지지 않는다.이 때문에 국내에선 증권사 등 금융회사의 직원들이 사용하고 있으며, 공공기관이나 정부 부처에서도 이용한다. 어도비는 이 제품을 통해 전세계 온라인 문서 공유의 표준을 제공하겠다는 야심에 찬 목표를 세웠다.어도비의 미래상은 ‘세계 최고의 소프트웨어 회사’가 되는 것이다.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과 명성을 바탕으로 이 회사는 웹 전자문서 프린트 비디오 휴대폰 광대역통신망 등에 응용할 수 있는 출판·편집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고 있다.한 번의 문서 작업으로 서로 다른 미디어에서도 보거나 편집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시장에 내놓는다는 전략이다. 이런 전략의 배경에는 요즘 많은 회사들이 인터넷을 이용해 회사 직원과 고객 그리고 정부나 협력업체와 문서를 공유하고 있다는 데 따른 것이다.사용자마다 다른 운영체제와 프로그램 그리고 소프트웨어가 혼용돼 어떤 환경에서도 누구나 읽고 인쇄할 수 있는 전자문서 표준이 필요하다. 어도비가 이런 사용자들의 필요를 깨끗하게 해결해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어도비(Adobe)의 사전적 의미는 벽돌 제조용 진흙을 뜻한다. 말하자면 정형화된 물건을 만들 때 일종의 형틀을 제공한다는 뜻이다. 이런 의미로 본다면 편집기능을 제공하는 어도비 제품의 특성과 맞아떨어진다.사실 어도비 회사의 이름은 사전적 의미에서 빌려온 것은 아니다. 지난 82년 어도비의 창립자 척 케쉬키와 존 워녹은 회사 이름을 지을 때, 그들의 집 뒤에 흐르는 시냇물의 이름을 따왔다고 한다.컴퓨터 그래픽 혁명을 주도이렇듯 소박한 시작과는 달리 미국 IT 산업의 메카인 새너제이에서 차지하는 어도비의 위상은 작지 않다. 실리콘밸리 붐을 일으킨 1세대이며 가장 성공한 기업으로 존경받고 있어서다. 이들은 컴퓨터 그래픽과 출판산업 혁명의 밑거름이 됐고, 인터넷 발달과 함께 전자문서시스템, 웹솔루션 분야까지 최고의 기술을 갖춘 업체로 평가받고 있다.실리콘밸리의 조그마한 창고에서 시작한 회사가 세계적인 업체가 된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어도비는 기술 개발에 상당한 돈을 쏟아 붓는다. 기능이 다양하고 작업 속도가 빨라 이용자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R&D 정책의 결과다.또 하나 어도비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된 계기는 마케팅 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좀 전에도 소개한 아크로벳리더(Reader)가 결정적으로 회사의 이름을 높이게 된 공신인데, 10여년 전 제품이 첫 출시될 때 이 제품의 가격은 유료였다. 제품 가격이 있다는 것은 당연한 일.그러나 출시한 뒤 수년이 지나도 고객들의 반응이 시큰둥했다. 물론 이 제품을 사용해서 작업을 해야 하는 전문가들에겐 반응이 좋았지만, 일반 사용자들은 이 제품에 주목하지 않았다.그래서 어도비는 많은 사용자들이 어도비 제품의 맛을 볼 수 있도록 아크로벳 리더(Reader)를 무료로 공급했다. 이는 PDF 파일로 저장된 문서를 읽을 수 있는 기능만을 제공하는 소프트웨어다. 따라서 누군가 보낸 PDF 파일을 대부분의 사람이 읽을 수 있는 상황을 연출한 셈이다. 이런 전략이 맞아떨어져 소수에 불과한 사용자군을 현재 수억 명으로 확대시켰다.어도비의 직장 문화는 ‘점잖고 부드러운 곳’으로 요약된다. 무리하게 매출성장세를 유지하려고 하지 않으며 직원들에게도 과도한 업무목표를 주지 않는다. 또 최근 2`~3년 동안 미국 실리콘밸리의 다른 회사들이 직원들을 대량 해고할 때도 어도비는 해고자 수를 최소한으로 줄이면서 어려움을 함께 나누는 ‘정’을 과시했다. 기술을 선도한다는 자부심으로 ‘창의력’을 강조하는 것도 이 회사의 특징이다.Interview 이흥렬 한국어도비시스템즈 대표이사“올핸 학교전자 도서관 구축에 힘쓰겠다”한국어도비시스템즈는 직원 1인당 평균 매출이 50억원에 이른다. 이 실적은 전세계 지사 중 수위를 다툴 뿐 아니라 ROI(자기자본이익률) 기준으로 전세계 넘버원을 기록한다. 일당백의 실력을 과시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실적이 밑바탕이 돼 지난 97년 한국어도비시스템즈를 설립한 뒤 매출규모가 줄곧 증가했다.당시 50억원에 불과했던 매출은 98년 60억원 99년 210억원을 돌파하더니 지난해 420억원으로 껑충 뛰었다. 이처럼 발군의 실력을 발휘한 이흥렬 시장을 중심으로 직원들이 이유는 영업이익보다 고객지원체제, 판매채널 정비, 교육지원 등 기본 인프라 구축에 주력한 결과다.“주위에선 돈 많이 벌어서 어디에 쓰느냐고 묻습니다. 사실 어도비 제품은 공장의 기계처럼 완성된 제품을 만들어내는 역할을 합니다. 전자출판 종사자는 우리 제품을 사용해서 책을 만들어내고, 그것으로 이익을 냅니다. 작업 지원 솔루션이 아니라 생산장비인 거죠.”한국어도비시스템즈는 협력업체와 함께 새로운 제품을 개발하는 데 도움을 주고 있다. 어도비 제품을 응용해 또 다른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데 일조한다는 얘기다. 예컨대 애크로솔루션이란 벤처기업은 어도비의 도움을 받아 전자결제와 문서관리 시스템을 개발해 해외에 수출할 계획을 갖고 있다. 고객이 어도비의 제품을 통해 직접적인 수익을 낼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올해는 학교에 전자도서관을 구축하는 데 힘쓸 계획입니다. 교육시장에서 어도비 제품을 제공한다는 목표 때문이기도 하지만, 우선 학생과 교수 등이 어도비의 제품을 사용해서 효과를 눈으로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매거진한경,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