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IT업체 가격결정력 회복하지 못한 점이 현장세 딜레마...장세 전환 다소 시간 걸릴듯

최근 장세의 성격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지난해 9ㆍ11테러 이후 상승과 반락 과정의 의미를 다시 한 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우선 9ㆍ11테러 이후 세계경기의 회복을 견인한 것은 기업들이 낮은 수준의 재고를 평균적인 수준으로 높이는 과정에서 생산이 증가했기 때문이다.최종 수요의 회복이 주된 동인이 아니었다는 평가다. 세계증시가 반락한 지난 4월을 전후해 재고 투자사이클의 선행지표(신용스프레드, 장ㆍ단기금리차, 잉여유동성지표, 재고순환지표 등)들도 정점을 형성하며 하락 전환했는데 이는 9ㆍ11테러 이후의 장세성격이 재고순환사이클이었음을 강하게 방증한다.미국, 추가금리 인하도 예상따라서 향후 주가가 오르려면 그간의 일시적인 재고투자 회복과정에 이어 궁극적으로 최종 수요가 회복되는 상황이 필요하다. 최종 수요는 일반인들의 소비와 기업의 소비(투자)로 구성된다. 민간소비는 소득에 영향을 받고 기업의 수요 역시 기업의 소득에 해당하는 기업이익에 좌우되는 것이 일반적이다.그렇다면 현 장세에서 개인소득과 기업의 소득(기업이익)의 선행지표 동향을 보면 향후 장세의 전환점을 대체로 가늠해 볼 수 있다는 것인데 그 대표적인 지표가 고용동향과 기업의 가격결정력지표다. 현재 우리나라는 완전고용에 가깝지만 우리 수출을 좌우하는 미국의 소비동향을 결정할 미국 노동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더욱이 주요 IT업체들이 가격결정력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현 장세의 가장 큰 딜레마다. 올 들어 인텔이 CPU 가격을 60% 이상 인하하고, D램 가격이 답보하고 있는 것이 그 신호다.기업의 가격결정력 회복은 기업이익을 증가시켜 기업의 투자가 활성화되고 나아가 고용사정을 개선시킨다. 따라서 가격결정력 선행지표(IT부품 가격, 핵심생산자물가지수, CRB상품 선물지수 등) 동향을 향후 장세 반전의 중요한 모멘텀의 하나로 주의 깊게 관찰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하반기 미국 주택시장의 버블붕괴 가능성과 소비동향에 대한 우려의 소리도 있다.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최근 기업의 가격결정력지표 하락은 실질금리 수준을 높여 미국의 금리정책에 여유를 주고 있다는 점이다. 오는 9월24일 미연준이 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 경우 미국의 주택시장과 소비부분의 급격한 위축은 상당부분 완화될 것이다. 기업의 가격결정력 하락이 기업들의 투자를 지연시키지만 반대로 소비를 자극하고 통화정책에 운신의 폭을 확대시킨다는 점에서 ‘힘의 균형’ 역할을 하고 있다.세계증시가 8월 중 형성한 저점은 이러한 가격결정력지표의 ‘힘의 균형’을 적절히 반영한 수준이 아닌가 한다.기업들이 가격결정력을 회복하면서(혹은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면서) 민간소비가 견조히 동행하는 국면이 의미 있는 장세전환의 필요조건이다. 장세는 바닥권에 근접해 있지만 장세의 본격 전환을 위해서는 이러한 ‘힘의 균형’을 깨뜨릴 모멘텀이 필요하고, 이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이다.